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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 리치: 소멸의 땅 (Annihilation, 2018)

Paramount와 Skydance의 영화. 제작비 4,000만 달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생존탈락형 호러 미스터리 Sci-Fi + 진화의 가능성을 다룬 몽환적 Sci-Fi.
청불. 징그러운 신체훼손장면이 두 군데쯤 있고 긴장과 공포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이 한 군데 있다. 짧은 베드씬도 있는데 소리는 있지만 과한 노출은 없는 식으로 연출되었다.

3년 전에 미국의 어느 등대로 빛이 떨어져내려 조사단이 쉬머(THE SHIMMER)라고 부르는 미지의 영역이 발생한다. 이 무지갯빛 일렁이는 영역 안으로 들어간 사람과 동물, 드론은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5인조 탐사대는 미지의 영역으로 불안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두렵고 혼란스러운 일들을 겪는다.
평범한 생존탈락형 호러영화인가 하고 턱 괴고 보다가 주연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재삼 깨닫고 놀랐다. 보통 이런 장르는 흑인남성 한 명 → 백인남성 두 명 이런 식으로 희생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탐사대 다섯 명이 모두 여성인 덕분에 잠깐만, 와, 이거 유니크한데! 하는 인상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라서 행복해요 or 불행해요 타령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진 행보들을 보여준다. 일단 이 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넷플릭스 자막이 annihilation이라는 단어 뜻을 풀이 안 해줘서 영어사전을 봐야만 했다. 소멸, 소멸.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리나 
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다.
육군에 7년이나 몸담았던 전직 군인. 세포 주기의 유전 프로그래밍을 연구하는 현직 교수. 생물학자.
비밀 작전에 들어갔다가 1년이나 행방불명되었던 남편 케인은 홀연히 집에 돌아오더니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정부 사람들에게 케인과 함께 잡혀간 리나는 케인이 쉬머에서 유일하게 돌아온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리나는 쉬머 안에서 벌어지는 돌연변이 현상을 적극적으로 조사한 끝에 자신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며 등대 안에 있던 캠코더를 통해서 집에 돌아온 케인이 본래의 케인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등대에 생긴 구멍 안으로 들어가서는 수수께끼의 존재와 접촉하고 본의 아니게 핏방울을 제공하여 세포분열을 일으킨다. 그렇게 인간처럼 생성된 외계인이 리나의 행동을 무심히 따라하는 바람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용해서 손에 백린탄을 쥐어주고 등대 밖으로 탈출한다. 외계인은 태연히 등대에 불을 지르는데, 그러자 등대 주변에 자라나 있던 신비한 나무들도 사라진다.
리나가 쉬머에서 경험하는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쉬머에서 돌아온 존재가 리나의 복제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영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해서 크게 의심하면서 볼 수밖에 없게 돼있다.
마지막에 등대가 불타고 쉬머가 사라진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리나와 케인은 쉬머 안에서 복제와 변화를 겪고 나온 인류이다. 정체가 무엇이든 예전과는 달라진 존재가 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케인은 케인이 만나야 할 리나를 드디어 만나게 되어서 깨어난 것 같다. (혹시 쉬머의 소멸이 신호탄이었던 것일까.)
"노화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고 유전자의 결함이거든. 그것만 아니라면 나는 영원히 지금 모습을 유지할 수 있어"

벤트레스 박사 
자원자를 프로파일링하고 팀을 꾸려서 쉬머로 보내는 일을 해왔던 심리학자.
이번에는 과학자로 팀을 꾸리고 본인도 직접 리더로 참가해서 쉬머로 들어간다.
만사 심드렁한 말투에 비해 반드시 등대로 가고야말겠다는 집념을 보여주는 인물.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되었기 때문에 쉬머의 근원을 보고 싶어 했던 까닭이다.
애니아 사건이 있었던 오밤중에 제정신일 때 일을 끝내고 싶다며 혼자서 등대로 떠나버린다.
나중에 등대 안 구멍으로 들어온 리나에게 외계인에 대한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빛을 토하다가 그것에 동화되는 모습으로 사라진다.
"당신은 자살과 자멸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네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아요. 자멸을 선택하죠.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일부분을 파괴시켜요.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배도 피우죠. 멀쩡한 일을 망치기도 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파탄내기도 하죠. 선택이 아니라 충동이에요"

애니아 
응급 구조사.
캐시의 말로는 중독자였다고 한다.
캐시가 사라진 뒤부터 쉬머에서 나가야한다며 팀의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미쳐서 팀원을 묶어놓고 리나와 케인의 관계를 추궁하면서 팀원의 배를 갈라보려는 듯이 굴다가 돌연변이 곰에게 두 번째로 희생당한다. (본인은 몸의 이상을 느꼈다고 하는데, 스트레스와 쉬머로 인해서 단순히 환각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미친 사람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벤트레스 박사가 아닌가 한다.)
"쉬머에서 잘못 되는 이유에 두 가지 이론이 있었지. 첫째는 여기 있는 무언가가 다 죽였거나 둘째는 다들 미쳐서 서로 죽였거나"

캐시 셰퍼드 
지형학자.
딸을 백혈병으로 잃고 사람이 변해서 쉬머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팀원 중 가장 사회성이 좋고 따뜻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기괴하게 생긴 돌연변이 곰에게 물려가서 첫 번째로 희생된다. 나중에 리나가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성대 부분이 유독 뜯겨나가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ㅠㅠ

조시 라덱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발키리 역할을 맡았던 테사 톰슨이 연기한다.
물리학자.
조용조용하며 약을 먹고 잠들어야 할 만큼 소심하기도 한 성격. 캐시의 말로는 팔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 항상 긴팔을 입는다고 한다.
쉬머가 광파, 라디오파, DNA 등 모든 것을 굴절시킨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벤트레스 박사가 등대로 떠나고 난 다음날 아침, 자신은 캐시처럼 고통과 두려움을 남기기 싫다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아마도 인간의 모습을 한 식물로 변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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