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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Noah)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천년을 흐르는 사랑, 더 레슬러, 블랙스완)
장르 : 액션, 어드벤처, 드라마, 종교 영화 아님
러닝타임 : 139분
등급 : 15세 이상
화면비 : 1.85:1
기타 : 아트모스 포맷도 지원하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은 것인지……?


― 제 마음 속 올해 첫 블록버스터. (제작비 1억 2500만 달러 추정)
― 그런데 실은 앞서 ‘폼페이: 최후의 날’(2014/02/21)이 1억 달러를 썼고 ‘300: Rise of An Empire’(2013/03/07)가 1억 1000만 달러를 쓴 바 있습지요.

― 화면비 1.85:1이므로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관람하기 딱 좋은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로케이션지,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아이맥스로 보는 재미!

― 그러나 왕십리 아이맥스는 곧 캡틴 아메리카의 차지가 될 예정입니다.

― 아이맥스 예고편은 놀라운 거미남 2와 고질라. (흑흑, 벌써부터 생각만 해도 불쌍한 트랜센던스ㅠㅠㅠㅠㅠㅠ)

― 다시 ‘노아’ 이야기로 돌아와서
개봉 전에 유대인 단체 및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가진 뒤, 감독과 파라마운트가 투닥투닥 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승리했구요. 얼마나 심하길래 싸웠나 궁금했는데… 날 낚았구나, 파라마운트!!!

― 그냥… 제 눈에는 현대적이고 할리우드적인 상상력으로 적당히 각색한 영화로 보였어요. 기독교인들은 이 정도 각색도 참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것인가요. 그러니까 텍스트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제 안에 있는 거겠지만요.

― 대낮의 밝은 하늘에도 별이나 은하가 보인다는 것이 어쩐지 감동적이었습니다. 배우 얼굴은 안 보고 자꾸 하늘만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 개발지상주의의 폐해……라는 메시지를 노아를 다룬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이야.

― 인간을 도우러 내려온 천사를 타락천사로 설정하고 외모를 골렘처럼 만든 뒤에 “감시자들”이라는 이름을 붙인 센스는 뭔가 좀 대단히 그래픽노블스럽지 않았나요?
이런 부분도 딱 할리우드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어린 소년소녀의 외모로 만들고 뭔가 괴랄한 조건 발생 타입의 이능력자로 설정해서 기억에 봉인을 걸고 주인공 옆에 붙여두면 일본 만화적인 상상력이 됩니다. (퍽퍽) 

― 그런데 진짜로 2011년의 그래픽노블 "Noé: Pour la cruauté des hommes" ("Noah: For the Cruelty of Men")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는군요.

― 감시자들의 프레임이 뚝뚝 떨어지는 움직임을 만들면서 VFX 담당자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아이고, 편해라. 신난다! VS 감독님, 진짜 이걸로 괜찮겠어요? VS 까라면 까야지.

― ILM(Industrial Light & Magic)은 영화 ‘퍼시픽 림’의 VFX도 담당한 바 있지요. 이 회사 컴퓨터에는 물, 바다, 바닷속, 비, 비가 내리치는 바다를 묘사하는 노하우가 엄청나게 쌓여있겠어요.

― 감독이 아날로그식 연출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감시자들의 움직임이 투박했던 이유도 사실 그래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자비의 시간은 끝났어. 이제 벌 받을 시간이야.”

― 성격 고약하기로 유명한 배우가 성격 고약한 노아를 연기하니까 이보다 더 안성맞춤일 수 없…… 쿨럭쿨럭!

― 원래 크리스찬 베일과 마이클 패스벤더에게 노아 역 오퍼가 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케쥴 문제로 사절. 그 중, 크리스찬 베일은 나중에 모세가 되어 돌아오겠군요.

― 산딸기.

― 므두셀라 앞에서 “혼자 늙어죽는 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라고 하는 손자며느리.

― 신의 대행자는 신입니까? 영화 속 그 누구도 므두셀라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봐주지 않네요?
그런데 또 노아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나약한 캐릭터로 묘사되었지요. 인간적이라는 것은 자기의지를 가지고 관철해나간다는 그런 것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에 따른 책무를 다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고. 여하튼 자기의지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는 영화였습니다.

― “저도 인간입니다. 왜 저와는 대화를 안 하십니까.”

