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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이 저택의 유령 (The Haunting of Bly Manor,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미니시리즈. (9화)
《힐 하우스의 유령》에 이은 유령 저택 컬렉션 2탄.
같은 제작진이 만들었고 많은 배우가 겹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원작자부터가 다르다. 이쪽은 《나사의 회전》이라는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전작이 가족애를 다뤘다면 이번 작은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느릿하고 세세하게 진행되는 드라마라도 흡인력(吸引力)과 몰입감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작품. 끊어가고 싶어도 꼼짝도 못하고 한꺼번에 몇 화씩은 보게 된다.

여느 악의적인 액션영화에 비하면 깜놀씬(jump scare)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유령도 ‘뭐야, 애니매트로닉스인가? 마네킹이야?!’ 싶을 정도로 눈 피하지 않을만하게 생겼다. 뭣보다 유령의 정체와 역사에 대해서 한 화를 통째로 들여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등급도 [15+]로 내려왔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청불이었다.)
그럼에도 연출과 분위기가 너무 너무 무서운 드라마이다. 타임라인으로 시청자 뒤통수 때리는 반전도 건재.

!!! 스포일러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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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정말 멋진 곳 
― 결말까지 다 본 뒤에 1화를 보면 문을 바라보는 장면, 물 받아둔 장면, “기회가 있을 때 달아나야죠. 젊고 튼튼할 때요”라는 축사, 유령 저택에 썩 관심 없어 보이는 신부, 화자The Storyteller의 정체 등등이 다시 보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 가정 교사(대니 클레이턴)와 정원사(제이미)가 처음부터 운명의 상대였다는 느낌을 주는 화자의 설명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지막화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2화 제자 
― 편지의 “COME HOME”을 보고 나만 움찔한 것은 아닐 것.
― 대니의 슬픔과 죄책감, 트라우마가 폭발한 상황에서 딱 나타난 제이미.
― ‘그 상태’인 마일스(소년)의 팔 힘이 상당히 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화 얼굴들 1부 
― (대니가 오기 전에 헨리 윈그레이브의 돈을 횡령하고 도망쳤다는 옛 동료 · 비서 · 집사 · 보모) 피터 퀸트와 (대니가 오기 전에 호수에서 자살했다고 하는 前 가정 교사) 리베카 제슬의 과거 이야기.

― 마일스가 해나 그로스 부인에게 “악몽을 꿨는데 제가 부인을 해쳐서 슬퍼하셨어요”라는 말을 한다.

4화 그렇게 그가 왔다 
― 대니가 보는 그림자의 정체와 금이 간 안경에 얽힌 이야기. (대니의 신경쇠약 증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에드먼드는 인생에서 가장 불행할 때 원망을 남기고 사고를 당했다.

― 플로라가 묘비 탁본을 뜬다고 돌아다니면서 뜬 것 중에 비올라 로이드의 것이 있다.

― 플로라가 오언을 위로하다가 자기는 이미 죽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서 모르는 거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는 말을 한다. 그러다 비밀을 알게 돼서 더는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고. “죽었다고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슬퍼할 필요 없어요”
어른들 보기에 대견한, 큰일을 겪은 소녀의 극복기와 위로 같지만, 9화를 전부 보고나서 다시 보면 감상이 달라지는 장면.

― 인형 집과 오싹한 인형의 역할 - 알람.

― 대니는 모닥불에 안경을 던져 넣고 그림자와 당당하게 대면한다.

5화 사자들을 위한 제단 
― 해나(가정부)의 기억 에피소드. 해나와 오언(요리사)의 사랑 이야기. 시작하지 못했지만 아름다웠을 사랑. 5화 후반부에 흐르는 음악이 너무나도 슬프다.
― 오언 (치매 어머니 간병하다가 얻은 깨달음이라고 하면서) “우린 기억 속에 과거를 가둔 줄 알지만 기억은 흐려지거나 틀리기 마련이죠”
― 해나는 ‘그 상태’인 마일스를 보고 두통을 느낀다.
― 해나의 기억 속 오언은 마일스에 대해서 추궁하며 그가 잔인하지 않느냐는 식의 말을 한다.
― 마일스 배우(Benjamin Evan Ainsworth🔗)가 연기를 참 잘한다. 장래가 기대된다.
― 해나만 보았던 벽의 금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우물 밑바닥 벽에 가있는 금.

6화 밝은 모퉁이 집 
― 장난 전화의 정체가 나오는 에피소드. 개인적으론 좀 겉도는 사족 같은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6화 헨리의 죄책감 파트를 없애거나 줄이고, 7화 피터의 꿈 여행 파트를 확 줄이고, 8화 분량을 조금 줄여서 전체 에피소드 개수를 7화 정도로 줄이거나 러닝타임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 4화에서 안경 태운 보람이 있는지, 대니는 제이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 플로라가 유령 소년을 보고 놀라서 어머니에게 달려갔을 때, 샬럿(어머니)과 헨리(삼촌)가 함께 있었다.

