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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려라, 2020년 (Death to 2020,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주로 미국에서 일어난 2020년의 주요 사건을 모두까기로 논평하는 다크 코미디. 모큐멘터리.

호주 산불, 다보스 포럼, 서식스 공작 부부의 발표, 중국의 코로나19 은폐, 트럼프의 탄핵 재판, 대선 캠페인, 양극화,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 팬데믹, 톰 행크스의 코로나19 감염, 패닉 바잉, 봉쇄, 보리스 존슨 총리의 확진, 백신 음모론,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위, 인종차별 사건들, 동상 철거, 틈새 넷플릭스 홍보, 트럼프의 유세, 바이든의 유세, 미국 부통령 후보로서 최초의 흑인이자 최초의 남아시아계 혈통인 카멀라 해리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연방 대법관의 별세,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과 행보, 미국의 선거 시스템, 바이든의 당선, 트럼프의 대선 불복, 백신 완성 등등을 다룬다.

내레이터는 로렌스 피시번이 맡았다.
끝까지 냉소적인 언론사 리포터 역으로 새뮤얼 L. 잭슨,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을 듣고 생존 벙커에 처박힌,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비선 실세 역으로 쿠마일 난지아니,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비공식 대변인 역으로 《프렌즈》의 리사 쿠드로,
《왕좌의 게임》과 《스타워즈》 스토리를 실제 역사인 것처럼 인용하는 역사학 교수 역으로 휴 그랜트,
“사람이 존나 싫다”는 심리학자 역으로 레슬리 존스 등이 출연한다.
배우진이 왜 이렇게 화려해!

아름다운 음악을 깔아놓고 아무렇잖게 비아냥거리는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대사를 던져대니까 방심하고 있다가 육성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빼고 덜 집중하면서 보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남의 나라 정치 · 사회 풍자 코미디를 보면서 2020년의 미국을 되돌아보고 지구반대편 나까지 재삼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었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불쑥 드는 것이.

넷플릭스의 《가버려라, 2020년》 포스터


“팬데믹은 안중에도 없는 서양 사람들은 더욱 중요한 일에 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인 제작자들에게만 상을 주는 오스카 시상식이 있죠. 올해는 다를 거라 예상했지만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 명단에서 다양성이 느껴지더군요.
‘결혼 이야기’는 백인 부부가 부유한 결혼생활에 허덕이는 내용.
‘포드 V 페라리’는 백인 남자들이 운전하는 내용.
‘작은 아씨들’엔 진상으로 자랄 백인 소녀들이 등장하죠.
‘조커’의 주인공은 화이트페이스 분장을 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도용한 꼴이 됐고 자신이 맡은 역을 뒤로하고 광대로 전락해 버렸어요.
‘1917’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연도를 뜻하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백인 수이기도 하죠”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가 역사를 새로 쓰자, 희망에 찼던 백인 1만 명이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기생충Parasite’? 제목부터 영어가 아니네요”
“영어 맞아요”
“네?”
“‘기생충Parasite’ 영어라고요”
“영어처럼 말하니까 그렇겠죠”

《기생충》의 업적 중 하나가 수많은 백인을 절망시킨 것이란 말인가ㅋㅋㅋ 그래요, 잘됐네요. 트로피를 늘 받는 사람은 트로피를 못 받아보는 경험도 해봐야 트로피를 못 받는 사람의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고 한 거겠지.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동양계 차별이 심해졌다던데, 영화 《미나리》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스크는 총과 다르게 비싸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서 미국 전역에서 마스크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비평가들은 호흡기 부족 문제를 ‘숨이 멎을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끄덕끄덕) 총의 나라 미국에서 만든 모두까기 코미디라면 꼭 한번은 해야 할 발언.

“맨스플레인하고 싶진 않지만 예상은 했어요. 왜냐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일찍이 추적하고 있었거든요. 우한에서 발행하기 전 박쥐 안에 있을 때부터요”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한 청년의 인터뷰는 불시에 나를 웃겼다. (《기묘한 이야기》에 나온 배우가 연기했다.)
헛소리로 맨스플레인하는 것도 웃겼고, 직업으로 내세운 ‘콘텐츠 제공자’의 정체가 리액션 유튜버라는 것도 웃겼으며 무엇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몇 번 본 인물상이라서 너무 웃기고 어처구니없었다ㅋㅋㅋ 시나리오 작가 양반, 뭐하는 분이세요ㅋㅋㅋ 풍자를 하려면 관찰력과 분석력이 아주 좋아야겠구나 하는 걸 뜬금없이 이 부분에서 느꼈다.

도널드 트럼프 “소독약을 뿌리니까 1분 만에 바이러스가 사라지던데 그런 식으로 치료할 수는 없을까요?”

“대통령의 의료 자문조차 이 질문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자신의 영혼 속에 파묻혀 죽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죠”

“광기에 가까웠던 3년 반 동안의 임기가 저 영상에 요약됐네요”


(1차 대선 토론에 대해서) “트럼프는 트럼프다웠어요. 표정이 안 좋았죠.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요. 이제는 그게 무슨 일인지 알죠. (* 트럼프의 소득세 문제를 말하는 듯?) 
그리고 바이든은 살아 있으려고 애썼고요.
그렇게 토론이 시작됐는데 마치 요양원에서 펼쳐지는 랩 배틀 같았어요”


“대도시에선 진보 얼간이들과 눈송이 세대가 길거리로 나와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고 희망, 기쁨과 바이러스가 담긴 침방울을 뿜어댑니다”


조 바이든 “전 국민을 분열하지 않고 단합시키는 대통령이 되리라 맹세합니다”

“바이든은 미국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알려주는 수백만 장의 투표지를 여전히 개표 중이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투표 결과조차 인정 못 하고 있었죠”


“트럼프는 낙선했어도 지지자들의 움직임은 계속됩니다. 미국과 미국의 사랑 없는 결혼에 갇힌 셈이죠”

“정말 놀라운 건 4년 동안 트럼프가 한 짓이 있는데도 7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그를 응원한다는 거예요. 끔찍한 이야기이거나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2020년에 무얼 배우셨나요?”
“소파에서 냉장고까지 몇 걸음 떨어졌는지 배웠죠”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은 지구촌 누구에게나 힘들고 이상한 한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버려라, 2020년》이 두다다 빈정대는 걸 보니까 미국인에게는 각별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한해였겠구나 싶다. 어휴. 팬데믹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선이 한해에 일어났으니. 부디 《가버려라, 2021년》은 만들어지지 않기를! (백신 때문에 능력이 생긴다든가 부통령이 대통령된다든가 이탈리아 방송에서 어쩌구저쩌구 해외단신 같은 거… 당연히 보고 싶지 않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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