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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 유 (I See You, 2019)

절대 스포일러를 밟지 말아야 할 영화.

공포 스릴러.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상세하게 어떤 장르인지를 설명하려고 하면 무조건 스포일러가 돼버리는 것 같아서 뭐라고도 적기가 꺼려진다.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수상하게 생각하고 나빠 보이는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는 등 영화가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에 대한 추측과 감상이 많이 달라진다.
배우 캐스팅부터가 제작진이 페이크를 건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에 {스포일러}가 {스포일러}에게 {스포일러}하게 {스포일러}하는 장면이 퍽 마음에 들었다. 생각도 못 한, 가슴 아픈 내용에 사이다 반 모금.

추천.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2020)

영화배우 에머럴드 페넬의 감독 데뷔작.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93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편집상 후보.)

강 스포일러 주의 ::: 펼치기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주인공의 복수가 선을 넘지 않는다. '너 같은 나쁜 놈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공포를 맛보여줄 뿐이다.
(관람등급 15+라서 그런 건지, 피해자는 흠결 없는 존재여야 해서 그런 건지, 제작진이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선을 그어놓은 건지….)

캐시의 발송 예약 문자가 몇 번이나 이어지길래 마지막으로 동영상이 발송될 줄 알았다. 아마 라이언 쿠퍼도 그럴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흠결 없는 존재여야 해서 그런 건지, 제작진이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선을 그어놓은 건지….)
캐시는 니나를 잃은 뒤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을 정도로 니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동영상을 퍼뜨릴 수는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경찰에게는 넘어간 것 같고.)

어찌 됐든 화끈한 복수극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현실에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비극이었다.
절친을 잃고 '남자'라는 존재에게 끊임없이 배신당해 마음이 부서진 주인공 커샌드라 "캐시" 토머스의 삶과 결말이 너무 안타까워서 심란하기 그지없다.

IMDb🔗에 따르면, 감독은 은퇴한 경찰관인 시아버지에게 누군가를 질식시키는 데 얼마나 걸릴지 물어봤고, 그렇게 해서 2.5분 동안 질식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게다가 캐리 멀리건이, 스턴트 배우stunt double를 쓰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그린랜드 (Greenland, 2020)

재난 영화.

전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성간 혜성 클라크의 파편들 때문에 난리 나는 지구촌.
1형 당뇨를 앓는 어린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족이 비상 대피 대상자로 선정되었다가 취소당하고 아비규환의 난리통에 흩어져버린 뒤 온갖 사건을 겪으면서 다시 모여 희망을 잃지 않고 대피소로 가기 위해서 애쓴다는 이야기. 이렇게 줄거리를 줄줄 써놔도 딱히 스포일러를 발설했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재난 영화 클리셰에 충실한 영화.

안타깝고 무섭고 아슬아슬하고 감동적이라고 느낄 거 다 느끼며 푹 빠져들어서 보았다. 다만… 비상 대피 대상자, 결격 사유, 팔찌 등의 소재가 이 영화의 개성이라고 생각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다 무슨 의미가 있냐 싶게 만들어버리길래 아쉬웠다.
뭐, 어쨌든 제라드 버틀러가 똑같이 주연을 맡았던 재난 영화 『지오스톰』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신의 구부러진 선 (God's Crooked Lines, Los renglones torcidos de Dios, 2022)

심리 스릴러 영화.
주인공은 거짓말을 들켜도 새 거짓말을 금세 지어내는 편집증 환자인가, 아니면 정신병원에 '합법적으로 납치된 환자'인가.

중반부까지는 무척 흥미진진했으나 후반부와 결말부에서 급격히 피로해지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주인공도 의심스럽고 주인공의 남편과 원장도 매우 의심스러우니, 영화결말 너머의 세상에서도 바로 또 혼돈에 빠져 러닝타임 내내 했던 다툼을 또다시 반복하겠구나 싶어지는 것이었다. 피곤하지 않을 수가.
비겁하게 열린 결말 아닌가 한다.
(IMDb🔗에 따르면, 원작소설의 결말은 영화보다 명확하다고 한다. 어휴, 그냥 원작대로 만들지.)

주인공(Alice 혹은 Alicia)을 맡은 배우 바바라 레니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다. 이런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냥 원작대로 만들지.)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202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살인 미스터리 영화. 추리. 현대 탐정.
(넷플릭스는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2, 3편 권리를 한꺼번에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3편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올 것이다.)

아주 재미있었다. 최고예요!👍👍도 눌러놓았다.

