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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업라이징 (Pacific Rim: Uprising, 2018)
일본 싫어하는 분은 이 영화를 보세요.
외계인과 중국인과 미국인이 일본을 쑥대밭 만듭니다. (아마도 시즈오카현을.) 심드렁 방드렁 보다가도 어느 순간에 그만 실소를 터트리시게 될 겁니다.
주인공 예거가 “방위대에 입대, 지구를 지킵시다!”라고 적힌 간판을 박살내기도 합니다. (자위대라는 문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일본 관객이 9억엔 어치나 봐준 영화이니까 걱정마시구요. 일본 관객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고작 37.4억엔 어치 보고 ‘앤트맨과 와스프’도 13.2억엔 어치만 본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게다가 영화의 국적이 UK | China | Japan | USA라고 표기된 것으로 봐서 일본 자본도 들어간 영화예요. 걱정 마시고 시즈오카현이 와장창되는 광경을 구경하세요.)
미국 영화 · 드라마 특유의 어두침침한 화면 싫어하는 분도 이 영화를 보세요.
거대 로봇과 거대 로봇이,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가 밝은 하늘 아래에서 치고받고 싸웁니다.
‘퍼시픽 림’에서 브리치(Breach)를 닫은 지 10년이 지난 미래. “카이주와의 전쟁 중에 태어난 세대”인 주인공 일행의 삶과 싸움, 그리고 브리치를 통해서 지구로 카이주를 보냈었던 외계 존재 프리커서(Precursors)의 역습을 다룬 이야기.
전투 장면 많이 나오고
러브라인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도 않고
반전도 있고
동양계 캐릭터가 여러 명 나오고
동양계 캐릭터가 비중 있게 나오는 등 (설정과 개연성 따지면 당연히 동양계가 많이 나와야 한다.)
장점이 많은 영화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냥저냥 심드렁 방드렁 보게 된다. 두 번 이상 봐야 재미가 슬그머니 붙기 시작하는 영화인지도.
화면이 굉장히 밝아졌다. 대낮에 도시에서 와장창 싸우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심지어 마지막 하이라이트 전투조차 밝은 햇살 아래에서 펼쳐진다.
밝은 화면치고는 VFX 퀄리티도 썩 나쁘지 않았다. 무게감은 1편에 비해 한참 가벼워졌지만, 음악도 덩달아 가벼워진 걸 봐서는 그냥 콘셉트 자체를 바꾼 것 아닐까 한다. (중국 취향인지도.)
전쟁 영웅 아버지와 군대에서 쫓겨난 말썽쟁이 아들의 대립 구도, 두 명 이상이 필요한 예거와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의 대립 구도, 훈련병끼리 사고도 치고 우정도 나누다가 전투에 투입되는 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나와서 약간 시나리오가 어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건과 액션이 끊임없이 나오므로 킬링타임 오락영화로 볼만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대장도 중국계이고 예거 훈련병 중에도 홍콩계 배우와 일본계 배우가 있고 예거 파일럿 라이벌도 중국계.
주인공네 기지인 방위군 파일럿 아카데미도 중국 모율란 쉐터돔에 있다고 나온다.
다행히 [중국인이 지구를 지켰습니다!!! 영화 보신 지구촌 여러분, 모두 환호하세요!] 영화는 아니었다. 결국 주인공은 존 보예가와 케일리 스패니이니까.
(아, [중국인이 지구 지키는 데 단단히 한몫했습니다! 중국인 관객 여러분, 다회차 관람하세요!] 영화로는 보인다. 어차피 레전더리는 중국 회사가 되었는데 이 정도야 무슨 상관이랴.)
아, 참. 뉴턴과 허먼 콤비가 날아갔다.
1편 블루레이 부가영상에 브로맨스를 노린 문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노골적으로 스포일러합니다. 반전에 대해서도 다 이야기합니다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제이크 펜테코스트
주인공.
존 보예가 扮.
전 세계의 영웅 스탁커 펜테코스트(이드리스 엘바 扮)의 아들.
