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먼 인 할리우드 (This Changes Everything, 2018)

할리우드 초창기(무성 영화 시절)에는 3대 감독 중에 여자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유성 영화의 시대가 오고 실외 촬영으로 인해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되자, 투자자들은 여성 영화인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남성 영화인은 지금은 남자의 시대라며 여성 영화인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예민한 사람 취급하면서 성 차별을 당연시했다. 그것은 시스템화 되더니 오늘날까지 내려오게 되고 말았다. (일례로, 제작사는 조금이라도 제작비를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서 여자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남자를 고용하려 든다고 한다.) (급여 차별 문제는 아예 차치해버린다;)
고용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영화계 윗선이 법을 지키도록 강제할 장치도 없었고 거미줄 같은 인맥으로 일을 얻는 할리우드 시스템 상 영화계 바깥으로 이 문제를 가지고 나가려한 종사자도 없었다. (지금은 용감하게 나선 영화인이 있어서 조사가 현재진행중이라고 한다.)
여자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서 호평을 받고 상까지 받아와도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한다. 남자 감독은 성공하고 더 성공하거나 실패해도 새 영화를 맡거나 하지만, 여자 감독은 성공해도 다음 일을 받지 못한다. 경력이 부족하므로 블록버스터도 맡지 못하게 된다. 머리가 세고 주름이 늘어 돌이켜보면 결국 경력 차이가 말도 못하게 벌어져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일을 계속 하고 싶어했을 뿐인데 말이다.
(상황을 타개하려면 캐서린 비글로우가 되어서 ‘허트 로커’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여자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면, 리즈 위더스푼이 되어서 ‘와일드’와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를 직접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리즈 위더스푼이 얼마나 탑급 배우인지를 생각하면…!)
감독이란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FX의 회장은 (명확히 수치화된 그래프로) 성 차별에 대한 지적을 당한 뒤 충격을 받고 쇼러너들에게 감독 고용에 대한 편지를 보냈다. 덕분에 감독의 절반이 여성 또는 유색 인종으로 다양해졌고 그 뒤로도 여러 프로그램을 흥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영화를 보던 와중에는 포스터 이미지가 낚시 같기만 했는데, 며칠 지나서 생각해보니 이 정도의 탑급 배우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성 차별 문제를 발언할 수 없는 건가 하는 걱정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중에서 지나 데이비스가 가장 많이 나온다. 여성 영화인이 할리우드에서 오랜 세월동안 성 차별을 받아왔다는 내용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 취급받는 여자에게든 역차별을 주장하는 남자에게든 분명한 근거가 돼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executive producer도 맡았다.


그밖에 기억에 남은 것들 몇 가지 메모 
1. 어느 여성 영화인의 인터뷰 중에 “여성 혐오는 보이지 않는 스포츠”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 인터뷰의 내용과 영화의 흐름을 놓쳐버렸을 정도였다.

2. 아, ‘아메리칸 허슬’이 여자 둘이서 손톱 이야기했다고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였습니까ㅋㅋㅋ (개인적으로는 그 영화를 통해서 에이미 아담스를 뇌리에 새기게 되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영화로 평가한다.)

3. ‘This Changes Everything’이라는 제목을 왜 낚시 같은 ‘우먼 인 할리우드’로 번역했나 했더니, 엔드 크레딧 맨 마지막에 카피라이트 Ⓒ가 우먼 인 할리우드로 뜨더라.
일종의 제작위원회 명칭을 영화 제목으로 쓰니까 또 뉘앙스가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하튼 납득은 했다.



본 리뷰에 인용된 이미지 및 텍스트 등에 대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