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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전단지는 안 나오고 (혹은 내가 찾지 못했거나) 이렇게 엽서 4종만 나온 듯? 영화에도 나오는 타로 카드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컵의 기사, 은둔자, 태양, 심판.
영화에 타로 카드는 9장 정도 나오는데, 주인공 릭에게 스토리상 중요한 아이템으로 나온다기보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데에 쓰이고 있다. (은둔자와 태양 대신에 달과 죽음 엽서가 배포됐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엽서 뒷면은 다 똑같다. (어쩌면 이쪽이 앞면일지도.)

테렌스 맬릭 감독, 각본.
크리스찬 베일 주연. 다른 배우들은 잠깐 나왔다가 금방 들어간다. 휙 지나가기 때문에 누가 나오는지 살피는 재미도 있다. (나중에 스크롤 올라가는 걸 보는데 “보이스 : 벤 킹슬리”라고 돼 있어서 놀랐다.)

118분짜리 난해한 현대미술? 영상화보집 같은 느낌. 사람의 실제 시선처럼 움직이는 카메라워킹이 현란하다. 환락의 도시 광고영상 같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해변은 원 없이 볼 수 있다. 예쁜 바닷가 영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동어반복이 심하다. 화면, 인물, 대사, 갈등이 비슷하게 되풀이된다. 장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황야를 방황하는 아들의 이야기. 이 “아들”이 꼭 릭 한 명만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다.
동생의 자살, 아버지와의 불화, 한 여자에게 정착을 못하는 방랑기질은 LA에서 성공한 작가인 주인공 릭의 영혼을 뒤흔든다. 릭의 곁에는 능력 있는 배우자, LA 미녀, 정신적 여정을 추구하는 여자 등이 머물다 가지만, 그는 방황을 멈추지 못한다. (릭은 어딘가를 걷고 또 걷고 둘러보고 다시 걷는다.) 방황하는 바람둥이에게 LA 미인들의 사랑담과 인생담은 전혀 소용없다. 약간 농담조로 써두는 말인데, “나는 이 남자를 바꿀 수 있다”는 여자들의 판타지에 경종을 울리는 느낌도 받았다. 황야를 방황하는 아들을 붙잡을 수 있는 건 아마도 그의 아들뿐? 이마저도 회의적이지만. (마지막 여자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끼적여두는 말이다.) 영화가 자유 카드와 “시작하자”는 대사로 끝나기는 하는데, 118분 꾸려온 내용으로 보아서는 엔딩 너머 그 어딘가에 마냥 행복한 에필로그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막연한 인생 그 자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생이 참 막연하지? 잘 꾸려가지도 못하겠고”

번역은 홍주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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