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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면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감상잡담글입니다. 따라서 MCU 영화들의 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강 스포일러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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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니 모 (타노스에게 테서랙트를 바치면서) “인피니티 스톤 두 개를 다룰 만큼 강력하고 고귀한 존재는 지금껏 없었지요”

이런 것을 ‘엔드게임’에서 토니는……. 영화에서 언급은 없었지만 익스트리미스라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ㅠㅠ 가오갤 1을 생각하면 도저히 평범한 지구인의 몸으로 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ㅠㅠ

토니 “어젯밤 꿈에 우리한테 아기가 생겼어. 진짜 생생했어. 당신 그 특이한 삼촌 이름을 땄고 뭐더라...”
페퍼 “그랬구나”
토니 “모건!”

토니 “현실처럼 생생했어” (I had a dream about it. It was so real.)


직후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게이트를 열고 토니와 페퍼 앞에 나타나서 도와달라고 말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전부 갖지 못하도록 타임 스톤을 없애자는 토니의 의견을 반대하다가) “(우리 일은) 네 현실을 지키는 거다, 싸가지” (Protecting your reality, douchebag.)

하지만 이후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보게 되는 미래는……. 결국 “네 현실”이란 모건 스타크를 가리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ㅠㅠㅠㅠㅠㅠ 흑흑, 마블ㅠㅠ 너무하다ㅠㅠ

덧붙여 이 장면에서 벤앤제리 아이스크림 (좀 텁텁하다는) 스타크 헤이즐넛(Stark Raving Hazelnuts)과 불타는 헐크(A Hunk of Hulk of Burning Fudge)가 거론된다.

닥터는 소소한 부분들에서 캐릭터적 매력을 빛낸다. 비전을 찾으려면 스티브 로저스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곧장 어휴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라든가 외계인 침공으로 인한 진동 때문에 머리카락이 흔들리자 지금은 흔들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는 모습이라든가ㅋㅋㅋ 마블은 마땅히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1처럼 허세 부리고 성격 고약한 명의로 살다가 본인 실수로 교통사고를 당한 캐릭터 같이 만들면 관심도 안 줄 생각이다!!!

스탠 리 “왜들 난리야? 우주선 처음 보냐?”

배우 아닌 사람의 카메오는 딱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서비스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훌륭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엔드게임’에서 ‘인피니티 워’ 이후의 세상 이야기를 깊게 그려준 것은 좋았다. 그러나 루소 감독의 집단 상담 장면은 싫었다. ‘조 루소 같은데? 뭐, 자기 영화인데 카메오 괜찮지.’하고 보는데 너무 늘어지길래 당황했다. 스타 배우는커녕 배우조차 아닌 사람이 그렇게 길게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간 것이지, 감독을 보러 간 것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감독의 카메오란 시체역 혹은 곧 시체역으로 끝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스파이더맨 첫 등장 후에 토니와 닥터에게로 장면이 다시 넘어가는데, 닥터는 토니에게 윙크를 날리고 토니는 ‘흥, 뭐래ㅋ’ 하는 식의 표정을 짓는다. 둘은 방금 처음으로 만난 사이이건만ㅋㅋㅋ
무척 재미나고 빨려들어가게 관계성을 표현해놓았다.

에보니 모 (오늘 지구 영업 안 한다는 토니의 말을 듣고) “스톤키퍼. 저 수다스러운 짐승(chattering animal)이 네 대변인인가?”
닥터 “아니, 내 할 말은 내가 한다. 너흰 우리 행성을 불법 침입했다”
토니 “꺼지란 소리야, 깐깐징어”

토니는 채터링하는 고양이인 것이다! 닥터한테 슬그머니 올라타기까지 한다!!!
정말 이 두 사람의 관계성은 재미나다. 그런데 ‘인피니티 워’ 결말과 ‘엔드게임’ 결말에서 그렇게 될 줄은…….
내 지인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닥터 스트레인지를 좋아하는데 ‘엔드게임’을 보고 온 뒤로 닥스가 밉다며 힝구 힝구ㅠㅠ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토닥토닥) 덕분에 내가 좀 덜 슬퍼하게 되는 것도 있어서 고맙다.

토니 (웡이 게이트 웨이 마법으로 컬 옵시디언을 먼 데로 보내버리자) “웡, 내 결혼식에 와” (그러고는 곧바로 피터를 구하러 날아간다.)

