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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하루에 다섯 편이나 본 날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80년대 귀여운 청춘 영화, 90년대 잘 만들어진 범죄 영화, 2000년대 웃긴 액션 영화, 코로나19 한창때 개봉한 영화들, 마블 영화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로다주가 떠나고 MCU에 관심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디즈니플러스 2,500원으로 끊은 김에 혹시나 다시 불붙을지도 모르지 하고 페이즈 4 영화들을 쭉 한번 보았다.
페이즈 4 영화들의 공통점은 뒷맛이 씁쓸하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마블 페이즈 3까지의 등장인물들이 어쨌든 어떻게든 퇴장해간다. 케빈 파이기가 과거는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가라고 한다. 다른 우주도 보라고 한다. 아니, 근데 왜 내가 오락 영화를 보면서 그래야 하냐고…! 배우나 제작진이 그러는 거지, 관객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도 되는 거라고…!!! (오열)



 The Multiverse Saga - 페이즈 4  

영화 《블랙 위도우》 포스터 ⓒ 2021 MARVEL

블랙 위도우 (Black Widow, 2021)

스토리가 퍽 괜찮다.
"시빌 워" 직후, 로스 장관이 소코비아 협정을 위반했다며 어벤져스를 잡으러 다니던 무렵, 레드룸과 나타샤의 {스포일러} 가족에 관련해서 벌어진 대형 사건을 다룬다.
우당탕탕 못 말리는 가족 이야기.
우주로 나가지 않으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정도의 딱 좋은 빌런 스케일.

어린 나타샤를 밀라 요보비치의 딸인 에버 앤더슨이 연기했다.

블랙 위도우 · 나타샤 로마노프 팬을 위한 영화. 팬이 되는 영화. 하늘에서 떨어지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낙하산을 줄 수 있는 블랙 위도우. 초능력은 없지만, 공중전이 두렵지 않다는 것!
옐레나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신세대로 세대교체 잘 된, 잘 될 것 같은 느낌. "또 폼 잡네"랑 "아, 오글거려"도 웃기고, 죽음을 각오한 마지막 순간에 "덕분에 재미있었어!"라고 쿨하게 인사하는 성격도 호감이 간다.
멜리나도 매우 매력적이다. 아, 정말 유능한 위도우들.

생리를 안 하고 자궁이 없다는 대사를 괴물이나 죄인이 된 것처럼 안 하고, 구시렁구시렁 수다떨듯이 표현해놓은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호크아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벽의 구멍이 화살 때문에 생겼다는 언급이 나오고, 과거 회상씬에서 통신 목소리가 아주 잠깐 나오고, 사진이 나올 뿐.

쿠키 : 아니, 쿠키 영상이 하나밖에 없다?
옐레나는 패니라는 개와 함께 나타샤 로마노프의 무덤을 찾는다. 발렌티나라는 여자(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에 나온 인물이라고 한다.)가 옐레나에게 다가와서 다음 타겟이라며 호크아이의 사진을 보여준다. 드라마 《호크아이》와 영화 《썬더볼츠》 관련인 듯하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샹치 역할을 맡은 배우 시무 리우가 표정 연기를 너무 심하게 못한다는 것만 빼면, 꽤 괜찮았던 영화. (그런데 마블이 주연으로 이렇게까지 연기 못하는 배우를 캐스팅한 건 처음 봤다. 그래도 초반부 액션이 좋길래 전체적인 것보단 몸 잘 쓰는 배우로 캐스팅했나보다고 넘겼지만, 탈로에서 양자경과 맞붙은 순간…… 으으음.)
사랑에 미친, 아버지 역할을 안 한 남자와 그 자식들의 이야기라서 이게 뭔가 싶기는 했지만. 🤔 (그냥, 그냥 내 예상과 너무 달랐다. 어쨌든 이것으로 MCU엔 제대로 된 아버지가 거의 없다는 전통이 이어져간 듯.)
마블이 여러 가지를 시도했구나 싶었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웡이 마카오에서 내기시합을 뛰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인피니티 워" 때 샌드위치 사먹을 돈도 없어 보이더니만, 이렇게 돈벌이를?!

트레버 슬래터리(벤 킹슬리 扮)가 등장한다. 주인공 일행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준다.
모리스, 정말 귀엽다. 정말로 귀엽다!!!

쿠키 1 : 웡은 브루스 배너, 캡틴 마블과 함께 링들을 분석한다. 무엇으로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링들은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슈퍼히어로의 세상은 일단 차치하고 샹치, 케이티, 웡 세 사람은 노래방에서 신나게 논다.