― “짐승이 우리에게 봉사해야 해.”

― 심히 파괴적이고 탐욕적인 부분을 빼면 두발가인의 대사들은 공감 가는 점이 많았지요. 우리 현대인의 표상 같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결국 노아의 자손들도 카인의 자손과 별다를 것 없다는 것입니까…… 하고 좌절하는 저 같은 관객을 위해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함을 광야로 내보냈습니다…. 감독님, 치사해요! 크.

― 선택권. 자기의지. 가슴을 가득 채우는 사랑. 내리사랑. 가족애. 신의 사랑.

― 이 영화는 감독에게나 파라마운트에게나 썩 그리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겠다는 예상이 듭니다. 차라리 홍수 신화를 확 비틀어버린 영화를 새로 창조해내는 것이 어땠을까 하고 여기 이 찌끄레기 한 명의 관객은 중얼중얼거려봅니다…….
나중에 케이블에서 재탕, 삼탕할 때마다 뭔가 새로운 감상이 들겠거니 싶기는 한데요, 지금 당장은 뭔가 여운이 약하다는 느낌이에요.

― 우리말 번역자 이름이 “치킨런”.
요새는 닉네임을 쓰는 분들이 좀 계시는군요. “애비게일”이라는 닉네임도 어느 영화에선가 본 것 같은데!





― 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가준 친구는 성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노아에 대해 아주 엉뚱한 이야기를 하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고 오,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몇 군데만 발췌해보겠습니다.

무교인 사람에게 굳이 성서를 강제로 읽히고픈 마음은 없고, 인문서적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지만…… 그 친구는 이 포스팅을 읽지 않겠즤…… 안 그래도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변방의 블로그인 데다……… 중얼중얼.


야훼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야훼께서는 “내가 지어 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 버리리라.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 버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 하고 탄식하셨다.
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

창세기 6:5, 공동번역 성서, 대한성서공회 발행, 1977


야훼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식구들을 다 데리고 배에 들어 가거라. 내가 보기에 지금 이 세상에서 올바른 사람은 너밖에 없다.
깨끗한 짐승은 종류를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암컷과 수컷으로 두 쌍씩, 공중의 새도 암컷과 수컷으로 일곱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 가 온 땅 위에서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여라.
이제 이레가 지나면,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쏟아, 내가 만든 모든 생물들을 땅 위에서 다 없애 버리리라.”
노아는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다 하였다.

땅 위에 홍수가 난 것은 노아가 육백 세 되던 해였다.
노아는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홍수를 피하여 배에 들어 갔다.
또 깨끗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그리고 새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길짐승도
암컷과 수컷 두 쌍씩 노아한테로 와서 배에 들어 갔다. 노아는 모든 일을 야훼께 분부받은 대로 하였다.
이레가 지나자 폭우가 땅에 쏟아져 홍수가 났다.

창세기 7:22, 상동


이월 이십 칠일, 땅이 다 마르자,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서 나오너라.
새나 집짐승이나 땅에서 기어 다니는 길짐승까지, 너와 함께 있던 모든 동물을 데리고 나와 땅 위에서 떼지어 살며 새끼를 많이 낳아 땅 위에 두루 번져나게 하여라.”
노아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서 나왔다.
들짐승과 집짐승과 새와 땅 위를 기어다니는 길짐승들도 그 종류별로 모두 배에서 따라 나왔다.
노아는 야훼 앞에 제단을 쌓고 모든 정한 들짐승과 정한 새 가운데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 바쳤다.
야훼께서 그 향긋한 냄새를 맡으시고 속으로 다짐하셨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전처럼
모든 짐승을 없애 버리지 않으리라.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밤과 낮이 쉬지 않고 오리라.”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내리시며 말씀하셨다. “많이 낳아, 온 땅에 가득히 불어나거라.
(생략) 살아 움직이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 내가 전에 풀과 곡식을 양식으로 주었듯이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
그러나 피가 있는 고기를 그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생략)
너희는 많이 낳고 불어나거라. 땅 가득히 퍼져 땅을 정복하여라.”