진짜로 갔을지 궁금하다. 웡이 파사삭 절반에 안 들어갔더라도 하객 많이 부르며 결혼식 올릴만한 세상이 아니긴 했지만.

가오갤 첫 등장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 The Spinners의 “Rubberband Man”
가모라도 곧잘 따라 부른다. (드랙스는 자고 로켓은 하품하고 사춘기 그루트는 게임 삼매경.)

퀼 “이놈이 어떻게 살아있지?”
드랙스 “놈(dude)이 아냐. 넌 놈이지만 이자는 사내(man)지. 잘생긴 근육질 사내”

드랙스 “해적이 천사랑 낳은 아들 같아”

가모라 “근육이 마치 코타티 금속섬유 같아”

해적은 오딘, 천사는 프리가. (드랙스는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음, 코타티 금속섬유 같은 근육도 ‘엔드게임’에 이르면…….
토르는 가오갤 3에 나올까? [다 내려놓고 코믹한 영화]에 [다 내려놓고 코믹한 캐릭터]로 나오게 될까? 크리스 헴스워스가 마블과의 계약이 만료되었다고 말했던 것은 마블의 전략일까? 마블은 결코 배우에게 친절하지 않은 회사이니까. (로다주가 항상 가운데에서 중재했다고 하지 않는가.)

(프록시마 미드나이트와 콜버스 글레이브를 일단은 물리치고 비전을 구한 뒤)
샘 “어디로 갈까, 캡틴?”
캡틴 “집”


토니 “나도 바톤처럼 페퍼한테 농장이나 마련해줄까 봐”
스티브 “평범하게 살겠다?”
토니 “자네도 언젠간 그렇게 될 거야”
스티브 “글쎄. 가족, 안정적인 삶. 그걸 원했던 남자는 75년 전에 얼음 속에 들어갔고 딴사람이 돼서 나왔지”
토니 “괜찮겠어?”
스티브 “여기가 내 집인걸”

MARVEL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둘 다 어벤져스 기지를 가리킨다. 하지만 ‘엔드게임’ 결말에서 스티브가 토니의 말을 떠올리며 선택한 “집”은 얼음 속에 들어가기 전의 자신이 살던 시대였다. 그만큼 토니의 말이 (‘시빌 워’까지 치르고 난 뒤에도) 스티브에게 깊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기회와 시기가 찾아왔다고 생각되었을 때 “집”을 그곳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어딘지 쓸쓸해지면서도 본인이 바라는 집을 찾아갔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뭔가 싶어서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워지는 결말이었다. 게다가 분명 그곳에서도 정의롭고 믿음직한 인물로 살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더더욱 반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현대에서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랐다ㅠㅠ 영화 밖 어른의 사정이 여러 가지로 작용한 결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ㅠㅠㅠㅠㅠㅠ 으으, 마블ㅠㅠ)

캡틴 “지구는 최고의 수호자를 잃었고 우린 싸울 겁니다” (Earth just lost her best defender. So we’re here to fight.)

극장에서 볼 땐 지구 최고의 수호자가 토니 스타크를 가리키는 줄 몰랐었다.

비전 “강력한 에너지 소스에 노출되면 분자 구조가 붕괴할 거야”
완다 “그럼 자기도 잘못돼. 그건 말도 안 돼”
비전 “스톤을 없애야만 타노스에게 안 뺏겨”
완다 “자길 희생시킬 순 없어”

비전 “타노스는 우주의 절반을 위협해요. 목숨 하나 구하자고 그를 막는 걸 멈추면 안 돼요”
캡틴 “아니, 그래야 해. 목숨을 놓고 거래하는 거 아니야” (We don’t trade lives, Vision.)

역시 비전은 토니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캡틴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한) 목숨을 거래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저 멀리 우주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또 다른 생각을 한다.

피터 “게다가 슈트가 정말 끝내줘서”
토니 “미치겠네”
피터 “아저씨 잘못도 좀 있어요”
토니 “지금 뭐랬어?”
피터 “취소할게요. 아무튼 우주에 왔네요”
토니 “그래, 네가 있어선 안 될 곳에!”

피터 “지킬 이웃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친절한 스파이더맨이 돼요?”

