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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2 (All the Light We Cannot See)

프랑스의 시각장애인 소녀와 독일의 고아 소년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배경.
그들이 가진 육체적 악조건과 그것에 빛바래지 않는 재능, 주변환경, 주변인물, 시대상황에 따라서 개인의 삶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잔잔하게 다루었다. 하도 담담하고 잔잔해서 잔잔하다 못해 심심하다는 감상까지 생길 정도. 그러나 그 분위기 너머를 가만 생각하면 그들이 굉장히 어렵고 두려운 일들을 겪으며 살았음을 새삼 깨닫고 먹먹함을 끌어안게 된다. 두 권짜리 책을 다 읽고 덮은 새벽, 방바닥에 누워 작중 등장인물의 삶을 곱씹다가 왈칵 눈물이 치솟아 절절매는 경험을 다 해보았다. 특히 소년이 급한 상황에서 찢어낸 새(鳥) 그림만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 참느라 두통이 생길 지경이다. 평범한 사람이 고통스러운 시대를 떠밀리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란…. 감히 기적을 바라지 않는 오늘의 사소한 선의가 어느 날엔가 따뜻한 미래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랄 뿐.
프랑스인 소녀와 독일인 소년은 각자의 삶을 살다가 133캐럿짜리 보석과 라디오 방송을 매개로 딱 한 번 만난다. 전쟁터 한복판이라 말도 많이 못 나눈 것 같다. 그러나 충분한 대화를 나눈 것 같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큰 접점도 없었던 소년소녀의 만남에 억지 우연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덕분에 잠깐의 만남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밖에 독일의 일반인 여성이 전쟁 중과 전쟁 후 움츠리며 참아내야 했던 커다란 고통을 잊지 않고 그려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되 깊은 바다라는 느낌으로 와 닿는 작품이었다. 생각할 거리가 많고 여운이 오래 간다.



그의 귀에 하우프트만 박사의 말이 들린다. 과학자의 위업은 말이지, 두 가지가 결정한다. 그의 관심사와 시대의 관심사.

186쪽,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최세희 옮김, 민음사, 2014 / 2015


그녀는 진정하려고 애쓰면서 천천히 숨을 쉰다. 지금 그녀 베개 밑에 있는 작은 집과 그 안에 들어 있는 무시무시하게 부담스러운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에티엔 할아버지." 마리로르가 속삭인다. "아빠와 제가 여기 온 걸 원망하셨던 적 한 번도 없나요? 제가 작은할아버지 무릎에 던져지면서 마네크 아주머니와 함께 절 돌보셔야 했잖아요. 제가 작은할아버지 인생에 저주를 불러왔다고 생각하신 적 한 번도 없었나요?"
"마리로르." 에티엔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조카 손녀의 한 손을 꽉 움켜쥔다. "넌 내 인생에 온 것 중에서 최고야."


317쪽,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최세희 옮김, 민음사, 2014 / 2015


그는 잠시 멈추고, 프랑스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생각하느라 더듬는다. "그 음악 있잖아요, 달빛?" 그녀는 미소를 지을 뻔한다.

368쪽,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최세희 옮김, 민음사, 2014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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