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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SF를 출판한 작가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SFWA(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 SFWA는 1965년에 만들어졌으며, 66년부터 전년도 발표작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네뷸러 상(Nebula award)을 수여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SFWA 설립 이전에 발표되어 네뷸러 상을 받지 못한 작품을 협회 소속 작가들이 직접 고르고 추려서 “SF 명예의 전당”이라고 하는 선집에 수록하기로 합니다.

말하자면, “SF 명예의 전당”은 SF에 도가 튼 여러 작가들이 자기가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 세상에 끼친 영향력이 컸다고 생각하는 작품,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 등을 골라놓은 선집이라고 말해도 되겠지요.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SF소설 입문서가 없고, 이보다 더 좋은 SF선집이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꽤 여러 SF선집을 읽어봤다고 생각하는데, 대체로 두꺼운 한 권에 한두 편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면 그럭저럭 책값이 아깝지 않았다고 여기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 시리즈는 거꾸롭니다. 책 한 권에 ‘아~ 나랑 안 맞네’ 싶은 작품이 한두 편 있을까 말까해요. 이 선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하나같이 재미있으면서도 묵직한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SF라고 접하는 모든 것들의 원형이 이 책들 속에 있는데, 정말 이 작품들이 1965년 이전에 발표된 것이 맞는지 읽고 있는 동안에는 잘 모릅니다. 그토록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있습니다.

만약 제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 ‘노아의 방주’에 실을 지구산 SF소설을 1권만 추천해보라고 하면 ‘아이고,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 다음에 이 시리즈를 전부 가져가라고 할 겁니다.

국내에 출간된 1~2권은 단편을 모은 Vol.1.
3~4권은 중편을 모은 Vol.2 A.

따라서 5권, 6권이 계속 나와 줘야 합니다만…… 아무래도 출판사(웅진)가 SF에 흥미를 잃은 듯합니다.
그래도 전설적이라 해도 좋을 1~2권을 내주어서 감사한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네요.



“(전략) 그들에겐 저희 #$%이 자기들 #$%보다 더 가치 있고, 우리에겐 그들의 #$%이 랜버본보다 가치가 있을 테니, 좋은 거래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토미 도트는 한 외계인의 발작적인 움직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웃음이었다.

p.294, 최초의 접촉,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머레이 라인스터, 지정훈 옮김, 오멜라스, 2010



나는 내 도형에 있는 지구를 가리킨 후에 나를 가리켰어. 그리고 그걸 움켜쥐고 나를 다시 가리킨 후에, 하늘의 정점에 거의 접근한 초록색으로 밝게 빛나는 지구를 다시 가리켰어.
트윌이 흥분한 투로 막 지저귀는 걸 보고 그가 이해했다는 걸 확신했어. 그는 팔짝팔짝 뛰더니, 자신을 가리켰다가 하늘을 가리키고, 또다시 자신을 가리켰다가 하늘을 가리켰어. 그는 자기 배를 가리키더니 아크트루스를 가리키고, 또 머리를 가리키더니 스피카를 가리켰어. 그러더니 자기 발을 가리키고 나서는 내가 붙잡을 때까지 별을 대여섯 개는 가리키더라고.

p.26~27, 화성의 오디세이,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스탠리 와인봄, 최세진 옮김, 오멜라스, 1934, 2010



“흐으음…… 저 애가 너보다 운이 더 나쁘면 어떡할래?”
(생략)
“그렇다면 우리는 또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할 거예요. 우리가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되겠죠. 알다시피, 우린 이 일을 해야 돼요.”

p.158, 유니버스,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로버트 A. 하인라인, 최세진 옮김, 오멜라스, 1941, 2011



“(생략) 너 외에는 이 세상 누구도 너에게 정말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너 외에는 그 누구도 치유책을 찾아내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너 외에는 그 누구도 그게 올바른 치유책이란 걸 분별해낼 수 없다는 거지. 그리고 일단 네가 치유책을 찾아내면, 너 외에는 그 치유책에 대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는 거고.”
“그렇다면 당신은 이곳에 왜 있는 거죠?”
“듣기 위해서지.”
“매 시간마다 그저 듣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한테 하루 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할 의무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넌 내가 선별적으로 듣는다는 것을 믿고 있을 거다.”
(생략)
“음, 당신은 안 믿나요?”
“안 믿어. 그러나 넌 내가 그렇단 걸 결코 믿게 되지 않을 거다.”
난 웃음을 터뜨렸다.

p.234~235, 아기는 세 살, SF 명예의 전당 4 : 거기 누구냐?, 테오도어 스터전, 박상준 옮김, 오멜라스, 195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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