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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트 인 (Locked In, 2023)

소설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넷플릭스🔗 영화.
심리 스릴러.

비추천.

연출이 아쉽다. 좀 더 위험하고 긴박하게 연출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한 발자국을 못 디뎠다는 느낌이 든다. Nour Wazzi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진부하다. 거의 러닝타임 내내 나이든 여자와 젊은 여자가 서로를 질투하고 싸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여자의 불륜.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격렬한 싸움.
이야기를 보면 로버트 로런스가 굉장히 매력적인 남성이어야 할 것 같은데, 영화로 보고 있으면 딱히 모르겠다는 점도 문제.
마지막에 가서야 두 여자가 {스포일러}하는데, 지리멸렬하다 못해 너무 건성건성 만들었다는 느낌까지 들어서 어이가 없어진다. 어딘가를 덜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제목 《록트 인》은 캐서린(팜케 얀센 扮)의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
리나가 남편 제이미의 엄마, 간호사, 간병인 역할을 하는 결혼 생활에 갇혀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 같다.

감금 증후군이란?
니키 매켄지 “이 증후군은 소위 ‘인지 능력이 온전한 사람’이 팔다리 운동 기능과 언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해요. 원래 보통은 의식이 있다면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여서 소통하는데 이 환자 같은 경우에는 멀쩡한 눈을 움직이지 못해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Leave the World Behind, 2023)

넷플릭스🔗 재난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영화.

음모론과 종말론을 좋아하는, 미국에 사는 미국인이 보면 재미있을 듯.
근현대에 미국 같은 강대국이 다른 나라에 저질렀던 짓들을 현재에 돌려받는다는 내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IMDb에 따르면,🔗 유조선의 이름인 White Lion은 아프리카 노예를 영국 식민지로 끌고 갔던 최초의 배 이름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에 G.H.가 들려주는 ‘한 정부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가성비 최고의 3단계 작전’ 대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2023)

물구나무서서 봐도 웨스 앤더슨 영화인 걸 알겠다.
넷플릭스 단편 영화들(《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독》, 《백조》, 《쥐잡이 사내》)을 먼저 봐서 당황을 안 했지, 만약 《애스터로이드 시티》부터 봤다면 굉장히 당황했을 것이다.

극중극, 무대 바깥의 배우, 연기 수업, 메소드 연기,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가 없어(You can’t wake up if you don’t fall asleep.)”, 원폭 실험, 외계인…… 이게 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딱히 알아보러 다니고 싶지는 않다.
안 그래도 난해한데, 대사까지 많아서 자막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욱신거린다. 사람 살려! 비영어권 관객 살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재미있게 잘 봤었으니 연출보다 각본이 영 내 취향과 멀었다는 것으로 결론 내리겠다.
특히 밋지 캠블과 오기 스틴벡의 이야기는 남자 각본가들(Wes Anderson, Roman Coppola)이 썼다는 티가 너무 난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포켓몬 컨시어지 (ポケモンコンシェルジュ, 2023)

넷플릭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시즌 1개. 4화.

드워프 스튜디오의 전작 《리락쿠마와 가오루 씨》, 《리락쿠마의 테마파크 어드벤처》는 너무 답답해서 힐링이 안 됐는데 《포켓몬 컨시어지》는 힐링된다! 귀엽다!
게다가 한국어 더빙도 있다!

주인공 하루가 인간과 사회에 찌들어있다가 포켓몬 리조트에 들어온 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이 눈에 띄게 보여서 좋다. 힐링된다!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Carol & The End of the World, 2023)

평범한 중년여성이 주인공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청불. 리미티드 시리즈. 10화.

블랙코미디. 북미식 힐링물?
‘단조로운 일상’에 보내는 찬가.
조용하고 친절하게 이성을 잃지 않고 종말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케플러 9C라는 행성 때문에 지구 종말까지 7개월 13일이 남은 세계관.
사람들은 다들 못해본 걸 즐기는 느낌으로들 살고 있다. 익스트림 레포츠, 명상, 나체주의, 폴리아모리, 크루즈 여행 등등.
돈보다 시간이 중요한 자원이 되었으며 미래의 불안보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캐럴 대프니 콜 - 주인공. 42세. (풀네임과 나이는 4화 ‘두 자매’편에 나온다.)
쾌락을 쫓는 대중 속에서 우울해하던 중, 지하철에서 어떤 여자를 보고 쫓아갔다가 케플러 9C가 나타나기 전처럼 작동하는 회사를 발견하게 되고 행정 보조로 취업한다.
회사 복사기의 토너가 떨어지자, 사무용품점을 돌며 잉크 카트리지를 찾아다닌다. 결국 친구인 리사네 집에서 발견하게 되고, 총으로 위협까지 하면서 복사기에 있는 토너를 가져간다.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준 도나는 토너가 43층 비품실에 있다고 알려주며 ‘기분 전환’에 잘 왔다고 인사해준다. (2화)
회사는 스테이플러 누르는 느낌, 포스트잇, 마우스 클릭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말할 수도 있다. (3화)
전직 중학교 행정 직원이었다고 한다. 휘트니 휴스턴을 좋아한다.
언니 엘리나에게 텅 빈 건물에 있는 어느 회사 회계 부서의 행정 보조로 일하고 있으며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게 좋고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4화)
수많은 회사 직원들의 이름과 가족 사항을 외워서 부르기 시작한다. 평범하지만 감동적이다. 이름을 외우고 부른다는, 사소한 친절과 배려가 가장 강한 힘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
회사에서 데이비드라는 동료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유족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회사 옥상에서 장례를 치르거나 해주기도 한다. (5화)
어린이를 어려워한다. (6화)
9화에서 캐럴은 완벽한 파도를 찾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서퍼로서의 여행담을 들려준다. (캐럴 콜이 부모님을 위해 만든 이야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서프보드를 바로 남 줘버렸던 캐럴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향? 초반엔 우울해했던 캐럴이 ‘기분 전환’이라는 회사를 다니는 것으로 충분히 안정되었다?)
완벽한 파도를 찾아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명상을 하며 100살 넘은 노인이 만든 약물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사막까지 가서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여자는 배, 남자는 항구인 묘사도 나온다. 결국 기인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파도 = 탐색에 눈이 멀어 찾을 필요도 없는 파도’가 이미 눈앞에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 초반의 카팔리 해변의 잔잔한 파도로 돌아온다.
“파도가 무너져도 다시 헤엄쳐 나아가 그 위에 또 오르면 된다. 다시.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9화)

