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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썸네일은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해서 보여주는 거라고 하던데,
초기화면에 뜨는 작품이나 카테고리는 그렇지 않은 걸까?
귀여운 키즈 콘텐츠를 봤다가도 금세 잔인한 청불 액션물을 봐버리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취향을 분석하기 힘든 걸까? 아니, 근데 둘 다 제가 보는 겁니다. 분석해주세요. 
주로 미국애니메이션을 보는 나에게 넷플릭스는 왜 허구한 날 일본애니메이션을 들이미는지?
야한 영화도 질색이건만, 어째서 ‘선정적 영화’라는 카테고리를 내놓는 것이지요? 혹시나 해서 둘러봤지만, 역시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썸네일들이구만.
‘다시보기 추천 콘텐츠’도 마음에 안 든다. 두 번 본 영화라고, 2화 이상 본 드라마라고 좋아하는 작품인 게 아니라구….
넷플릭스, 힘 좀 내봐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언젠가 썸네일을 귀여운 걸로 나오게 하고 싶어서 개나 고양이가 나오는 작품을 잔뜩 본 적이 있었다. 흥, 이틀도 안 가더라.
알고리즘, 신용이 안 가. 초기화면에 내놓는 것들, 다른 걸로 바꿔줘요.



고스트 워 (Spectral, 2016)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밀리터리 SF 액션.
레전더리 픽처스의 영화이다.

내전 중인 몰도바에 투입된 미국의 특수 작전 부대는 마치 유령 같은 어떤 존재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 군수품 개발 박사와 CIA 요원, 특수 작전 부대는 수수께끼를 파헤치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 유령을 맞닥뜨리러 간다.
유령은 지역주민에게 고스트 워(The ghosts of war, 전쟁의 유령, 아라타레, '악몽 같은')라고 불리고, 군인에게는 초분광 이상(hyperspectral anomalies), 초분광(hyperspectral)이나 원제인 스펙트럴(spectral)이라고 불린다. 정체는 몰도바 스포일러가 스포일러에서 스포일러한 스포일러. 인간을 스포일러에서 스캔하고 스포일러로 프린트한 뒤 스포일러로 스포일러한 존재를 이용해서 스포일러하게 한 것.

가볍게 보기 괜찮은 킬링 타임 무비. 넷플릭스를 시작한 뒤로 몇 년에 한 번은 보고 있다.
유령이 나오지만, 공포물은 아니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화면이 밝아지고 연출도 시원시원해진다.
SF 성격이 강하다. 밀리터리 액션물이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섬광 펑펑펑으로 묘사되는 편이다. 마치 게임 같은 타격감이 느껴진다. 재미있게 잘 만든 B급 무비의 향취가 난다. (제작비 7천만 달러 추정.)

제임스 뱃지 데일(『아이언맨 3』에 행동대장 빌런 새빈 역으로 나왔던 배우)이 주인공인 마크 클라인 박사 역을 맡았다. 군인이 아닌데도 멋있게 나오는, 훌륭한 주인공.
브루스 그린우드(제임스 올랜드 장군 역)는 특별출연처럼 조금 나오고 만다. (음, 아무래도 밀리터리 액션물이니까.)




벨벳 버즈소 (Velvet Buzzsaw, 2019)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현대미술, 갤러리, 미술상, 비평가, 에이전트를 풍자한 스릴러.

공포 스릴러치고는 심심했다. 관객을 무섭게 만들기 위한 장치를 이것저것 잔뜩 내놓으면서도 심심하게 연출해놓았다. (흠, 공포보다 '풍자'를 우선시해서?)
피 철철 장면이 두 군데 정도 나왔던 것 같고 ㅂㄷ신도 있었으나, 그런 거 다 빼고 차라리 15세 관람가로 만들지 그랬나 싶었다.
미술업계 종사자끼리 기 싸움을 하고 머리를 쓰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장면들이 훨씬 재미있었다. 무슨 영화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오직 제이크 질렌할을 보기 위해서 틀었던 것이기 때문에 현대미술계의 생리, 돈을 위해 돌아가는 미술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초반부가 흥미로웠다. (나중에 '백남준 상Nam June Paik Award'이란 단어가 휙 지나가던 것도 재밌었고, 하하.)