쿠키 2 : 쑤 샤링(샹치의 동생)은 텐 링즈를 없앤 게 아니라, 새로이 변화해가는 텐 링즈의 수장이 된 듯.
"텐 링즈는 다시 돌아온다"



이터널스 (Eternals, 2021)

마블이 배우 낭비를 가장 심하게 저지른 영화.

타노스나 어벤져스, 비브라늄 등등이 아예 언급 안 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음. 에휴, 그랬으면 다른 우주에서 일어난 일일 거라고 나 혼자 정신승리라도 해봤을 텐데.

외계에서 온 주인공 일행 중 절반이 지구보다 셀레스티얼을 중시하여 모든 지구인이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스토리라서 영 정이 안 갔음. ☹  시나리오가 딱히 부드럽게 전개되지 않음.
《이터널스》를 슈퍼히어로 영화로 보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음. (슈퍼히어로 빼고, 그냥 SF 액션 영화.) 처음 보는 캐릭터가 너무 많은 데다 제작진이 각 캐릭터한테 애정을 줄 시간이나 사건을 부여해주지도 않아서 여러모로 무리가 심함.

미국의 오락 영화가 다른 나라의 고대 문명과 발명, 역사는 외계 존재로부터 이러쿵저러쿵한 것이라고 떠들어대는 꼴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음.

할리우드 영화는 실제 역사를 다루는 장르가 아니라면, 히로시마 원폭 장면을 써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어야 할 것.
1) 한국인으로서 빈정 상함.
2) 파스토스한테 네가 뭔데 싶어서 빈정 상함. (파스토스한테 애정이나 존경이 갈만한 내용도 안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이카리스의 감정선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음.

테나와 길가메시 장면은 좋았음. (테나의 우아한 움직임, 길가메시의 묵직한 주먹질, 모두 다 함께 밥 먹는 장면 등등.)
마카리의 스피드 연출은 좋았음.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불호. 특히 이카리스 마지막 장면은 너무 슈퍼맨 같아서 이상했음. (앗, 잠깐만. 셀레스티얼은 또 너무 에반게리온 같지 않았나? ;;;)

쿠키 1 : 테나, 마카리, 드루이그는 도모에 텔레포트해온 스타폭스(에로스, 타노스의 동생)를 마주한다.

쿠키 2 : 데인 휘트먼은 어떤 검이 들어있는 상자를 연다. 영화 《블레이드》와 관련된 쿠키라는 것 같다.
"이터널스는 돌아온다"
음, 안 돌아오면 안 되나. 이미 2편 계획이 잡혔다는 건 알지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머독 변호사가 나온다. 흠, 넷플릭스와 제작한 드라마를 MCU에서 무조건 무시하기로 한 건 아니었나 보군?

소서러 슈프림은 웡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5년 동안 블립됐었기 때문.
닥터 스트레인지는 코프콜의 룬The Runes of Kof-Kol이라는 망각의 주문을 여러 번 사용한 바 있다.

웡 "인지와 미지의 현실을 넘나드는 주문이라 너무 위험해"
닥터 스트레인지 "지금껏 많이 썼잖아. 카마르 타지에서 했던 보름달 파티 기억나?"
웡 "아니"
닥터 스트레인지 "그것 봐"

둘이서 재미나게 잘 살고 있는 듯.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스포일러}의 {스포일러}가 {스포일러}하는 {스포일러}를 {스포일러}하고 나서 울먹거리는 장면이었다.
컬럼비아 픽처스(소니)의 빅 픽처일까?

시나리오가 이래도 되는 건지. 어른의 사정으로 결말을 정해놓곤 과정을 어거지로 끼워 맞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피터 파커와 메이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것처럼 보인다.
아이언맨과 어벤져스로부터 독립할 스파이더맨? 소니 영화로 홀로서기할 스파이더맨? 근데 너무 외롭다…. 성장담, 독립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둡고 너무 외로운 결말이다….
스파이더맨: 홈 시리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좋았던 건데.

쿠키 1 :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쿠키와 이어진다. MCU의 우주로 온 베놈과 에디. 에디는 뉴욕으로 가서 스파이더맨과 대화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곧 빛과 함께 되돌아간다. 의도치 않게 베놈의 심비오트 조각을 남기고.

쿠키 2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광고. 이렇게 성의 없는 쿠키 2라니?!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시 돌아온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MCU 세계관이 점점 넓어지면서 2편에 어떻게 등장시키려나 염려스러웠던 모르도의 캐릭터를 괜찮게 만들어낸 것 같다. 좀 치사한 방식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ㅋㅋㅋ
같은 의미에서 크리스틴 팔머도 아주 좋았다. 생텀의 도구들을 쓸 줄 알고, {스포일러}의 {스포일러}를 처리할 수 있을 줄 어떻게 예상했겠는가!