도나 쇼 
캐럴의 ‘기분 전환’ 동료. 캐럴과 바나나빵 간식 타임을 가지게 되면서 친해진다.
케플러 9C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본인 가게인 네일 샵을 운영했다고 한다. (3화)
일만 하느라 자식과 함께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한다. 하지만 자식 다섯을 화목하게 아주 잘 키워냈다. (6화)

루이스 펠리페 하신토 
캐럴의 ‘기분 전환’ 동료.
도나와 같은 건물에 살아서 도나 차로 출퇴근한다. 이래놓고 통성명도 안 한 사이였다.
캐럴의 바나나빵을 무척 행복하게 먹는다. 다들 죽어서 회사에 있는 것이며 사무실은 연옥이라는 이론을 도나와 캐럴에게 설파하는 괴짜. (3화)

엘리나 
캐럴의 언니. 캐럴과 정반대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성향.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에 누구보다 확신이 있는 사람이야. 항상 자기 의지대로 했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난 그런 게 너무 멋지더라. 난 남들 하는 대로만 하는데” 
“그 사람 이름이 뭐야?” 
“캐럴. 더 잘 알고 싶은데 그렇게 못 해서 아쉽네” 
“그쪽에서도 네 마음 알아?” 
“그 사람이랑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한테 하소연할 게 아니라” 
“응, 그러게” 

에릭 
처음 본 캐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외롭게 혼자 죽을 수 없다든가 아들 스티븐에게 캐럴의 여성적인 성격이 도움이 될 거라든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집착한다. 당연히 캐럴은 도망간다. (1화)
술에 취해 찌질하게 군다. 얼마나 상태가 안 좋았는지, 스티븐이 캐럴을 찾아올 정도. 캐럴은 총을 겨누고 거절한다. (2화)
간만에 8화에 등장. 여전히 술에 취해서 궁상맞게 살고 있다. 결국 아들 스티븐은 캐나다에 있는 엄마랑 살겠다며 아빠인 에릭에게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태워달라고 한다. 그런데 여행길에서 부자(父子)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 스티븐은 에릭이 브룩(에릭의 전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몰래 읽고 아빠한테 사실 엄마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부자는 그 길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한 여행을 떠난다. (8화)

마지막화 10화 ‘뒷조사’편 스토리 
“남은 시간 3개월 21일”, 회사 사람들이 단체로 엉엉 우는 사건이 벌어진다.
인사 담당자는 감정 표출의 시작점이 캐럴 대프니 콜에게 있다고 분석하고 캐럴 대프니 콜, 도나 쇼, 루이스 펠리페 하신토를 관찰한다.

한편, 마이클은 버나드와 폴린에게 반지를 주면서 청혼한다.

(라디오 뉴스) “케플러의 중력이 당기는 힘에 지구 자전이 느려지면서 낮과 밤이 각각 19시간으로 늘어나니 대비하세요” 

인사 담당자는 캐럴이 애플비스를 회사 동료들과 즐길 수 있는(회식, 직장 동료들의 모임) 공간으로 만든 데 주목한다. 원래 뒷조사를 하려고 했을 뿐인 “인사 담당”은 애플비스를 찾았다가 한껏 즐기게 된다.
관리자들이 보고서를 독촉하자, 인사 담당자는 캐럴이 회사 동료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면서 ‘기분 전환’이라는 회사가 친구들이 서로를 아끼는 공동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회사가 케플러로 인한 슬픔과 광기에 빠져 붕괴하는 걸 막으려면 캐럴을… 그 순간, 캐럴이 인사 담당자의 사무실을 방문한다. 캐럴은 인사 담당자의 이름이 캐슬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곧이어 “아무 이유 없는 히스테리 발작”을 초래한, 가장 먼저 울기 시작한 사람이 캐슬린이었다는 사실을 시청자는 알게 된다.

캐럴은 모두와 함께하는 애플비스 의자의 감촉을 즐기며 행복해한다.
캐슬린은 보고서를 책상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퇴근한다. 제작진은 보고서의 결말을 시청자에게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케플러가 도시의 마천루 위로 떨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무섭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해서 무척 마음에 드는 연출.

애니메이션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포스터 ⓒ2023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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