‘아이언맨 3’의 토니는 어린 소년과 붙어있어도 철없는 어른이기만 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어엿한 어른, 보호자가 된 것일까ㅠㅠ “지킬 이웃” 이야기에 일단 말문이 막혀 말싸움을 멈추는 것도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이다ㅠㅠ 굉장한 죄책감과 책임감에 짓눌려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강한 보호자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다.
‘엔드게임’의 토니는 시골로 도피해버렸으면서 피터와 함께 찍은 사진은 액자에 넣어 잘 세워놓고 있었다. 토니가 어벤져스로서 다시 일어선 원동력은 피터였다. 피터가 다시 나타나서 닥터가 5년이 지났으니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했다며 깨발랄 재잘거릴 때 얼마나 기뻤을까! 벌써 GIF가 떠서 표정을 한참 보았는데, 정말 로다주를 밀어줘서 고맙습니다, 존 파브로 감독님ㅠㅠ

에보니 모 “하나라도 찔리면... 네 친구는 즉사한다”
아이언맨 “정확히 해두지. 내 친구 아니야. 직장 동료라서 구하려는 거야” (Saving his life is more of a professional courtesy.)

정말 재미있는 관계이다ㅋㅋㅋ
팬들이 생각만 해온 대사를 영화에서 실제로 구현해주셨습니다.

토니 “난 지난 6년간 타노스만 생각했어. 놈의 군대가 뉴욕을 덮친 후로! 근데 확신이 안 서. 놈을 지구로 끌어들이는 게 맞는지. 어떤 놈들인지 너도 똑똑히 봤잖아. 도리어 쳐들어가는 게 우리한텐 더 유리할지 몰라. 닥터. 동의해?”
닥터 “좋아, 놈한테 가자. 하지만 알아둬. 타임 스톤을 지키기 위해선 너나 저 꼬맹이를 가차 없이 버릴 거야. 우주의 운명이 이 스톤에 달렸으니까”
토니 “좋아. 훌륭한 도덕심이야. 그렇게 해”

미세하게 닥터의 앞머리카락이 흔들린다ㅋㅋㅋ 초반부 생텀에서의 시답잖은 대화가 떠올라서 갑자기 웃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
그리고 ‘인피니티 워’의 결말과 ‘엔드게임’의 결말이 어쩔 수 없이 생각나면서 굉장히 마음속이 시끄러워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앗, 이렇게 말했으면서 본인이 희생하면 어떡해!!! 머나먼 우주의 멸망한 행성에 토니를 네뷸라와 단 둘이 내버려두고!!!!!!
그리고 타임 스톤과 우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서 닥터는 끝내 입을 다물고 그 한 가지 미래를 관철해낸다. ‘엔드게임’ 그 장면의 손가락과 눈빛 교환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것 같다. 관객에게 전율을 주는 연기력. 모르는 새에 끌려가있고 일단은 납득하고 있다. 마블이 항상 연기 잘하는 배우만 기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로다주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니었으면 그 장면이 그렇게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으아아ㅠㅠ 마블ㅠㅠㅠㅠㅠㅠ 진짜 짜증나는 마블!!! 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토니와 닥터가 이렇게 결단했었음에도 결국 타노스와의 싸움은 지구에서 결말을 보고 말았구나…. (그렇다고 타이탄에서 결착 짓는 것은 더 이상하니까.)

타노스 “간단한 계산이야. 우주는 유한해. 자원도 그렇지. 이대로 가면 아무도 못 살아남아. 바로잡아야 해.”
가모라 “당신이 어떻게 알아!”
타노스 (답답함과 동시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걸 아는 건 나뿐이고 행동할 의지를 가진 것도 나뿐이다”

나는 개인의 사연과 신념이 뚜렷하게 묘사되는 빌런이 좋다. (소니 영화 ‘베놈’의 칼턴 드레이크를 보면서는 답답하고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어느 정도 공감도 했다가 질색도 할 수 있도록 깊이 묘사되어야 영화의 재미가 충분해지는 것 같다.

타이탄 착륙 때 닥터는 마법진을 쳐준다. 토니는 손을 잡아서 일으켜주는 닥터의 손을 맞잡으며 가볍게 “신세 갚을게”라고 말한다.