창세기 8:14, 상동


배에서 나온 노아의 아들은 셈과 함과 야벳이었다. 함은 가나안의 조상이다.
이 세 사람이 노아의 아들인데, 온 세상 사람이 그들에게서 퍼져 나갔다.
한편, 노아는 포도원을 가꾸는 첫 농군이 되었는데,
하루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마침 가나안의 조상 함이 아버지가 벗은 것을 보고 밖에 나가 형과 아우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셈과 야벳은 겉옷을 집어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으로 들어 가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 드렸다. 그들은 얼굴을 돌린 채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지 않았다.
노아는 술이 깨어 작은 아들이 한 일을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형제들에게 천대받는 종이 되어라.”
(생략)
노아는 홍수가 있은 뒤에도 삼백 오십 년이나 더 살아,
모두 구백 오십 년을 살고 죽었다.

(생략)
함의 아들은 구스, 에집트, 리비아, 가나안,
구스의 아들은 스바, 하윌라, 삽다아, 라아마, 삽드가, 라아마의 아들은 세바와 드단이었다.

창세기 9:18, 상동




인류가 지금 발굴한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수메르 문명의 점토판에 적힌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 문명은 수메르에서 출발했다고들 말합니다. 수메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여러 도성국가들의 연맹체를 말합니다.
(수메르의 점토판은 많이 남아 있어서 개중에는 체벌을 받은 학생이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집으로 선생님을 초대해서 새 옷과 반지 등을 선물하는 내용도 있고, 어느 아버지가 빈둥대는 아들에게 공부 좀 하라고 야단치는 내용도 있고, 법조문도 있고, 판례문도 있고, 동물설화도 있고, 격언집도 있고, 자장가도 있고……)

지역도 가깝고 하니, 당연하게도 수메르의 신화는 이스라엘 쪽 신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비슷한 홍수 신화를 비교해서 읽어보면 아주 재미있지요.

수메르의 신들은 작은 신들이 노동자 시위를 일으킨 것을 기회로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운하 건설 좀 대신하라구요.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아주 많아지자, 대기의 신 엘릴은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면서 거대한 홍수를 일으켜서 사람들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지하수의 신 에아는 몰래 사람 한 명(이야기마다 자우수드라 혹은 아트라하시스 혹은 우트나피쉬팀으로 달리 불리는데, 여하튼 줄거리는 똑같습니다)에게 홍수를 경고하고 배를 만들라고 조언하여 살아남게 해줍니다.

에아는 그들의 말을 갈대 담에 대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생략)
부를 놔 두고, 생명을 구하라.
재산을 버리고, 생명을 유지하라.
온갖 생물의 씨를 배에 실어라.
네가 만들 배는
그 크기를 잘 재어서 만들어라.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똑같도록 하라.
앞수(지하수)가 덮인 것 같이 지붕을 만들어라.”

(생략)

새벽이 되자,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목수들은 도끼를 들고 왔으며,
갈대밭의 일꾼들은 돌을 가져왔다.
(생략)
어린아이들도 아스팔트를 가져왔다.
가난한 사람들도 무엇이든 필요한 것들을 가져왔다.

p.124~125, 수메르 신화, 조철수 지음, 도서출판 서해문집, 2003


애를 낳는 여자처럼 긴박했던 폭풍과 홍수는
이 전쟁을 가라앉혔다.
바다는 잠잠해졌고 폭풍은 가라앉았으며,
홍수는 그쳤다.
나는 날씨를 보았다.
잠잠해졌다.
모든 인간들은 진흙으로 돌아갔다.
들판이 지붕처럼 평평해졌다.