개인적으로 1편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옛날 추리 소설 같았던 1편과는 확 달라진 작품 분위기, 무척 신랄해서 절로 웃음이 터지는 블랙 코미디가 내 입맛에 더 맞았던 것 같다.
(1편과 무관하게 봐도 되는 영화인 듯하다. 감독은 제목에 “A Knives Out Mystery”가 붙은 걸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글래스 어니언”이 독립적인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사건의 진상, 영화의 결말을 보자마자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훅 드는 영화였다.

그동안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정말 귀여워 보여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포스터 ⓒ 2022 Netflix. All Rights Reserved.


강 스포일러 주의 ::: 펼치기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강 스포일러 주의 !!! 

― 맨 앞과 맨 뒤 넷플릭스 로고가 뜰 때마다 두둥 하는 소리가 안 나온다. 왜지? 영화 속 “덩!” 때문인가?

― 두 번째로 볼 땐 ‘마일스 발상’이란 게 별거 아니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1회차 땐 그래, 천재 캐릭터는 괴짜가 많잖아 하고 납득하면서 봤었는데 말이다ㅋㅋㅋ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주는 영화.

― 상자 퍼즐을 풀 때 바흐 곡 ‘작은 푸가 사단조’라고 알려주는 카메오는 요요 마.

― 블랑과 “어몽 어스”를 하고 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안젤라 랜즈베리(『제시카의 추리극장』!!!)와 스티븐 손드하임. (그리고 『러시아 인형처럼』의 너태샤 리온, 으으음? 카림 압둘 자바???) 
“글래스 어니언”은 두 사람의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에 “일평생 영감을 주신 앤절라 랜즈버리와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나온다.

― 매우 독특하게도 코로나19 시국을 배경으로 한다. (2020년 5월)

격리(락다운) 상황에서 블랑이 사건을 필요로 하여 미쳐가고 있는 듯한 묘사를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것도 제작진의 트릭이었구나 싶어지지만 말이다ㅋㅋㅋ

또한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어떻게 쓰는지 보여줌으로써 관객 · 시청자에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떤지를 다시 한번 알려준다.
마스크 같지도 않은 망사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버디 제이라든가ㅋㅋㅋ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하는 듀크와 위스키라든가ㅋㅋㅋ 어휴. (이마 짚기)

멋지게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수수께끼의 스프레이를 쏘는 남자는 에단 호크.
원래는 예정되지 않은 카메오였는데, 『문나이트』 촬영 때문에 가까운 부다페스트에 있었기 때문에 촬영지인 그리스로 건너와서 카메오 출연을 했다고 한다.

한편, 수수께끼의 스프레이 역시 마일스 브론의 헛짓거리 중 하나였겠거니 하고 추측해보면 정말로 웃겨진다. (코로나19 초창기에 떠돌았던 구강청결제 어쩌구 이야기도 새삼 떠오르고.) 블랑은 입을 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 정시 알림 소리 “덩!”은 조셉 고든-레빗의 목소리 카메오라고 한다ㅋㅋㅋ

―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땐 녹음기가 버디의 가방으로 툭 떨어지는 게 다 보인다.
1회차 때 딴짓하면서 본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못 보았는지 모르겠다ㅋㅋㅋ 그야 배우의 연기와 대사, 모자의 각도, 카메라 워킹 등등 때문이겠지만. 감독의 능청스러운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서 정말로 웃기다.

― 버디가 무릎 위에 다리를 올릴 때 블랑이 무척 불편해 보이는데 이게 또 달리 보이는 면모가 있다.

― 자레드 레토의 콤부차.
― 제레미 레너의 핫소스.

― 코로나19 배경이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인한 루브르 폐장 → ‘모나리자’ 대여라는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모나리자’의 표정과 과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19를 영화에서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블랑 “‘글래스 어니언’의 은유를 좋아합니다. 두껍게 겹겹이 싸인 물건 같지만, 그 중심부는 뻔히 보인다는 점” 
블랑은 처음부터 마일스의 텅텅 빈 알맹이를 보고 있었던 것.

― 냅킨 액자의 빨간색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땐 마일스가 듀크에게 잔을 건네는 게 다 보인다.
버디의 춤과 펄럭이는 옷자락 때문에 그쪽으론 시선을 두기 어렵지만 말이다.
게다가 회상 장면 트릭까지 있으니.

― 마일스가 페그를 피해서 후다닥 도망갈 때 뒷주머니에 듀크의 스마트폰이 꽂혀있는 게 다 보인다.

― 10시 정전 때 블랑은 앤디를 만나 헬렌이라고 부른다.