피터 “에이리언이 제 몸속에 알을 낳으면 두 분을 해칠지도 몰라요”
토니 “돌아갈 때까지 영화 얘기하지 마” (I do not want another single pop culture reference.)

아니, 이건 정말로 토니가 할 말이 아닌데ㅋㅋㅋㅋㅋㅋ

퀼 (스파이더맨에게 총을 겨눈 채로) “(가모라가) 어딨는지 안 불면 이 자식을 튀겨버릴 거야”
토니 “해봐! 난 이놈을 날려버리겠어” (Let’s do it. You shoot my guy and I’ll blast him. Let’s go!)

개그씬이어서 다행이지, 토니가 얼마나 식겁했을까ㅋㅋㅋㅋㅋㅋ
토니도 관객도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었는데, ‘인피니티 워’ 결말에서… 마블은…… 토니와 관객에게 아주 아주 커다란 호박엿을 정성스레 깎아서 먹여주었습니다.

드랙스 “댄스 배틀 말해줘”
토니 “댄스 배틀?”
퀼 “아무것도 아냐”
피터 “‘풋루즈’에 나오는?”
퀼 “응, 그거! 지금도 최고의 명작이야?”
피터 “옛날에도 아니었는데”
토니 “그만해”
피터 “네”
토니 “이 플래시 고든은 무시해”
퀼 “플래시 고든? 그건 칭찬이네”

피터, 또 또 영화 얘기한닼ㅋㅋ 토니, 자기가 말해놓고는 또 또 팝 컬쳐 인용한닼ㅋㅋ

토니 “돌아왔군”
닥터 “그래”

마법사가 뭘 하고 왔는지 바로 알아채는 토니. 이 두 사람 만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1,400만 605개 중 (우리가 이긴 미래는) 단 하나”란 굉장히 강력한 족쇄가 되는 대사이다.
마지막에 인피니티 건틀렛을 사용한 사람이 토르여도 헐크 배너여도 닥터 스트레인지여도 캡틴 마블이어도 안 되었고 꼭 토니가 해야만 이기는 미래를 보고 왔다는 뜻이니까.

1,400만 605개 중 스콧 랭이 못 돌아오고 토니가 페퍼, 모건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도 있었겠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런 미래에선 가차 없이 눈을 돌렸을 것이다.)
결국 토니의 자학이 도져서 배드엔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늘 강해보였던 나타샤도 ‘엔드게임’에서는 상태가 심각했으니까 말이다.

가모라 “평생 이 순간을 꿈꿔왔어. 당신이 제 꾀에 넘어가는 순간. (…) 우주가 당신을 꿰뚫어 봤어.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걸 거절한 거지. (…) 당신은 아무것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

나는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가모라에게 유리한 일종의 역습이 시작되었다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루소 형제 감독은 곧바로 가모라의 자살 시도와 슬로 모션, 소울 스톤의 인정을 보여주면서 내 뒤통수를 타노스의 주먹으로 내리쳤다. 충격적이었다. 아, 진짜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물에서 이러지 좀 맙시다ㅠㅠ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인 영화.

에이트리 “조리개가 닫혀서 금속을 못 달궈”

에이트리 “알고 있지? 별의 힘을 견뎌내겠다는 거야. 죽을 수도 있어”
토르 “내가 죽는다면 말이지”
에이트리 “그래. 그게 그 말이잖아”

배너 “너넨 이제 다 죽었어!”

(초반부에서는 헐크가 비장의 무기 대접을 받았었는데, 후반부에서는 뒤집어진다.)
용광로를 다시 지피고 별의 힘을 견뎌내고 바이프로스트 스킬까지 얻은 토르가 ‘엔드게임’에서 인피니티 건틀렛을 튕기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로 이상해보인다. 가오갤 3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아니면 납득이 안 간다. ‘엔드게임’에서 토르로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마블은.
사실 토르에 관해서는 머릿속을 좀 비워두고 있다.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

타노스 “(손가락을 튕겨서 절반을 자비롭게 순식간에 죽이고 나면) 쉬는 거지. 우주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어려운 일일수록 강한 의지가 필요해”

그래요, ‘엔드게임’에서 타노스가 스톤 다 없애고 절뚝거리며 농사일해서 국 끓여먹을 줄을 도대체 세상 그 누가 알았겠어요!!!
…그리고 어벤져스의 의지도 보통 강하지 않다는 것을 ‘엔드게임’에서 확인하게 된다. 어벤져스는 결국 제대로 avenge해낸다.

