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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dne의_실타래

[冊] 시간의 주름

단련 2017. 8. 16. 06:00

시간의 주름 

어린이/청소년용 SF소설.
쉽게 읽을 수 있음. 어드벤처 판타지물 같은 분위기가 남.
5차원 이동, 일종의 정신감응력, 자유의지, 지구인과 다른 감각개념을 가진 외계존재들, 가족애 등을 다룸.
제목 '시간의 주름(Wrinkle in Time)'은 시공간의 주름을 잡아 단숨에 워프하는 "5차원 이동"을 가리킨다.
성서적으로 뚜렷한 선과 악의 대비 묘사 있음. "빛/종교인/예술가/과학자/개인"과 "암흑체/천편일률적이고 기계적 소모품 같은 존재들/개인이 아닌 것"의 대비.

주인공 메그(마가렛 머레이)는 치아교정기를 꼈고 근시용 안경을 썼으며 꼴찌반에 들어갔고 참을성이 없으며 난폭한데다 고집스러운 인물. 메그는 본인의 그런 면모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싫어하고 있다. 이러한 메그가 우주적 악의 존재인 암흑체로부터 (자기보다 스펙상으로 뛰어난) 가족을 구해낸다는 이야기.

12살 소녀의 여러 가지 단점("분노, 조급증, 고집")도 장점이 될 수 있었으니 어린 독자들에게 위축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 같은 메시지가 읽혔음. 너희 부모님이 뭐든 다 해내는 슈퍼히어로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스스로 일어서라는 교훈도 겸사겸사 주는 느낌이었고.
어린이용 + 1960년대 영미권 SF다운 여러 메시지에 대해서는 패스. 난 곧이곧대로 잘 휘둘려주는 독자이므로 울컥하고 감동받기는 했음.

번외 느낌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메그네와 가까이에서 보는 메그네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외부에서 몰이해와 오해로 쑥덕거리는 내용들이 실제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보니 피식 웃으며 넘겨볼 수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이런 상황이 그려졌다면 뒷목을 잡았겠지만, 작중 메그네의 실상은 긍정적이기에. (부모 둘 다 박사 학위를 여러 개 가짐. 부부 사이에 사랑과 믿음이 있음. 가족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음. 보장된 미인 유전자. 1녀 3남의 다자녀 가구. 화목하고 서로를 아끼는 가족. 무엇보다 개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운다! 이런 집안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헐뜯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메가퍼세크가 뭐지?"
캘빈이 물었다.
"우리 아빠가 붙인 내 애칭. 326만 광년이란 뜻이기도 하고."
"E=mc²는?"
"아인슈타인의 법칙."
"E는 뭘 나타내지?"
"에너지."
"m은?"
"질량."
"c²은?"
"초당 센티미터로 나타낸 광속의 제곱."
"페루와 인접하고 있는 나라들은?"
"전혀 몰라. 남미 어디 있겠지, 뭐."
"뉴욕 주의 주도는?"
"그거야 당연히 뉴욕 시지!"
"보스웰의 『새뮤얼 존슨의 생애』는 누가 쓴 거지?"
"아유, 난 영어라면 젬병이야."
(생략)
"한쪽으로 약간 치우쳤다는 건 나도 인정할게. 하지만 그건 얘 아빠랑 내 잘못이야. 그러면서도 얜 아직도 인형의 집을 갖고 노는걸."
"엄마아!"
메그는 당황하여 소리를 빽 질렀다.
"아유, 이런. 미안하다, 얘."
머레이 부인이 얼른 사과했다.

60~61쪽, 시간의 주름, 매들렌 렝글, 최순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1962 / 2001


술술 읽히는 우리말 번역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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