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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건 씨의 전화기 (Mr. Harrigan's Phone, 202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티븐 킹의 책 『피가 흐르는 곳에』에 수록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공포 영화.

공포? 잘 모르겠다.
내 눈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비판을 곁들인, 다정한 소년과 괴팍한 노인의 훈훈한 우정 이야기로 보였다.
분명 블럼하우스 로고를 보았지만 말이다. 분명 케니 얜코비치의 마지막 자세와 구두약은 불가사의했지만 말이다. 분명 딘 휘트모어가 쓴 부스베이 비누와 'Stand by Your Man' 노랫말은 수상했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기이한 우연을 몇 번 겪은 뒤, 가슴속 깊이 박혀있던 슬픔과 외로움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자전적 공포 소설로 꾸미고 과제로 제출한 뒤에 낭독한 걸 영화화한 성장 영화 같았다.

해리건 씨 "이건 미끼가 아닌 것 같아
입문용 마약이지
벌써 알겠더라고
구글에 뭘 검색하면 금융 정보와 관련된 결과들이 뜨기 시작했거든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거야
(생략)
거짓 정보가 흔해지고 진실로 받아들여지면?
이 기기로 더 허튼소리를 퍼뜨리기 시작하면 어쩌지?
안 그래도 바깥세상은 개판인데 말이다
신문, 기자, 정치인
우린 모두 이 새로운 장치를 대단히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

크레이그의 내레이션 '그날 해리건 씨는 순식간에
미래를 예견했다
인터넷의 미래는 물론 뉴스와 가짜 뉴스
소셜 미디어, 방화벽, 스팸 메일
줄리언 어산지, 에드워드 스노든과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은퇴할 정도로 나이를 먹고 나서도 어린 친구가 선물한 신문물을 금세 받아들여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그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한 통찰력도 가지고 싶다.
공포 영화로 받아들이기엔 해리건 씨가 너무 부러웠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Guillermo del Toro's Cabinet of Curiosities, 2022~)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 1개. (8화)
호러 앤솔로지. 옴니버스. 각 화마다 다른 원작을 가지고 있다.
깜놀씬(점프 스케어)은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잔인한 신체 훼손 장면 등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혐오감을 유발한다. 깜놀을 질색하나 비주얼은 즐기는 공포 영화 애호가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포스터 ⓒ 2022 Netflix


1화 36번 창고 
강령술, 악마 이야기를 하더니 정작 나타난 것은 {스포일러}이었다.

2화 무덤가의 쥐 
고전 공포소설 분위기. 원작은 헨리 커트너가 1936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쥐떼와 대왕쥐 괴물이 나온다. 그리고 결말의 '어떤 장면' 때문에 쥐 싫어하는 시청자한테는 강력 비추.

3화 부검 (하드고어도 괜찮다면 추천. 👍)
원작은 마이클 시어의 『Polyphemus』라는 책에 실린 소설. (1987년 출판.)
옛날 배경의 범죄 수사 드라마 분위기. 하지만 장르가 공포. 그것도 {스포일러} 쪽 공포.

"자기를 잡아먹는 게 뭔지 가축이 알면 안 되니까?"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 뒤, 병리학자와 {스포일러}가 대화 나누는 장면이 퍽 재미있었다. 이마가 찌푸려질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 오래오래 나와서 기가 막혔지만, {스포일러}로 가기 위한 주인공의 결의와 용기가 느껴지기에 아주 싫어할 수만도 없는 후반부였다. 칼 윈터스 박사님, 흑흑흑.

4화 겉모습 
있는 그대로의 내가 싫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강요하는 남이 싫고, 사회구성원으로 환영받는 아름다운 내가 되고 싶다? 주인공이 멀리 떠나 새 출발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결말이어서 신기했다.

5화 모델 
고전 공포소설 분위기. 크툴루 신화를 만든 H. 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소설이 원작. (1927년 출판.)

벤 반스가 주인공인 윌리엄 서버 역을 맡았다. 잘생겼다. 중년 분장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신체 훼손 장면을 너무 노골적으로 연출해놓아서 끔찍했다. 어디까지 묘사하는 거냐 싶어서 엉겁결에 주시했을 정도로; (이런 건 특수분장과 특수효과겠거니 하기에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소설과 취향이 안 맞으면, 이 드라마의 반전과 결말도 재미없게 느껴질 듯.
"반대쪽에서 오고 있어. 그가 연회를 위해 오고 있어" 

6화 마녀의 집 
약간 고딕 호러 분위기가 난다. (단, 이 이야기의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라 쌍둥이 남매 사이.)
원작은 H. P. 러브크래프트가 1932년에 쓴 단편 소설. 러브크래프트는 '다른 세계'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루퍼트 그린트가 주인공 월터 길먼 역을 맡았다.
여성 캐릭터들을 위주로 각색을 잘한 것 같다는 느낌을 {스포일러} 장면과 {스포일러} 장면에서 받았는데, 과연 Catherine Hardwicke이라는 여성 감독이 연출했다.

7화 관람 
절반은 쳐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기예르모 델토로 명의와 넷플릭스 자본으로 이렇게 지루한 공포 드라마 좀 만들지 마세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아토믹 블론드』, 『호텔 아르테미스』 등에 나온 소피아 부텔라가 자라 박사 역으로 출연했다.

8화 새들의 비행 
유령의 집 이야기.
조류학자 부부 낸시와 에드거는 민물도요를 연구하느라 외딴 섬의 오래된 집에 묵게 된다. 낸시는 신경쇠약에 걸린 것만 같은 상황에 시달린 끝에 자신의 슬픔을 마주하고 남편과 화해하게 된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따뜻한 결말이어서 좋았다. 아들 유령은 낸시가 {스포일러}했고, 엄마 유령의 고독과 우울, 절망도 민물도요 떼가 {스포일러}됐다고 알려준 것일 거라고 믿겠다. 낸시는 '고통을 아는 엄마'로서 '갈등 해소'까지도 다 느꼈을 것이다.

에드거 브래들리 역을 『워킹 데드』로 유명한 앤드루 링컨이 맡았다. 귀여운 춤을 추고, 사랑을 고백하고, 분위기를 잡는 등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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