헐크 “싫어!”
배너 “됐어, 이 녹색 개자식아! (Oh, screw you, you big, green asshole!) 나 혼자 싸우겠어”

(컬 옵시디언을 무찌른 뒤) 배너 “헐크, 할 얘기가 많다”

헐크가 끝까지 안 나오길래 굉장한 복선이 있는 줄 알았었는데, 그저 패배를 모르던 헐크가 타노스에게 일방적으로 당했기 때문에 토라지거나 위축되거나 두려워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배너는 정말로 헐크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엔드게임’의 그 모습이 되었을 뿐이다? 허허….
마블은 중요 복선인 것처럼 꾸며놓고 다음 영화에서 아무렇잖게 날려버리는 짓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곤 한다. 제멋대로 기대한 내가 바보일 뿐인 건가. 차세대 MCU는 어떤 장면을 의미심장한 척 배치하는 짓을 하지 말거나 줄였으면 좋겠다.

아이언맨 “또 나한테 달을 던지면 나 미쳐버린다”
타노스 “스타크”
토니 “날 알아?” (You know me?)
타노스 “그래. 지식의 저주에 갇힌 게 너만은 아니지” (You’re not the only one cursed with knowledge.)
토니 “내 유일한 저주는 너야”

지구에 머물렀다면 ‘아이언맨 3’에서 쥔 드라이버로 끝나고 페퍼, 모건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어벤져스의, ‘어벤져스’에서의 토니의 적은 언제나 타노스였기에 결국 ‘엔드게임’의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타노스 (토니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존경스러워, 스타크. 인류의 절반은 살아남을 텐데 그들이 널 기억하길 바라지”

(절반의 사람이 5년 만에 돌아왔는데 기억될 수밖에 없겠다. ‘엔드게임’의 사건은 MCU의 어떤 상징 비슷한 것이 되지 않을까. 다른 영화사는 쉽게 구현할 수 없을 독특한 세계관을 마블은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사람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보다 5살 어리다니. 부디 ‘파 프롬 홈’에서 제대로 구현해주기를 바란다.)

이곳의 전투 장면은 ‘인피니티 워’의 백미. 아쉽게도 ‘엔드게임’에는 이 장면에 대응할만한 인상 깊은 전투 장면이 없었다.
나는 마블이 ‘엔드게임’ 뒤로 로다주를 아예 출연 못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러니 ‘인피니티 워’의 [그 장면]에서 ‘아, 여기에서 이렇게…’라고 각오했었다. 로다주가 연기를 지나치게 잘해서 너무 무서웠던 장면. 그린스크린 속에서 정말로 관통상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해냈다.

닥터 “그를 살려줘. 그럼 스톤을 주겠어”
타노스 “속임수 아니겠지?”
토니 “그러지 마”

토니 “왜 그랬어?”
닥터 “이제 최종 단계야” (We’re in the endgame now.)

지인은 그런 걸 토니 시키려고 살려놓은 닥스가 나쁘다든가 차라리 마법으로 원격 튕을 연습하지 그랬냐든가ㅋㅋㅋㅋㅋㅋ 전투는 안 하고 물만 막고 있었던 게 잘못이라든가 아머 벗으면 보통 인간인 토니가 손가락을 튕겼어야 했다는 게 너무 슬프고 말이 안 된다든가 하면서 [재밌게 봤지만 욕한다!] 모드를 절찬리에 발동 중이다ㅋㅋㅋ

히어로 은퇴 후 (패배해서 피터와 다른 사람들을 잃었다는 고통, 절망감, 죄책감, 도피의식에 평온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평화로운 육아, 노후 생활을 보내도록 놔둘 수는 없었을까.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마블은 작가진에게 세상 수많은 팬들과 기자들이 결코 로다주가 MCU에 돌아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할만한 결말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한 것 같다. 천재가 아닌 작가라면 ‘엔드게임’ 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천재 작가라면 마블 영화에 아이디어를 쓰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천재 작가라면 독립영화에 쓸 것이다.)
결말을 로다주가 썼다면 어땠을까. 가끔씩 로다주야말로 다른 어떤 제작진보다 팬심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인터넷을 돌다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엔딩이 거론된 것을 보게 되었다ㅠㅠ 그렇다, 주인공이 꼭 사망하지 않더라도 은퇴가 확실하고 연애와 결혼이 기다릴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히어로물 엔딩이란 이미 2012년에 존재한 바 있었던 것이다ㅠㅠㅠㅠㅠㅠ 아아, 마블이 정말 나쁘다고 밖에는.

