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인의 사무라이'와 '황야의 7인'을 본 적이 없어 '매그니피센트 7'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작영화들을 봤더라면 "그 명작을 이렇게 만들어놓다니!"하고 화를 냈을까, "오호, 이것이 또한 리메이크의 나아갈 방식인가?"하고 호의를 표했을까. 존재하지 않은 과거의 나는 그만 집어넣겠다. 나는 오늘날의 이 '매그니피센트 7'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어차피 서사가 뻔하다면, 이렇게 인물의 개성을 강조해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킹스맨'도 그런 식으로(서사보다 인물개성 중심) 만들어진 영화였었지 않나???

영화를 보는 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닌 단어는

다양성
다양성
다양성

'스타 트렉 비욘드'와 '싱글맨'에 이어서 본 '매그니피센트 7'은 나의 머리에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마구 꽂아 넣어댔다ㅋㅋㅋ 크리스 프랫 주연의 액션물을 보러갔다가 속절없이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올 수밖에 없었다ㅋㅋㅋ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을 리 없다! 착한 사람, 나쁜 놈, 강인한 남성, 강인한 여성, 연약한 남성, 공식 영장 집행관, 범죄자, 미국인, 멕시코인, 동양인, 프랑스인, 아메리카 원주민, 브로맨스, 브로맨스, 브로맨스, 가족애가 나온다구요, 133분짜리 이 영화에는!!! 여기에다 면피성으로 넣은 듯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얼마나 놀랍고 기분 좋은지! 안톤 후쿠아 감독은 모든 인물에게 분명한 개성(character)과 초점(focus)을 부여하고 있었다.
가장 비중이 큰 주인공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 분)은 무언가를 두려워하거나 거리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를 차별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설이 생각난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샘 치좀이라는 인물로써 이상향을 그려냈는지도.
그러고 보니, 서부극의 주인공이 샘 치좀이라는 점이나 (이 영화는 덴젤 워싱턴이 찍은 첫 서부극이라고 한다.) 1879년의 미국 서부에 동양인(이병헌 분)이 있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다니, 굉장하다….

이 영화의 뚜렷한 브로맨스 묘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에게 입체적으로 들어간 개성만큼 집행관-범죄자, 통솔자-원주민, 도박꾼-무법자, 전설의 명사수-동양인, 북부군 출신-남부군 출신, 원주민 학살자-원주민 하는 식으로 이래저래 묶이기도 해서 꼭 두 명씩 짝지어진 것은 아니더라.
대놓고ㅋㅋㅋ 보여주는 굿나잇 로비쇼-빌리 락스 콤비와 패러데이-바스케즈 콤비는 퍽 보기 좋았다. 전자는 원숙하고 후자는 풋풋하다ㅋㅋㅋ 바스케즈는 패러데이를 안지 얼마나 됐다고 @ #$에서 %^을 ^었던 건지ㅋㅋㅋ

나는 이 영화가 남녀 간 로맨스에 러닝타임을 소모하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엠마라는 인물에게는 매그니피센트 7과의 연애가 필요 없도록 설정돼 있다.
엠마는 처음부터 강한 여성은 아니다. (갑자기 '클로버필드 10번지'의 주인공이 떠오르는군…….) 그러나 정의와 복수 두 가지 다 갈구하며 당차게 일어서서 끝내 본인의 손으로 그것들을 획득한다.

한국용 포스터라 이병헌이 가운데에 있나보다 했었는데, 아니오, 진짜로 비중이 큰 캐릭터였습니다. 위에 적었듯 안 그런 캐릭터가 없었지만. 빈센트 도노프리오 캐릭터도 잘 나와줘서 참 기쁘다! '더 저지'와 '쥬라기 월드' 때 시무룩해졌던 내 기억을 확 날려버리는 잭 혼이었다.

"헐리우드 진출 후 첫 정의로운 캐릭터"라니??? '이번에도' 양면성이 있는 캐릭터인 거겠지. '지.아이.조' 시리즈의 스톰 쉐도우나 '레드: 더 레전드'의 한조배나 이번 빌리 락스나.
내가 할리우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병헌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단순악역은 맡지 않는다는 것. (어, T-1000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계속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으나, 개봉한지 보름 만에 예매창이 전멸돼있었다. 고요히 뒷덜미를 타고 올라오는 깊은 빡침……! 스크린을 'ㅁㅈ'과 'ㅇㅅㄹ'가 다 잡아먹은 모양이다. 전자는 워너, 후자는 설탕회사 배급 아닌가? 오늘날, 나만큼 스크린쿼터제를 싫어하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부들부들)

본 리뷰에 인용된 이미지(동영상 포함) 및 텍스트 등에 대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MGM, Columbia Pictures, Village Roadshow Pictures 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