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태양의 제국 (Empire of the Sun)
1987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크리스찬 베일, 존 말코비치
장르 : 드라마, 역사, 전쟁
상영시간 : 152분

J. G. Ballard의 자전적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1941년~45년, 태평양전쟁 때의 이야기. 중국의 상하이에는 조계가 있어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외교관 보호법으로 보호받으며 호의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 당일부터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주인공네 가족은 뒤늦게 중국 땅을 떠나려고 하지만, 인파에 밀려 그만 서로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한참 전쟁의 포화가 울려 퍼지는 세상에 덜커덕 외톨이로 남겨진 주인공 제이미 그라함(크리스찬 베일 분). 이제 소년은 이 험한 세상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일본한테 많이 당한 우리 입장에선 영 개운치 않은 영화. 웅장하게 쿠과광하고 그려내진 않았어도 일본군을 미화하는 뉘앙스가 분명히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팔짱 끼고 동양을 보는 그릇된 로망이 표출된 것 같은 느낌. 어린 소년이 카미카제 일본군을 보며 “애국심과 충성심에 대한 미묘한 느낌을 가진다”는 장면을 넣는다는 게 참…. 주인공은 아직 한참 어리니까 하고 넘어가기엔 스톡홀름 증후군이냐고 딴죽도 걸고 싶어지고, 그놈의 거수경례 계속 나오는 것도 아주 못마땅해요. 어린 소년이 마음 둘 데 없이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으며 일그러져 가는 모습을 그려냈을 따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보고 있으면 화만 날 뿐이거든요. 태평양전쟁 말, 일본청년이 덴노만세 세뇌의식을 치르고 고물 전투기로 막 출격하려는 찰나에 푸시식하는 걸 보고 짜증을 내며 우는 장면에 이르면 보는 사람은 그냥 넉 다운. 일본군의 태평양전쟁 양상에 대한 책을 다섯 쪽이라도 읽어보았다면 이 영화는 죽도 밥도 안 된 거라고 삐죽거리며 지나칠 수밖에 없는 그런 물건? 뭐, 옛날 영화니까요.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구 위에서 한창 떵떵거리던 시절에 나온 영화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역시 화가 난다. 원작자부터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영국인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었는가. 그래서 줄도 안 띄우고 그냥 이렇게 두닥닥 씁니다.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본 태평양전쟁 이야기, 외톨이 어린 소년의 정체성 찾아가기, 성장분투기라고 좋게 좋게 봐주기에는 너무 거슬리는 장면이 많아요. 이 영화의 가치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어린 시절에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주장해봅니다.

이 13세의 영국 배우 소년은 잘 자라서 훗날 다크 나이트가 되지요.
.
.
.
.
.
진지하게 한 줄 덧붙이자면,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하여 그 시절의 상하이 조계를 현실적으로 재구성해냈다는 점이 역사 장르 영화로서 볼만한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네요……. 80년대였기 때문에 그렇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봅니다.


이 DVD는 아주 옛날에 나온 것이라서(제작년월일 2001.9) 영화 본편을 보려면 앞면, 스페셜피처를 보려면 뒷면을 위로 해서 넣어야 합니다. 옛날 카세트테이프 생각나는 양면방식.

하도 블로그를 방치한 것 같아서 뭐라도 끼적일까 하고 오래간만에 꺼내봤어요. 그리고 뒷목에 혈압…… 하하하. 옛날의 저는 객관적으로 보려고 폼 잡으면서 이런 이야기라도 담담하게 보던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어휴! 잘 안 되네요. 안 됩니다. 일본의 우경화 관련 뉴스가 오늘날처럼 허다하게 나오는 판국에야 더더욱. 마음이 닫혀만 갑니다…….

본 리뷰에 인용된 이미지 등에 대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C) Warner Bros./Amblin Entertainmen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