내가 창구를 열자, 빛이 내 뺨에 닿았다.
나는 몸을 굽히고 앉아서 울었다.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바다 끝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열두 번이나.
한 섬이 올라왔다.
배는 니무쉬 산에 머물렀다.
니무쉬 산은 배를 꼭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하루, 둘째 날 니무쉬 산은 배를 꼭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셋째 날, 넷째 날, 니무쉬 산은 배를 꼭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다섯째 날, 여섯째 날 니무쉬 산은 배를 꼭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일곱째 날이 되자,
나는 비둘기를 꺼내어 내보냈다.
비둘기는 나갔다가 돌아왔다.
쉴 곳이 안 보여서 되돌아왔다.
나는 제비를 꺼내어 내보냈다.
제비는 나갔다가 돌아왔다.
쉴 곳이 안 보여서 되돌아왔다.
나는 까마귀를 꺼내어 내보냈다.
까마귀는 나가서 물이 빠진 것을 보았다.
먹고, 주위를 돌고, 뒤돌아간 후,
되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을) 꺼내 놓고 네 방향으로 제물을 바쳤다.
(생략)
신들은 그 향내를 맡았다.
신들은 그 좋은 향내를 맡았다.
(생략)
위대한 여신(이쉬타르)이 당도하자마자,
(생략)
큰 파리 모양의 돌들을 들어올렸다.
“보시오, 신들이여,
나의 이 라피스 라줄리 목걸이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 날을 기억할 것이며,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신들은 헌주제에 오시오.
엘릴은 헌주제에 오지 마시오.
그는 홍수를 일으키기 전에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엘릴이 당도하자마자,
그는 배를 보았다.
엘릴은 화가 났다.
(생략)
에아는 입을 열고
용사 엘릴에게 말했다.
“당신은 신들의 현명한 용사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상의하지 않고 홍수를 일으켰습니까?
죄인에게 그의 죄를 감당하게 하시고,
범죄자에게 그의 범죄를 감당하게 하시오.
관대하시오. 멈추지 않게 하시오.
(생략)”
(생략)
엘릴은 배 속으로 올라왔다.
그는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 아내를 일으켜 세우고 내 옆에 무릎 꿇게 했다.
그는 우리 이마에 손을 얹고,
우리 사이에 서서 우리를 축복했다.

p.129~133, 수메르 신화, 조철수 지음, 상동


에아의 해명 및 조언을 들은 엘릴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바꾸어 우트나피쉬팀(이스라엘 인의 창세기에서 노아가 되는 인물)에게 축복을 내리고 그들 부부를 신처럼 살게 해줍니다.
나중에 길가메쉬가 불로초를 구하러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왔다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대홍수 신화가 비단 그쪽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 신화에도 있고, 인도 신화에도 있고, 한국 설화에도 있고, 브라질 신화에도 있으며 중국 신화에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마지막으로 브라질 신화를 발췌해서 읽을거리로 남겨놓고 이만 본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어라, 영화 한 편 보고 와서 쫑알쫑알 적어내리기 시작한 글이 어쩌다 요로코롬…….)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은 분들은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7년 전, 세계 신화에 확 꽂혀서 구립 도서관, 시립 도서관 막 돌아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와인카우라를 구한 베누스 : 브라질 신화 

(생략) 이 신화는 인간의 형상으로 대지를 방황하는 베누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흉측한 외모 때문이었다. 궤양투성이인 그의 몸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으며,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면 파리 떼가 검은 구름처럼 붕붕거리며 그를 쫓았다.
그렇지만 와인카우라라는 인디언의 집에 도착하여 길을 잃었다고 말했을 때 베누스는 환대를 받았다. (생략) 처녀인 자기 딸의 넓적다리에 앉으라고 베누스에게 말했다. 베누스가 그의 말대로 자리를 잡고 앉자 와인카우라는 그의 종기를 부드럽게 씻어주었다.
그날 밤 베누스는 인디어들이 서로 학살하고 심지어 화살로 어린애들을 죽일 만큼 포악해졌기 때문에 와프토크와 신이 분노했다고 와인카우라에게 미리 위험을 알려주었다. 이런 만행에 진저리가 난 와프토크와는 인간 종족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다. 베누스는 만약 살아남고 싶다면 서둘러 소지품을 챙기고 비둘기를 죽여야 한다고 와인카우라에게 귀뜸했다. 와인카우라는 그의 말대로 실행에 옮겼다.
와인카우라가 비둘기를 데리고 돌아오자 베누스는 그의 딸과 동침했다고 고백했다. 베누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상을 제안했지만 와인카우라는 거절했다. 그러자 베누스는 비둘기의 연약한 몸통을 붙잡고 와인카우라 가족 전체가 들어갈 만큼 커다란 배로 변화시켰다. 와인카우라의 가족은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베누스를 어두운 하늘로 데려갔다. 이윽고 먹구름이 몰려들고 천둥소리가 점점 커지고 오랫동안 폭우가 쏟아져 내려, 거의 모든 인디언들이 익사하거나 굶어죽었다. 오직 작은 비둘기 배에 피신한 와인카우라와 그의 가족만이 살아남아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p.73~74, 세계 신화 사전, 낸시 헤더웨이 지음, 신현승 옮김, 세종서적, 20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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