― 헨리 (플로라에게 소년을 또 봤냐고 안부를 물으며) “상상의 ‘산물’도 사연이 필요”

― 대니와 제이미는 밤메꽃 데이트를 한다. 제이미는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 이야기를 말로 풀어낸다. 작중에서 재연을 안 해주는 건 블라이 저택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진지하게 추측하면 제작비나 일정 문제 때문이었을 것 같지만.)

― 인형의 집은 헨리의 생일선물이었다.

7화 얼굴들 2부 
― 3화에 이어 피터와 리베카의 과거 이야기 계속. 두 인물의 끔찍하고 으스스한 사랑 이야기.

― 리베카에게 원래의 꿈에 도전해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제이미는 원체 위로와 격려를 잘해주는, 거친 겉모습과 달리 속마음이 따뜻한 성격인 듯하다.

― 피터는 이런 악당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 살살 꼬드겨서 온갖 짓을 다 저지르고 다닌다. 대니에게 화내는 것도 적반하장이라 큰 불쾌감을 안겨준다.
기억을 잊고 얼굴이 사라진 저택 유령들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인간(?)의 악의’를 보여주는 인물인 듯.
(이 배우가 《힐 하우스의 유령》의 루크라니. IMDb에 의하면🔗 올리버 잭슨-코언은 원래 정원사 역할이었다가 전작에서 주인공과 쌍둥이 역할이었기 때문에 좀 이상한 느낌을 주게 될까봐 피터 퀸트 역할로 바뀌었다고 한다.)

― 피터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될 거라며 붙잡고 흔드는 저택의 유령은 퍼디타인 듯?

8화 어느 낡은 옷에 대한 이야기 
― “잠들었다가 깨어나 거닐었죠”
유령의 정체와 영지의 중력, 유령의 동선, 얼굴에 대해서 그 이유와 유래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 17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블라이 저택의 주인 비올라 로이드의 삶과 죽음 이후를 그렸다.
비올라 로이드는 부를 늘리는 능력, 장부를 볼 줄 아는 능력, 세세한 연출로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능력, 자립심, 남편과 딸에 대한 사랑, 폐병으로 시한부가 되었지만 폐병에는 패배하지 않은 근성과 정신력, 강렬한 집착 등을 가진 인물이었다.

제작진은 8화를 통해서 미지의 두려움을 걷어내고, 위력과 동선을 알기에 더욱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나는 8화의 이야기가 어쩌면 플로라가 과거에 (6화) 헨리 삼촌의 조언을 듣고 그 뒤로도 여러 주변인의 영향을 받아 통째로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오빠와 함께 어른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블라이 저택의 유령들에게 기억을 주고 넋을 기린 것일 수도.
그냥 시답잖은 내 추측이다.

(마지막화) 9화 밀림의 야수 
― 이기적이지 않고 용감한 유령 해나.
― 플로라의 대책 없는 기지와 선의.
― 끔찍한 일은 자기가 떠맡겠다는 유령 리베카. 그런 일을 두 번이나 겪겠다는 각오와 선의.
― 저택의 중력을 풀어버리는 대니의 희생.
― 대니가 패닉에 빠지려할 때 나타나서 진정시켜주는 제이미.
― 제자리를 찾은 가족.
― 로맨틱한 밤메꽃 고백과 귀여운 화분 프로포즈.

― 다른 인물들이 말했을 땐 으스스했던 “우린 하나야”라는 말이 제이미의 입을 통해서 서글프고 순수하고 로맨틱하고 아련한 말로 변모한다.

― 블라이 저택과 무관한 에드먼드의 그림자가 초중반부 비중이 높았던 이유와 대니가 다른 사람을 공포와 기억의 굴레로 끌어들이지 않는 호수의 여인이 된 이유는 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대니 이야기는 죄책감과 신경쇠약에 오래도록 시달린 끝에 모처럼 손에 넣었던 행복을 놓쳐버렸다는 이야기로 읽히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내 취향은 긴가민가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스릴러 쪽이기 때문.), 이 모든 이야기를 화자가 말해주는 대로 “귀신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슬프고 아름답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로 변모한다는 점이 놀랍다.
IMDb 트리비아🔗를 몇 가지 읽어보면 (헨리도 어릴 적에 유령을 봤다는 것이나 마지막화 대니의 눈이 비올라 때문에 오드아이라는 것 등.)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유령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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