무명의 화가가 고독사하고 남긴 그림들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
사람의 스포일러나 스포일러 혹은 로도라의 스포일러 혹은 그림에 스포일러한 스포일러의 스포일러가 사건의 원인이길 바랐으나,
영화의 결말을 봐서는 영화 속 공포스러운 사건들의 원인이 "스포일러인 스포일러"인 모양이다.
내 취향의 스토리가 아니라서 많이 아쉬웠고 두 번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결말에 나온 스포일러가 스포일러의 영향을 받을지 아닐지는 궁금하다. 만약 무작위 타겟팅으로 퍼지길 바란 거라면 여지없이 스포일러인 스포일러 때문이겠구만. 거 참, 스포일러도 아니면서.

제이크 질렌할(모프 밴더월트 역)은 진짜 연기 잘 하더라.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영화마다 확확 달라질 수 있을까.
주인공 로도라 역은 러네이 루소(르네 루소)가 맡았다. 『토르』 시리즈에서 프리가 역을 맡았던 배우이며 댄 길로이 감독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벨벳 버즈소'란 게 맥거핀도 아니고 너무 시시하게 쓰인 시나리오라서 아쉽게 됐다ㅠㅠ



어웨이크 (Awake, 2021)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SF 스릴러.

다짜고짜 전기가 끊기고 아무도 잠을 못 자게 된다. 의식을 잃지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순식간에 폭동이 일어나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폭주해버린다.
그런데 주인공의 딸 마틸다는 잠들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질)과 주인공의 아들(노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부라는 허브로 마틸다를 데려가고자 한다. 질은 불면을 고문으로 쓸 수 있다는 걸 아는 전직 군인이기 때문에 의심의 끈을 놓지 않지만 말이다.

'불면'이라는 소재만 신선하고 기존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 나오는 갈등과 폭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다들 순식간에 남을 해치는 존재가 돼버리기도 하고.
그런데 청불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비스무리치고는 숨죽이고 긴장하게 되는 장면이랄 게 없다. 『벨벳 버즈소』보다도 더 없다.
한 마디로, 제작진이 대충 만든 것 같은 영화.

결말이 종교적인 것도 의외였고 별로였다. 죄를 씻고 물에서 나와 다시 태어나라, 인간이여.
앗. 그러고 보니, 과학적 사고나 법칙, 교육을 부정하는 대사가 길고 의미심장하게 나왔던 것("책은 태우라고 해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요. 다들 지구가 평평하다고 할 때는 지구가 평평했죠. 그러다 다들 지구가 둥글다고 하자, 지구는 둥근 게 됐어요. 과학? 그걸 누가 이해나 하나?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 절로 사실이 돼. 같은 내용을 책으로 옮기면 그 책도 진리로 남지. 아무도 이해는커녕 관련된 얘기조차 하지 않지")도 대단히 의심스럽구만. 🤔 혹시 각본가가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인가? SF의 탈을 쓰고 이러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넷플릭스가 제작에 간섭 안 하고 돈만 마구 퍼부어주는 회사라는 게 못마땅해진다. 나는 제작진이 아니라, 시청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넷플릭스가 제작 과정에 관여할 것이라고 한다! (뉴스 링크🔗) 드라마는 괜찮으니 내버려두고, 영화를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차라리 영화를 줄이고 미니시리즈를 늘려줘! B급이나 잔잔한 걸 좋아하는 나도 가끔은 기가 찰 정도란 말이다. 아, 과연 어떻게 될는지.



넷플릭스가 추하거나 징그러운 썸네일 좀 안 내밀었으면 좋겠다. 징그러운 썸네일들이 내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준다. 전혀 보지도 않은 걸 일일이 '맘에 안 들어요' 누를 수도 없고.
설마 내가 본 'SF 스릴러'에서 '스릴러'만 가져가는 건 아니겠지. 😑 일해라, 알고리즘.

최근 넷플릭스에 『SPYxFAMILY 스파이 패밀리』라는 일본애니메이션이 올라오고 있다. 시즌 1개를 통째로 올리지 않고 한 화씩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게 신기해서 틀어봤고, 나쁘지 않아서 3화까지 봤을 뿐인데 '단련 님을 위한 오늘의 콘텐츠'나 '비슷한 콘텐츠'를 일본애니메이션이 장악해버렸다. 진짜…. 일해라, 알고리즘! 😠 
애니메이션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는. (방심은 금물이다. 일본작품에 뒤통수당한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말도 안 되는 능력과 전개로 시원시원하게 풀어가는 개그물이기 때문에 머리 아픈 고민이나 갈등을 보기 싫을 때 별 생각 없이 틀어놓기에 딱 좋은 애니메이션인 것 같다.
근데 나는 일본애니메이션을 추천받기 싫고 실제로도 서양애니메이션을 더 많이 봤으며 '좋아요'도 눌러놓았는데, 왜 초기화면을 장악당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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