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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dne의_실타래

[다큐멘터리] ALPHAGO

단련 2018. 11. 10. 06:00

ALPHAGO (2017)

다큐멘터리 영화.
넷플릭스 초기화면의 다큐멘터리 카테고리에 썸네일이 뜨길래 "허… 그 알파고?"하고 재생.

설령 서양인의 오만한 관점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일지라도 인공 지능에 대해서 다룰 테니 흥미롭게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바둑에 대한 예의와 이세돌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은 만듦새여서 여러 가지로 감명 깊게 볼 수 있었다.

바둑의 전통과 가치, 경기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고 이세돌의 천재적인 실력과 어린 시절, 인류를 대표한다는 부담감과 자신감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그렸다. 나는 바둑을 전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안타까움과 무력감, 기쁨과 존경심을 두루두루 느끼면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알파고이지만, 영리한 태도를 취한 다큐멘터리였다고 생각한다. 윈윈 전략을 느꼈다. 덕분에 재미있게 잘 보았다. 두 번이나 보았다. 어떤 장면 몇 군데는 여러 번 돌려보았다.

덧붙여 사운드 스코어가 무척 아름답다. Volker Bertelmann (Hauschka) 담당.
엔드 크레딧 영상도 인상적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수를 차례대로 점점이 찍어서 보여준다. (잘 모르겠지만 제2국의 37수와 제4국의 78수는 파랑색으로 표시한 것 같다.)



알파고는 딥마인드라는 런던의 인공 지능 개발 회사가 만든 인공 지능. 스스로 게임방법을 깨우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큐 초반에 벽돌깨기 게임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바둑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개수보다 많습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의 컴퓨터를 전부 모아서 100만 년간 가동한다고 해도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기엔 연산 능력이 부족할 겁니다. 뛰어난 바둑 기사에게 왜 그렇게 뒀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둬야 할 것 같았다는 말을 듣고는 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직관을 흉내 내는 기발한 알고리즘을 짰습니다"

1. 정책망 (Policy Network) - 고수의 경기를 따라 하기.
2. 가치망 (Value Network) - 수에 대한 승률 계산.
3. 나무 탐색 (Tree Search) - 미래 예측.

경기에 앞서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오류를 일으켜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고장이 나도 안 나도 무섭다는 IT 업계의 유머가 떠오른다. 발표 때는 고장 안 났던 것도 고장 난다는 유머도 떠오르고.)
이세돌과 바둑계는 당연히 이세돌이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세돌은 한국의 스타이기 때문에 딥마인드의 개발진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

다큐멘터리는 개발진과 이세돌, 해설자들의 표정과 분석을 세심하게 비추며 다섯 번의 경기가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제1국 
"인간이라면 인간의 승리를 바라는 게 당연하죠.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창조물이고 인간의 창의력과 지혜의 궁극적인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알파고가 하는 모든 일은 인간이 만든 학습 알고리즘과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이 만든 정보를 배웠기에 가능했습니다. 전부 다 인간에게서 나왔죠. 따라서 이것은 인간의 성취인 셈입니다"

제2국 
"프로 해설가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말했습니다. 어떤 기사도 37수를 그렇게 두진 않았을 거라고 말이죠. (…) 알파고의 말로는 인간이 37수를 둘 확률은 만 분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드문 수라는 걸 알파고도 알고 있었죠. 인간의 지식을 초월해 새롭고, 색다르며 창의적인 수를 만들어 낸 겁니다"
알파고는 이세돌이 휴식을 취하러 간 사이에 37수를 놓는다. 이세돌도 알파고가 굉장히 창의적인 수를 두었다고 평가한다.

"기술 분야 기자와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기술의 대단함만 말하고 싶어 하더니 그 기자조차도 울적한 기분에 빠져드는 겁니다. 그 사람도 화났던 거죠"
인공 지능을 다루는 사람은 AI 시스템이 의인화되어 터미네이터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지금의 인공 지능은 아직 별 것 아니지만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미래와 책임을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알파고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이므로 인공 지능을 긍정적으로 이해시키고자 하는 발언이 많다.

제3국 
상상할 수 없는 부담감과 압박감.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우는 외로움과 힘듦.

제4국 
(이세돌이 78수를 둔 뒤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두기 시작하자) 개발진 "그 순간에 95수나 앞서 봤었어요?" "실수했던 순간 말이에요? (…) 저렇게 많이 예측한 건 경기 중에 처음이죠? 제 생각엔 너무 깊이 탐색해서 길을 잃은 거 같아요"
해설자 "이세돌이 기적을 일으켰어요. 인공 지능이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수를 둔 겁니다"

이세돌의 78수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정작 이세돌은 그 장면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그 수밖에 없었노라고 담담하게 밝힌다. "(웃으면서) 칭찬을 받아서 오히려 좀 어리둥절합니다."
결국 이세돌은 진짜로 "신의 한 수"를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제5국 
알파고가 또다시 이상한 수를 두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실수인가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바둑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수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알파고의 실수처럼 보이는 수를 연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바둑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기계는 인간의 신뢰를 얻게 될 겁니다. 인간보다 더 나은 추측을 하는 걸 무척 자주 보게 될 테니까요"

알파고는 명예 9단 자격증을 받는다.

"넓게 보자면 37수로 인해 생긴 78수가 이세돌이 바둑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겁니다. (…) 무생물과 치른 경기를 통해 인간성이 확장된 셈이죠. 바라건대 그 기계와 그에 쓰인 기술이 우리 모두에게도 같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카스파로프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뛰어난 인간과 기계는 최고의 조합이다'"

다큐멘터리는 인공 지능이 인간에게 깨달음과 변화를 주고 더욱 나은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마무리된다. (판후이가 자녀와 함께 있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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