뭔가 이것저것 팬서비스가 많은 것 같긴 한데
스칼렛 위치가 다른 우주의 주인공급 마블 캐릭터들을 너무 잔인하게 죽여버려서 당황스러웠다. 그쪽 팬들은 화나지 않았을까?
IMDb🔗에 따르면, Earth-838 토니 스타크 역으로 톰 크루즈가 나올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가 케빈 파이기가 아니라고 딱 선을 그은 적이 있었던 모양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어휴. 식은땀;;;

엘리자베스 올슨, 연기 정말 정말 잘한다.

쿠키 1 : 클레아(마블 코믹스에서 도르마무의 조카, 강력한 마법사, 스티븐 스트레인지의 아내, 소서러 슈프림으로 나온다고 한다.)(샤를리즈 테론 扮)가 닥터 스트레인지 때문에 인커전이 발생했다며 찾아온다. 닥스는 세 번째 눈을 자유자재로 뜰 수 있게 된 모양이다? 근데 세 번째 눈 VFX 퀄리티가 너무 저질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시 돌아온다"
시가지 많이 짓는 것도 좋지만, VFX에도 투자 많이 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쿠키 2 : 계속 자기 얼굴을 때리던 길거리 음식점 아저씨가 끝났다며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MCU랑 무관하고, 안 봐도 무방한 쿠키는 처음인 듯.
IMDb🔗에 따르면, 샘 레이미 감독의 《Evil Dead II》(1987)와 스파이더맨 영화 세 편에 전부 출연했던 배우 Bruce Campbell 관련 개그라고 한다.



토르: 러브 앤 썬더 (Thor: Love and Thunder, 2022)

왜 이렇게 토르가 우울해 보이고 아슬아슬해 보이지.

뭔가 개그가 끊임없이 나왔던 것 같긴 한데, 딱히 웃기지는 않았다.

시프가 살아남아서 정말 다행이다. ("라그나로크" 땐 《블라인드스팟》과 일정이 겹쳤고 두 촬영지가 너무 멀었으며 마블 쪽에서 여유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덕분에 "러브 앤 썬더"에서 생존 확정.) 묘하게 웃기지도 않은 개그를 진지하게 치는 것이… 성격은 좀 이상해진 것 같지만.

스톰 브레이커가 묠니르와 썬더볼트를 질투하는 장면들은 웃겼다.

병약한 여자나 어린이도 토르(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멋졌다.
근데 제작진이 누구 보라고 이 영화를 만든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른이 보기엔 약간 유치했고, 음, 어린이가 보기엔 어둡고 슬프지 않았을까?

'마이티 토르 혹은 제인 포스터 박사'는 마지막까지 묠니르를 멋들어지게 다룬다.

어쨌든 간에 나탈리 포트만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제목이 왜 "러브 앤 썬더"인지를 알려주는 결말부 타이틀 직전 장면은 정말 놀라웠고 멋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토르가 우울해 보이고 아슬아슬해 보일까.

쿠키 영상 ::: 스포일러 주의

쿠키 1 : 제우스는 죽지 않았다. 제우스와 헤라클레스는 (인간의 경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토르를 추락시키고자 한다.

쿠키 2 : 제인 포스터는 신들의 땅(발할라)에서 헤임달과 만난다.
"토르는 다시 돌아온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볼 마음이 영 안 든다.
영화만 봐도 축축 처지는 것을.
페이즈 4에선 《블랙 위도우》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말고 추천하고픈 영화가 없다. 다른 영화는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우울하거나 너무 잔인하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블랙 위도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공통점은
1) 지구에서 활동하는 빌런을 잡는다 · 우주로 나가지 않는다
2) 멀티버스와 무관하다
는 것이로군?! 이것이 내 취향인가. 🤔 아니, "가오갤 1"은 좋았었는데 말이다.

페이즈 4 영화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2022)가 남아있다. 어떤 내용일지 상상도 안 가지만, 채드윅 보스만이 없는데 과연 막 신날 수가 있을까?

페이즈 5의 시작은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라고 한다. 부디… 부디 가족 코미디이기를!!! 으아아!

본 리뷰에 인용된 이미지 및 텍스트 등에 대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 컬럼비아 픽처스(소니) & 마블 영화이고, 나머지는 전부 MARVEL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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