옛날에 군대에 있었지만 네이트와 별것 아닌 일로 싸우고 혼자서 마크 4에 타는 사고를 저질러서 아버지한테 아카데미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방위대가 신경써주지 못하는 뒷골목 세상에서 나름 재미나게 잘 살고 있었다가 아마라 나마니와 엮이면서 불법 예거 잡으러 나타난 방위대에 붙잡혀 감옥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재입대.
예거에 오래간만에 탈 텐데도 처음부터 메인 파일럿 자리에 선다?! 관객이 보기에 왼쪽이 메인 파일럿 자리 아닌가???
말썽쟁이, 유쾌한 괴짜, 훌륭한 조언자, 리더 캐릭터.
(네이트 램버트를 밀어내고 갑자기 적극적인 리더로 변모한다. 마코 모리 때문에 각성했다는 건지…?)
아마라 나마니
여주인공.
언젠가 카이주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구조만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미니미니한 불법 예거 “스크래퍼”를 자작하고 있었다가 불법 예거 잡으러 나타난 방위대에 붙잡혀서 예거 훈련병이 된다.
전작의 마코 모리와 비슷한 포지션이지만 예거 마니아 캐릭터, 카이주에 호기심 많은 말썽쟁이 캐릭터가 추가되어있다.
불법 예거를 만들었던 짬밥으로 “옵시디언 퓨리”가 샤오 산업에서 만들어졌다는 중요 정보를 제이크에게 알려주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서 “브레이서 피닉스”와 “집시 어벤저”에 타고 4, 5등급 카이주 및 메가 카이주와 싸운다.
(이제 막 훈련병이 된 데다 드리프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실전에는 강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네이트 램버트
스콧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扮.
제이크와 “집시 어벤저”를 같이 타는 파일럿. 제이크와 끊임없이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동료애를 발휘하는 관계. 아무래도 드리프트하는 사이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영화는 드리프트하는 사이란 게 얼마나 굉장한 건지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 ‘업라이징’만 보면 직장 동료끼리도 까라면 까야지 하는 식으로 드리프트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가족처럼 일하실 분 모십니다”인가???
(1편의 베켓은 남을 자기 머릿속에 들일 수 없다고 싫어할 정도였고, 척 한센도 대장님과 드리프트 가능하겠느냐고 걱정할 정도였는데.)
네이트는 제이크보다 “집시 어벤져”와 오래했을 것 같은데 왜 (관객이 보기에) 오른쪽 자리에 서는 것일까? 왼쪽이 메인 파일럿, 오른쪽이 코-파일럿 자리 아닌가?
‘퍼시픽 림’을 다시 슥슥 봤더니, (관객이 보기에) 형 베켓이 왼쪽, 롤리 베켓이 오른쪽이고 롤리 베켓이 왼쪽, 마코 모리가 오른쪽이고 스탁커 펜테코스트가 왼쪽, 척 한센이 오른쪽이던데…… 10년 지나 기술이 발전하여 주/부조종사가 없어졌다는 설정이 돼버렸나?
흑인 주인공을 보조하는 역할의 백인 남성 캐릭터라고 분석하면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코 모리 위원장(Secretary General)
10년이 지나 (드론을 도입할지말지 결정권을 가진) 군대의 높으신 분이 되었다. 불법 예거 “옵시디언 퓨리” 때문에 영화 초반부에 퇴장한다.
가끔 입이 잘 안 맞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아마도 1편처럼 더빙을 입힌 것 같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화면이 휙 넘어간다.
리웬 샤오
한 명이 여러 대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여 예거를 대체하자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인물.
중국어를 영어보다 더 많이 쓰고 뉴턴에게 중국어 좀 연습하라는 소리를 당당하고 짜증나게 던지는 동양계 여성 + 부하 갈구는 보스 캐릭터.
