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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F 드라마 하나, 터키 드라마 하나, 엄청 긴 중국 드라마 하나, 아주 유명하다는 영국 드라마 하나, 진짜 B급 미국 영화 하나, 일본 애니메이션 몇 개를 줄줄이 실패하고 났더니 지쳤다. 넷플릭스가 멀어진다. 이럴 땐 역시 다큐멘터리다.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 2017)
이미지 | '산호초를 따라서'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환경 다큐멘터리.
산호를 다루므로 스스로를 환공포증이라고 주장하는 시청자는 굳이 접근할 필요 없을 것. 나는 아름답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세 번이나 보았다.
기본은 환경 다큐멘터리이지만, 지금까지 본 중에서 산호의 생태를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해준 다큐멘터리였다.
산호초 생물학자 루스 게이츠 박사 "산호는 복잡한 겉모습은 잊고 조용하게 진화하기로 결정했어요. 산호 한 개체는 수천 개의 미세한 폴립으로 구성됩니다. 각 폴립에는 원형의 입이 있고 촉수로 둘러싸여 있죠. 다 합치면 수백만 개의 폴립이 한 개체에 있어요. 조직 내부에 있는 작은 식물 미세조류는 1㎠당 백만 개로 내부의 미세조류가 광합성하며 개체에 필요한 식량을 얻어요. 산호 내부에 식품 공장이 있는 거죠. 유생이 자라면서 석회 골격 위로 성장하고 완전히 뒤덮어요. 낮에는 광합성하고 밤에는 식물 부분은 잠들고 동물이 활성화되죠. 폴립을 확장하고 촉수를 뻗어서 근처를 헤엄치는 생물을 촉수 끝의 독침으로 사냥합니다"
"산호 백화 현상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사람이 스트레스받아서 열이 나는 것과 비슷해요. 수온이 정상 범주를 조금만 벗어나도 산호는 백화되기 시작하죠. 내부의 미세조류가 광합성으로 양분을 공급하는 능력이 손상됩니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감지하죠. '몸 안에서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우리도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재빨리 제거하려고 하잖아요. 산호도 똑같아요. 제 기능을 상실한 식물 부분을 제거하고 투명한 석회 골격만 남기죠. 매우 중요한 식량 공급원을 잃어버리고 굶주리기 시작해요"
(텍스트만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저속 촬영과 CG 등을 이용해서 알기 쉽게 가르쳐준다.)
산호의 생태와
산호초가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기록하기 위해서 여러모로 고생하는 이야기와
바닷속 생명체의 흥미로운 공생관계와
산호초가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들과
DR. JAMES PORTER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많은 신약이 바다에서 나와요. 부채꼴 산호에서 추출한 프로스타글란딘은 암과 싸우고 산호 뿌리에서 나온 브리오스태틴도 암을 퇴치하죠. 산호는 사회에 여러모로 기여하는데 우린 너무 몰라요. 새로운 화학 물질이 산호초에서 많이 발견돼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고 산호초의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 가장 속물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해서 옮겨둔다.)
산호초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 및 사명감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대규모 백화 현상 기록과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 등을 다룬 자연 + 환경 다큐멘터리. 패배감이나 압도감에 짓눌리지 않고 젊은이와 어린이의 관심을 기대하며 미래를 바라본다.
도표 등의 시청각 자료와 전문적인 촬영 영상으로 일반인도 백화 현상의 심각성과 참담함을 매우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놓았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많은 전문가들이 바다와 산호를 사랑하는 마니아임을 보여주는 것도 무척 보기 좋았다. (특히 리처드 비버스가 생물학자 사이에서 눈동자 굴리며 재미있어하는 장면은 정말 웃겼다. 이런 장면이 숨을 돌리게 해주면서도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기후 변화와 바다 수온의 연관성
PROF. OVE HOEGH-GULDBERG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대기층으로 올라갑니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두는 특성이 있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더 많은 열이 지구에 갇히게 되죠. 스웨터 안에 양털을 더 넣는 것과 같아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대기층에 갇힌 열 93%가 바다로 갑니다. 바다가 열을 흡수하지 않으면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50도가 될 거예요"
변이
(58분 즈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산호를 볼 수 있는 장면.)
(뉴칼레도니아의 산호초를 보고) 수중 촬영가 리처드 비버스 "이런 건 처음 봐요. 산호가 형광이에요. 스스로 열에서 보호하려고 자외선 차단제를 만든 겁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이런 선명한 색상의 산호는 처음 봐요.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이예요. 극도로 아름다운 방법으로 죽음에 대항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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