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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관객평점이 참 안 좋은 영화……이지요, 네…. 해서 이 영화를 볼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쇼핑몰 잘못으로 모 DVD를 구할 수 없게 된 일이 있었을 적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충동구매. ㅇ<-<


사놓고서 한 번도 쓰지 않은 PS3 리모컨. 서랍에서 발굴한 뒤 리빙박스 깊숙한 데 집어넣기 전에 한 장 찍어봤습니다.



고티카 (GOTHIKA)
2003년

감독 : 마티유 카소비츠
주연 : 할리 베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페넬로페 크루즈
장르 : 공포, 스릴러
상영시간 : 98분
등급 : 15세 이상

‘헌티드 힐’(1999), ‘13고스트’(2001), ‘고스트쉽’(2002)의 다크 캐슬이 스피디하게 제작한 공포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수잔 다우니. (이 당시에는 수잔 레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영화를 통해 수잔 레빈을 만났으며 2003년에 약혼, 2005년에 결혼.



여성 정신치료 감호소에서 근무하는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정신과 상담의인 주인공 미란다(할 베리).
그녀는 어느 비 오는 날 퇴근길에 괴이한 사건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어느덧 사흘이 지났으며 기억에 없는 사흘 전날 밤에 사랑하는 남편을 토막살해한 용의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주인공은 신경쇠약과 환각, 환청, 기억장애 등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일하던 감옥에 거꾸로 갇혀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됩니다. “무죄를 증명하거나 저지른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여자”가 되지요.



오디오 코멘터리에 따르면 관객 위주의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깊이 감정이입을 하고 주인공과 같은 수준에 있으면서 비슷한 타이밍에 비슷한 의심을 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미란다가 남편을 아주 사랑했다는 정황, 누명을 썼다며 미친 듯이 억울해하는 현재, 수상쩍은 주변인물. 이 인물은 우리 편인가? 저 인물은?
관객도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여러 정신질환을 보이는 미란다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지경에 빠져서 사건을 추리하게 됩니다.

일부러 계산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람 참 헷갈리게 하는 영화이지요.
주인공의 신경쇠약, 신경증이 문제인 것인가? 주인공의 인간관계가 문제라서 누군가가 그렇게 되도록 조종한 것인가? 초자연현상의 진상은 무엇인가? 주인공의 환각, 환청, 망상, 자해에 불과한가? 아니면, 현실인가?



!!! 아래로 스포일러 있습니다 !!! 



한 줄로 정리하자면
“고전적인 유령 이야기”에 사이코 스릴러와 추리 장르를 끼얹은 공포영화라는 것.


이성적 논리의 소유자가 “논리가 다가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의 여정?
주인공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영화 속의 현실은 논리적이지 않아요. 유령이 말 그대로 진짜 유령이었어요……. 게다가 상당히 능력 있고 파워풀한 유령.

개인적으론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달리는 사이코 스릴러이기를 바랐는데요.

초반부터 별별 추측을 다하면서 영화를 보게 돼 있고, 관객과 주인공의 호흡이 딱딱 맞아드는 시나리오라서 사건의 진상이라든가 반전 같은 것이 뭐 그렇게 반전처럼 느껴지지 않더군요. 주인공과 동시에 “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엔 ‘크리미널 마인드’(2005~) 같은 독한 드라마가 많이 나온 터라 그런 쪽을 많이 접해보신 분들께 이 영화는 스케일이 작아 보일 여지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이 공포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과연 어떨는지 모르겠어요. “유령이 나올 뿐인 추리물”이 될라나요?



하지만 할 베리의 열연 하나만으로도 한 번은 봐줄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할 베리 좋아하시면 꼭 보셔야 할 거구요.
거의 할 베리 1인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높은 비중과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줍니다. 감독&촬영감독 오디오 코멘터리에서도 할 베리가 너무 몰입해서 진정을 시켜야 할 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요. 립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그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정도.

블루레이 표지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페넬로페 크루즈 얼굴도 나와 있습니다만
두 배우의 비중은 대단히 낮아요.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는 아주 불쌍한 여인을 연기했지요. 이 영화가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화인 덕분에 엔딩에 아름답게 나오는 한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릭터에 대해서. !!! 스포일러 다시 한 번 조심하셔요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첫 등장 시부터 관객더러 의심하라고 만들어진 캐릭터인 피트 그래햄을 연기했습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캐릭터도 그렇긴 하지만.)

감호소 내 동료의사. 자신의 상사를 남편으로 둔 유부녀 직장동료에게 수작을 거는 것 같은, 우리 편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하고 수상쩍은, 캐릭터.

하도 등장이 적어서 차라리 흑막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결국 그런 캐릭터 아니었구요. 막판의 막판의 막판에 아주 아주 뒤늦게사 주인공을 믿어준 역할. 이른바 뒷북 캐릭터. 액션영화의 뒷북경찰 포지션.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감독이
“로버트는 큰 연기도 필요 없는 적역이었습니다.
굉장히 미묘하게 연기를 전개해나갔죠.
힘 안 들이고 하는 듯 보이는 장인처럼요.
독특한 면이 있죠.
자신의 타고난 독특함을 연기에 응용할 줄 압니다.”
라는 코멘트를 날려줍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있어서 ‘고티카’는 인생의 바닥을 한 번 찍고서 다시 올라오는 시점에 찍은 영화였지요. 연기는 잘 하지만 그저 그런 조연배우로 머무를 뻔 했던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고 끝내는 토니 스타크가 되었습니다.




그밖에 인상적이었던 것 메모

― 유리로 된 관찰실.
― 영화 초반의 초초근접샷. 목을 훑다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까지 보여주는 장면.
― 푸르른 색조의 화면들. 아름다운 조명. 영상미. 무섭지는 않은데, 화면이 예쁘다고 느낀 장면이 많았어요.
― 감독은 직감과 느낌으로 가는 스타일. 촬영감독은 사전에 준비와 메모를 많이 하는 스타일. 촬영감독이 아주 고생했겠습니다.
― 감호소 탈주씬 중 유령이 아주 특이하게 걷는 씬이 있는데, 배우에게 아주 천천히 걷게 하고 6프레임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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