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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그 나이에 이 연도에 이제 와서 톰 크루즈에 홀릭했다. 나는 깔깔 웃으면서 ‘탑건’(1986)과 ‘어퓨굿맨’(1992)을 권해주었다. 나중에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지금의 톰 크루즈가 더 좋단다. 으익, 그럴 거면 블루레이 나나 빌려줘라! 했더니 재까닥 빌려주었다. 어, 뭔가… 내가 의도했던 리액션은 아니지만……
“작가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탑건’은 스포츠 영화입니다. 종목은 ACM 즉, 공중 전투 기동이고요.”
탑 건 (TOP GUN, 1986)
감독 : 토니 스콧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악마의 키스’ 혹평 때문에 3년을 쭈그리고 있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유명감독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출연 : 이때도 친절했다는 톰 아저씨, 켈리 맥길리스, 이 영화의 쿨뷰티 담당 발 킬머, ‘ER’의 그 아저씨 안토니 에드워즈
어이쿠야, 이 블루레이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누가 (유이케이라고 쓰고 우웩이라고 읽는) UEK에서 수입, 배급한 물건 아니랄까봐 영화 본편의 우리말 자막 퀄리티가 아주 그냥 스트레스를 잔뜩 안겨주더라!!! 영어를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이건 초중급자 수준의 영어직역투로군요?!!!”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의 형편없는 자막을 선보인다. 배우가 우물거리는 부분 몇 군데에선 아예 자막이 안 뜰 정도. (크윽, 뒷목!) 무판권인가 싶어서 패키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을 정도이다. 하지만 분명히 파라마운트, UEK라고 적혀있는데 무판권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다행히 스페셜피처의 우리말 자막 퀄리티는 평범하게(!) 괜찮은 편이다. 심지어는 제작진 오디오 코멘터리에도 괜찮은 퀄리티의 우리말 자막이 잘 들어가 있다. 그런데 본편은 왜…???
본편보다 스페셜피처가 더 가치 있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소싯적에 제작 참여했던 사람들을 다시 찾아가서 그때 이 영화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인터뷰한 것 같은 내용들이 스페셜피처로 들어가 있다. 카피라이트를 봐서는 아마도 2009년 즈음?
초기 각본 단계에서부터 개봉 후 실생활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영화로 남았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86년의 블록버스터 오락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구구절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이라고 별다를 것 같지는 않지만.)
의외로 후반 편집이 거의 주먹구구식으로 관철되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도그파이트씬에 스토리를 넣어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만들어낸 것도 사실상 제리 브룩하이머인 듯하다. 내부 시사회 이후 로맨스 요소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컬러 오브 머니’(1986) 촬영 중인 톰 크루즈한테 쳐들어가서(라는 표현에는 과장이 들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시퀀스를 추가 촬영한 것이었다고 한다. 크랭크업 한참 뒤라 여배우도 머리를 짧게 커트한 상태여서 모자를 씌워서 얼버무린 것이라고 한다. 훌륭합니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톰 크루즈를 염두에 두고서 쓰여졌다. (그러니까 ‘탑 건’에 점수 좀 주라고, 톰 크루즈 좋아하는 이 아가씨야~!) 다른 젊은 배우들이 (영화상 필요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낄낄거리며 흥청망청 놀러 다닐 때, 톰 크루즈는 흥행을 걱정하며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지금처럼 발달된 VFX 기술이 없었다. 그야 서울 아시안 게임 시절이니까… 한국에선 집 전화기를 신청하면 2년 뒤에나 놔주던 시절이니까요. 그러나 제작진들은 리얼한 영상을 연출해내기 위해서 실제 전투기가 이래저래 날아다니는 모습을 촬영하기로 하고 미국 해군과 딜.
이로부터 현실과 영화적 각색 사이에서 피 터지는 설전이 벌어지게 된다……는 농으로 붙이는 말이…라는 게 농담이다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일례로 탑 건 트로피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아무도 졸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의 경쟁심은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영화적 재미나 비주얼을 위해서 여러 가지를 창작해 넣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나면 실제 군인들이 기술 고문에게 찾아와서 한 마디씩 했다고 한다. 그러면 기술 고문은 “ㅇㅇ그나마 난 이 영화가 뮤지컬영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음.”이라고 돌려주었다고 한다. 당시 기술 고문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는 여러 가지 것들은 현실웃음을 터지게 만들어준다. 아주 재미있었다.
파일럿 역할을 한 배우들은 실제로 F-14를 타기 위해 치르는 훈련 및 직접 전투기 뒷좌석에 타서 몇 G가 가해지는 비행을 경험해보았다. 우리가 아시안 게임 준비할 때 톰 크루즈는 전투기를 타보았습니다……. 물론 실제 촬영은 콕핏만 만든 세트에서 한다. 할리우드는 맨날 이러더라구요. 영화에 안 나오더라도 일단 배우에게 실제 경험을 시키고 본다….
단, 발 킬머는 전투기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를 위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듯? 그런데 좀 나는 ‘ㅋㅣ스 ㅋㅣ스 뱅 뱅’ 코멘터리 때도 느꼈지만, 발 킬머 성격이 썩 그렇게 동료들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서…… 흠.
발 킬머는 영화상에서 차갑게 구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실제로 카메라 바깥에서도 톰 크루즈에게 짓궂게 굴었다고 한다.
비치발리볼 시퀀스에서 자기가 진짜 멋지게 나온 장면이 편집 당했는데, 진짜 이유는 필름이 구워져서(노출이 심하거나 부족해서 못 쓰게 되었다는 뜻)라고 감독이 말해주었지만 사실은 톰 크루즈가 입김을 넣어서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밖에 헐벗은 라커룸 시퀀스에서 자기 운동 못해서 몸 별로니까 벗기 싫다고 찡찡거렸다거나 엔딩 즈음의 윙맨해라 네가 해라 대사가 너무 감성적이라며 하기 싫다고 버팅겼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브이’와 ‘스타쉽 트루퍼스’의 그 아저씨)는 본인의 연기가 군인 같지 않고 배우 같이 보여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한다. 군복 입은 채 한참 고민하는데, 어느 해군이 자기를 상사 대접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실제로 엔터프라이즈라는 항공모함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감독이 하늘 좋고 햇빛 좋고 각도 좋고~ 하면서 촬영을 하려 하는데, 함장이 항로를 변경했다. (영화촬영은 해군작전에 얹혀가는 것일 뿐이었다.) 감독은 함장에게 항로를 도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함장은 비용을 이유로 들어 거절했다. 그러자, 감독은 5분 동안의 비용을 계산한 뒤에 2만 5천 달러짜리 수표를 써서 흔들어보였고, 함장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토니 스콧 “그게 제 ‘탑건’ 일화입니다. 건방진 놈처럼 굴었죠,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제작과정을 회고하는 인터뷰들은 그 시대를 실시간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충분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 특히 Berlin의 테리 눈이 짓는 환한 미소는 유독시리 인상적인 면모가 있었다.
Danger Zone - http://youtu.be/siwpn14IE7E
Take My Breath Away - http://youtu.be/Bx51eegLTY8
마지막으로, 이 블루레이의 화질은 좋지 않은 편. 큰 기대하지 맙시다. 화질 좋은 Young 톰 크루즈 블루레이를 찾으시는 분께는 사심 가득 담아 ‘어퓨굿맨’ 추천 드립니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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