영화 중반부까지는 악역인 줄로 착각했었지만, 보다보니, 브리치를 다시 닫고 예거 수리를 위한 지원군 물량공세까지 가해오는ㅋㅋㅋ 굉장히 돈 많고 유능하며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결말부에서는 “스크래퍼”로 추진 캡슐 배달해주고 용접해주고 무게도 보태주고 파일럿들도 탈출시키는 등 여러 가지로 결정적 도움을 준다. (그리고 멋진 미소도 보여준다.)
뉴턴 가이즐러
팔에 카이주 문신 있는 박사. (문신의 카이주는 야마라시. 1편의 베켓 형제가 2017년에 해치웠다는 카이주.)
여전히 앨리스(카이주의 뇌)와 드리프트하고 있었다;
처음엔 샤오에게 이용당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몰래 샤오 산업에서 “옵시디언 퓨리”라는 불법 예거를 만들고 거기에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카이주의 두 번째 뇌를 붙여서 마코 모리를 공격하게 만든 흑막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드론의 허가가 떨어지자, 몰래 심어둔 “브리치 프로토콜”을 가동하여 지난 10년간 닫혀있었던 브리치들을 열어버린다. 드론들은 브리치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의 예거와 쉐터돔을 파괴하고 파일럿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였다고 한다.
(샤오 산업의 38%가 자동화돼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자동화 38%란 것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인가보다….)
앨리스 때문에 프리커서들한테 몸을 거의 빼앗긴 상태로 보인다.
영화 결말부에 플랜 B로 가야겠다고 신경질 부리다가(아니, 어마무시한 일을 다 저질러놓곤 플랜 B까지 생각해뒀단 말인가?!) 네이트에게 불시에 얻어맞고 쓰러져서 구금된다.
1편 개봉 때 뉴턴과 허먼 콤비 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관객들이 ‘업라이징’을 보고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허먼 가틀립
지팡이 짚고 다니는 박사.
카이주 피가 세륨, 란타넘, 가돌리늄에 반응한다(폭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예거의 빠른 출동을 위한 로켓 추진기를 만든다.
그리고 제이크의 말을 듣고는 카이주가 일본의 후지산에 풍부한 희토류 원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이주가 1편에서 몇 개 도시만 줄곧 노렸던 이유
희토류 원소가 풍부한 일본의 후지산으로 가려다보니. 😦
(어… 1편과의 설정 충돌 같기도 하고?!)
프리커서는 카이주의 피와 후지산 폭발의 연쇄 반응으로 지구 생명체를 몰살시킨 다음에 프리커서에게 알맞게 지구를 테라포밍할 속셈이었던 것 같다.
리퍼(RIPPERS)
뉴턴은 샤오 산업의 자동화 공장에서 리퍼를 대량 생산하여 일본에 당도한 카이주에게 보낸다. 수많은 리퍼들은 카이주 세 마리를 합체시켜서 아주 아주 커다란 “메가 카이주”로 만들어버린다. 메가 카이주를 보면 아무래도 고지라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고지라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데도 계속 생각났다.
3편 떡밥 (쿠키인 척 하지만 쿠키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쿠키 영상이 하나도 없다.)
뉴턴의 입을 빌린 프리커서들 “우린 계속 올 거야! 절대 포기 안 해. 이제 곧 너희의 운이 다할 날이 올 거다”
제이크 펜테코스트 “아니. 네 머릿속에 있는 프리커서들에게 우린 겁 안 난다고 전해. 다음엔 굳이 올 필요 없다고. 우리가 찾아간다고”
어, 어딜 가신다구요?!
만약 어른의 사정이 다 허락된다면 대체 어떻게 만들려는지 궁금하다. 하다못해 어벤져스도 와칸다와 뉴욕에서 싸우는데, 레전더리는 우주나 외계행성으로 예거를 가져가겠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화면이 다시 어두워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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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립다. 저때는 포토티켓이 인화지였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퍼시픽 림’(2013) 때는 워너가 붙어있었다. 레전더리는 그 뒤로 한동안 유니버설과 일했다가 2019년 개봉작부터는 다시 또 워너와 함께하는 모양이다.
레전더리는 2016년 1월에 중국의 완다 그룹에 인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