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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2003)
나폴레옹 전쟁 시대, 주인공 잭 오브리 함장(러셀 크로 扮)이 낡은 구닥다리 영국 함선으로 빠르고 두껍고 신식이며 병력까지 두 배인 프랑스 전함을 갈라파고스까지 고집스럽게 쫓아가서 크게 한 번 이겨먹는다는 이야기.
시대극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영화. 험난한 바다 위 함선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 독특하다.
▲ 그 시절 범선끼리 싸우고 견제하는 모습 ― 전소·나포·약탈 명령, 당직 장교, 전투령 발동, 망루에 사수 배치, 안개에 배를 숨기기, 웨더 게이지weather gauge(유리한 풍향으로 적의 전함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것), 모래톱에서 배 수리하기, 선원을 우현 난간에 세워서 속도 높이기 등등.
▲ 본인의 안전보다 함장의 식기부터 챙기는 급사, 장교와 선원들의 식사와 음료 차이, 대단한 항법 기술을 구사하는 함장과 행운을 말하며 함장을 맹종하는 선원들, 함장과 박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면 선원들은 미신으로 오락거리를 삼는다, 함장의 종교와 선원들의 미신.
▲ 외과수술 ― 두 눈뜨고 자기 뱃속 총알 빼내는 수술을 하는 박사. 이때의 폴 베타니 연기가 인상적이다.
바다에서 전쟁하는 이야기라서 사상자가 초반부터 많이 나오고(Blakeney, Midshipman🔗) 주인공이 선원의 목숨, 물과 식량 보급, 친구와의 약속보다 군인의 의무를 중시하느라 강행군하면서 이런저런 갈등도 벌어지게 되며(미신 → 군기 위반 → 홀롬 사건) 후반부에는 드디어 두 척의 배가 붙어서 선원들끼리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격렬한 장면도 나온다.
박사(폴 베타니 扮)가 끝까지 생물학자로서 갈라파고스에서 채집을 못한다는 결말은 안타깝게 웃기지만, 고증이려니 생각하고 패스. (찰스 다윈이 처음으로 방문한 때는 1835년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에 프랑스의 함장을 명예로운 신사처럼 그렸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치사한 사기꾼인 양 바꿔버리는 것을 보면서는 피식 웃었다. 원작은 1812년을 다뤘다고 하는데, 영화는 일부러 1805년으로 설정해서 1812년 전쟁이라는 부담스러운 묘사(미국과 영국의 전쟁)를 피해간 것이라고 한다. 과연 블록버스터영화계에서 만만한 프랑스ㅋㅋㅋ 어휴, 영국ㅋㅋㅋ 문화 초강대국이라서 참 좋으시겠어요.
넷플릭스🔗에 있길래 오래간만에 보았는데, 다시 봐도 꽤 볼만했다.
피터 위어 감독이 찍은 실제 폭풍 영상도 합성에 사용하고 18세기 범선 HMS Rose의 복제품에서 짧게나마 촬영도 하고 (대부분의 촬영은 세트장에 설치한 다른 복제품에서 했다고 한다.) 실제 갈라파고스도 촬영하는 등 (물론 배우가 나오는 장면은 그린스크린 촬영이라는 것 같다.) 꽤 신경 써서 제작했던 영화라고 한다. 당시의 노력들이 지금 봐도 시대극 분위기에 취하게 만드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뭐, 오스카에선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잔뜩 깨졌지만🔗 세상에는 ‘해적이 나오지 않는 영국 함선 배경 시대극’에 점수 주는 영화팬도 얼마든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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