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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넷플릭스🔗에 다큐멘터리 영화 『IMAX: 허블 3D』가 올라왔습니다.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좋아하시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좋아하시면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한번쯤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막은 흘러가라고 놔두고 영상미만 즐기셔도 괜찮을 것 같구요.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새삼 깨닫고 싶을 때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영화 『그래비티』 (2013)와 함께 감상하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아니, 정말 몰입도와 긴장감이 달라진다니까요~!

다만……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다소 정신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발사는 1990년 4월 24일.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
첫 정비는 1993년 12월. (인데버 우주왕복선)
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는 것은 애틀랜티스 우주왕복선과 2009년 5월의 정비 미션🔗입니다. (2010년 다큐멘터리이니까요~.)

제작진이 아이맥스 3D 기록물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었는지, 설명과 구성이 아쉽고, 러닝타임이 43분밖에 안 돼서 감상 후의 포만감이 좀 올라오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4월 24일에 발사되었는데, 맨 처음에는 지구에서 찍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진을 전송해왔습니다.
결국 나사는 1993년 12월에 우주비행사를 보내 망원경에 COSTAR라는 일종의 우주 안경을 씌우는 정비를 해서 초점을 선명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차분하게 설명해줍니다. 실로 무시무시한 정밀과학의 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1.3mm의 오차가 주경의 가장자리를 머리카락 두께의 1/50만큼 평탄하게 만든 셈이 되어 초점이 빗나갔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993년에 우주비행사가 가서 고속광도계를 빼고 그 자리에 정밀 보정장치를 끼워 넣어서 초점이 빗나가는 구면수차 효과를 상쇄시켰다고 합니다.)
(그 뒤로도 기구들을 교체해서 2009년에는 COSTAR를 아예 분리해 지구로 가져와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했다🔗고 하네요.)

허블 망원경은 우리에게 토성의 오로라, 나선 성운Helix Nebula, ‘창조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독수리 성운, 한창 부딪히고 있는 두 개의 은하 등 별나라 여행과도 같은 선물들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허블을 통해 오리온성운의 아기별 방Star Nursery을 관측함으로써 우리 태양계의 어린 시절을 유추해볼 수 있기도 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여러 차례 정비되었는데, 2003년에 일어난 콜롬비아호 사고로 인하여 미국이 우주왕복선 운용 및 허블 정비 미션에 제동을 거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블이 주는 정보는 몹시 귀중한 것이기에 그냥 추락하라고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사는 2009년 5월에 애틀랜티스 우주왕복선을 발사합니다.

애틀랜티스는 궤도에 진입한 뒤, 90분에 한 번 지구를 돌고 있는 속도(시속 28,000km)의 허블을 따라잡고는 바로 밑에서 접근해 로봇팔로 살살 붙잡아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에 탑승시킵니다.
이제 우주비행사들이 두툼한 우주복을 어렵게 입고 영하 200도의 우주 공간으로 나가 나사못 때문에 애먹으면서 광시야 카메라를 설치하고, 별 추적기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조심조심하면서 RSU라는 장비를 교체하고, 초점 보정 장비를 제거하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카메라 회로판을 우주복 찢어질라 신경 쓰면서 교체하고, 몇 시간 동안이나 어둠 속에서 씨름하기도 하며 정밀 추적 센서를 교체하는 등의 여러 가지 정비 미션을 수행합니다.

“존과 드루는 오븐 장갑을 끼고 뇌수술을 하는 꼴이었죠FOR JOHN AND DREW, IT’S LIKE PERFORMING BRAIN SURGERY WITH OVEN MITTS.” 

허블로 찍은 우주는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인류는 용골자리 성운 내 아기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 죽어가는 별이 시속 백만 km로 뿜어내는 가스가 나비의 날개처럼 보이는 나비 성운, 오메가 센타우리의 나이든 별들, 250만 광년 너머 안드로메다 은하, 5000만 광년 너머 처녀자리 은하단, 우리 은하의 10배 크기인 대형 타원 은하 M87과 초대형 블랙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00억 광년 거리의 우주 저편을 바라보며 태초를 생각하고 우주를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합니다.


타이틀에 ‘3D’라는 글자가 크게 박혀있지만, 2D 겸용 블루레이입니다. 2D 환경일 경우, 첫 화면에서 OK만 누르면 자기가 알아서 2D로 설정해서 보여줍니다.

이 블루레이를 처음 사서 봤을 때, 누가 아이맥스 아니랄까봐 화질이 말도 안 되게 선명하다고 진심으로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스페셜피처로 webisodes라는 메뉴가 있는데, 우주비행사 마이클 매시미노가 나사의 여기저기 실제 현장을 보여주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내용입니다. 화질은 당연히(?) 안 좋습니다. 본편의 화질이 워낙 맑다보니, 괜히 더 지글거려 보이는 느낌까지 들어요…….
여하튼
우주왕복선 내 신장제한은 193cm라든가
NBL중성 부력 연구소의 거대 수영장에 우주유영연습을 한 번 들어가면 6시간씩 한다든가
냉각기능 호스가 달린 내의를 입고 우주복을 입는다든가
흰색 우주복은 선외활동 때 입고, 주황색 우주복은 발사와 재돌입 때 입는다든가
우주복은 몸에 딱 맞아서 입기가 아주 어렵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든가 (얼굴을 미리 긁어둬야 한다든가)
지구에 있을 때부터 우주복에 가스를 압입해서 익숙해지도록 훈련한다든가
‘3천 단계 훈련’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고장, 사고 시뮬레이션이 있다든가
돌아오는 우주왕복선은 엔진 동력 없이 착륙하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벽돌The Flying Brick’이라고 불린다든가 하는 등의
은근히 알찬 내용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본편의 포만감 부족을 약간이나마 해소…?

본 리뷰에 인용된 이미지 및 텍스트 등에 대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IMAX와 Warner Bro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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