― 블랑의 동거인 카메오로 휴 그랜트가 나온다. (감독 왈, 브누아 블랑은 퀴어가 맞다Yes, he obviously is.고 한다🔗. 

― 자넬 모네, 연기 잘한다. 카산드라 "앤디" 브랜드와 헬렌 브랜드를 멋지게 오간다.
낯설면서도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까 『히든 피겨스』의 세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온 사람이었다! 또한 Fun.의 노래 “We Are Young”에 피처링했던 가수였다.

― 블랑 “그럼 내일은... 제가 일찍 가서 실없는 남부 농담으로 경계심을 낮춰놓죠” 
영화 초반부의 블랑이 그토록 귀여웠던 이유!!!

― IMDb에 따르면, 앤디가 마일스를 모두에게 소개하는 장면에서 마일스가 입고 있는 옷은 『매그놀리아』(1999)의 톰 크루즈 캐릭터에게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외적 이미지를 꾸미는 데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것, 그마저도 바람직하지 못한 이미지라는 것, 마일스 본인의 아이디어는 전혀 없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기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 앤디는 스티브 잡스처럼 입은 마일스에게 “현실왜곡장은 여기서 끝이야The reality-distortion field ends here. 이건 허락 못 해”라고 말한다.
IMDb🔗에 따르면, ‘현실왜곡장’은 애플의 버드 트리블이 스티브 잡스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할 때 사용했던 용어라고 한다.

― 염탐, 살인 동기 찾기를 헬렌이 다 한다ㅋㅋㅋ
사실 이 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부분. 여자 주인공 캐릭터를 아주 잘 만들었다는 감상이 든다. 그러면서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扮)에 대한 호감은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것도 대단하고.

― 클레어 “오토바이 타고 가다 너무 빨리 몰아서 사고 날 뻔했어” 
듀크 “쥐포 될 뻔했지”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전혀 몰랐으니.

― 피트니스 위드 세레나.
카메오.
세레나 윌리엄스는 『Gravity's Rainbow』라는 책을 들고 있는데, 『나이브스 아웃』 1편에서 블랑이 제목 좋다고 거론했던 책이라고 한다.

― 듀크가 분노한 이유는 위스키를 빼앗겨서가 아니라, 마일스가 듀크의 유튜브를 ‘알파 뉴스’에 넣을 수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
마일스에게 위스키를 밀어 넣은 게 오히려 듀크였다는 것.
안 그래도 모자라 보이고 인셀 같은 캐릭터가 더더욱 못나 보이는 순간.

― 제레미 레너의 핫소스!
배우 본인이 나온 게 아닌데도 이렇게까지 씬을 스틸해버려도 되는 건지?!! ㅋㅋㅋ
게다가 이게 블랑이 눈물을 흘린 이유였다니! (이상하게 여겨야 할 장면 같지만, 희한하게 귀여워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가 어려운 선을 잘 걸어가서 신기하다.)

― 블랑 “오늘 하루 내내 비문의 지뢰밭을 건너는 심정이었고” 
뭔가 답답했던 게 어?! 하고 해소되는 순간ㅋㅋㅋ

― 번역가가 무척 즐겁게 작업했을 것 같다.
“돈지라르” 
“이 순간을 온전히 들이호흡 해볼까?” 
“내가 성취한 것들의 쟁점이라고나 할까...” 
“제 살인 추리극에 걸칠한 탐정이 오시다니 리얼하고 좋죠” 
“모두가 깨뜨리고 싶던 걸 대신 깨뜨려주는 거죠. 그게 바로 전완점이에요” 
“증거라곤 기껏해야 전황 증거뿐이야” (이때의 블랑 표정 참ㅋㅋㅋ)
처음엔 급하게 작업한 OTT 특유의 저퀄 번역인 줄 알았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얼마나 미안했고 감탄했는지 모른다ㅋㅋㅋ
마지막에 “자막: 황석희”라고 떠서 오오 하고 납득.

― 블랑의 마일스에 대한 평가가 가차 없어서 정말 정말로 웃긴다.
IMDb에 따르면, 많은 관객 · 시청자가 마일스 블론을 일론 머스크로 해석했다고 하는데, 감독은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다.

― 라이오넬이 “이런 일을 벌이고도 봉투를 갖고 있어? 태워버리지 않고?”라고 말한 뒤의 마일스 표정 변화가 기막히다.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믿고 보는 에드워드 노튼!

― 헬렌은 모두를 쓰레기라고 평가하는데, 정말로 모두는 끝까지 쓰레기처럼 군다.

― 3편의 범인도 백인 남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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