팬으로서 너무 슬프고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괴롭지만 ‘엔드게임’에서 토니는 다시 일어나 아이언맨과 어벤져스로서의 승리를 성취해냈고(“나는 아이언맨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남은 이들은 잘 살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떠났기 때문에 MCU가 11년간 그려낸 토니 스타크의 이야기는 잘 매듭지어졌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ㅠㅠ (이 악물)

닉 퓨리 “난 그저 자넬 아끼는 노친네일 뿐이야”
토니 “난 어벤져스를 죽인 놈이고요. 내가 본 환영을 팀원들에게 말할 수 없었죠. 다 죽은 걸 봤어요, 닉. 세상도 죽고. 나 때문에. 난 준비가 안 됐었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어요”
닉 퓨리 “쌍둥이 여자애가 자넬 조종하고 있어. 자네 공포를 이용하는 거지”
토니 “속임수가 아닌 앞으로의 일이었어요. 내가 저지를 짓. 내가 모두를 이끈 길의 끝이요”
닉 퓨리 “자네가 만든 놀라운 물건들 중에 전쟁은 없어”
토니 “친구들이 죽는 걸 보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없을 것 같죠? 아뇨. 최악은 따로 있어요”
닉 퓨리 “최악은 자네만 안 죽는 거지”

MARVEL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준비가 된 토니는 ‘엔드게임’에서 최선을 다했다. (정말이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여러 번 다시 보게 해주는 대사이다ㅠㅠㅠㅠㅠㅠ)

타노스 “넌 실수... 실수한 거야. 내 머리를 노렸어야지”

타노스는 손가락을 튕긴 뒤 (아마도 소울 스톤의 영역에서) 어린 가모라를 만났다가 스페이스 스톤으로 지구에서 물러간다.
‘엔드게임’의 토니도 부디 나타샤를 만났기를 바란다. (토니가 나타샤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소울 스톤을 얻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났기를.) ‘아이언맨 2’ 때부터 함께해왔고 토니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므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라고 믿는다ㅠㅠㅠㅠㅠㅠ
‘엔드게임’에서 완다가 단호히 바튼에게 나타샤와 비전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던 이유도 이것 아니겠는가? ㅠㅠㅠㅠㅠㅠ 완다도 스톤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니까.

닥터 “토니. 다른 방법이 없었어”
피터 “스타크? 속이 안 좋아요.”
토니 “괜찮아”
피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전 죽기 싫어요. 제발요. 죽기 싫다고요. 제발 살려줘요. 죄송해요”
네뷸라 “놈의 짓이야”

배우들 모두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하니ㅠㅠㅠㅠㅠㅠ 충격이 두 배ㅠㅠ 세 배ㅠㅠ 네 배ㅠㅠ 다섯 배ㅠㅠㅠㅠㅠㅠ
마블은 집요하리만치 연기 잘 하는 배우만 캐스팅해서 너무 심한 방식으로 이용해오곤 했는데, 어쨌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니 관객으로서는 무슨 장면이든지 당황하는 와중에도 일단은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면이 있다.

……로다주의 연기는 ‘인피니티 워’에서 모두를 잃었을 때도 대단했지만 ‘엔드게임’에서 눈에 빛을 잃었을 때도 굉장했다. 그 순간 토니를 앞에 두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당황,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 슬픔, 자랑스러움 등을 함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보였다ㅠㅠ
만약 MCU에 로다주가 없었다면 어벤져스만 쏙쏙 골라보고는 “???” 이러면서 나오는 관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 때부터 마블 사랑이 꺾였고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피로가 엄청나게 쌓인 상태이다. 이제 로다주도 안 나올 테니 앞으로는 MCU와 거리를 둘 생각이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2008)와 ‘어벤져스’(2012)처럼 배트맨에 관심 없고 마블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가 끝난 그 순간에 확 마니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슈퍼히어로물 영화가 언제든지 다시 나와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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