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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고 털어버릴 수 있는 단권짜리 만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2권짜리 완결만화.
그리고 ‘가볍게 털어지지 않잖아, 이거!!!’ 하시게 될 만한 작품. <-

2001년작.

그림체는 ‘모에’형 일본만화와는 거리가 멀고
펜촉을 이용해 흑백으로 섬세하게 그린 그림동화 일러스트 같은 느낌. 여기에 스크린톤이 일반적인 일본만화식으로 쓰이고 있다.

톱니바퀴로 만들어진 신과 50년에 한 번씩 그 신의 존재를 갱신하는 인류에 대해 그린 몽환적인 이야기.
결론적으로 소프트 SF 장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판타지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세계종교 ‘마리’.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마리라는 신을 숭배하고 있다. 이 세상은 평화롭고 사람은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특히 이야기의 무대인 피리토의 땅은 광산과 톱니바퀴 기계장치가 발달한 마을인데, 마리를 여신으로 구체화해서 숭배하고 있다.

주인공 카이는 어렸을 적 바다에서 보름간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이후, 세상의 온갖 소리 특히 하늘에서 들려오는 ‘마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소년이다.
그리고 피피는 그런 카이를 오랜 세월 짝사랑해왔고, 일반인 중에서 유일하게 그를 $%할 수 있는 소녀이다. 피피는 여신 마리라는 막강한 사랑의 라이벌을 두고 번뇌하지만, 카이는 오로지 하늘을 떠다니는 마리만을 바라볼 뿐이다.

두 권 내내 신비와 반전이 연이어지는 만화이지만,
일단 단순하게 카이와 마리에 대해 서술하자면
인류에게 새장 속의 온화한 평화를 줄 것인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분쟁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답은 분명하고 (후기를 대신하는 마지막 문구가 「고된 이 세상에서 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마리가 연주하는 음악’이 될 수 있다면…」 이니까 말 다 했다)
이것은 일본작가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쁜 뜻이다)
‘분쟁을 실현하는 인간’이 ‘새장 속의 평화’를 감히 어찌 우습게 여기거나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만약 이것이 미국 SF였다면 어쨌든 간에 인간의 자유의지와 가능성을 존중하는 이야기로 흘러갔을 텐데 말이다.
단, 판타지 장르로 국한해서 생각하고 담담하게 감상하면 꽤 힐링이 돼 주는 어른의 동화이다.

나 같은 독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야기 말미에서 피리토의 땅 사람들은 마리와 카이에 대해 몇 가지 추측과 해석을 더해놓고 있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반전이 계속된다는 느낌이므로 끝까지 집중해서 ‘평온하게’ 이 이야기를 즐기시기 바란다.



도서정보
마리가 연주하는 음악, 후루야 우사마루 지음, 애니북스, 2007년 8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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