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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간 여러 OTT의 콘텐츠를 아주아주 많이 보았다. 그리고 너무 많이 봐도 감상을 남기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뭐든 본 직후에 한 줄 감상이라도 남기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체르노빌 (Chernobyl, 2019)
드디어 그 유명한 HBO 드라마 《체르노빌》을 봤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였다. 마치 공포 스릴러 같은 연출과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세상에,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이렇게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배우인 줄 처음 알았다.

웨이브🔗로 봤는데, 웨이브는 내 취향에 맞지 않고 어중간한 OTT였다. 영화 있는 게 티빙과 비슷했고 개별 구매가 너무 많았다. 드라마는 내가 HBO에 큰 관심이 없다 보니 뭘 봐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결국 나중엔 《TV 동물농장》만 보다가 한 달 구독을 끝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아, 웨이브🔗 독점 공개라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봤다. 그리고 ‘플라스틱 눈알 달린 절벽의 돌멩이’ 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참 독특하고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제작진이 장난질을 너무 쳐대서 정신없었다. 선하고 평범한 사람의 힘이라든지, 미국 이민자 가정의 모녀 갈등과 화해라든지, 후반부가 갑작스럽게 감동적인 영화였다. 아카데미가 그렇게까지 상을 잔뜩 몰아줄 만한 영화였냐고 한다면… 글쎄?



아바타: 물의 길 (Avatar: The Way of Water, 2022)
6월 7일,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왔다.
‘2시간 7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너무 길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농담.) 하지만 우주 저편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한 묘사가 정말 정말로 좋았다. 판도라 다큐멘터리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소울 (Soul, 2020)
적당히 감동하고 깔끔하게 끝내기 좋은 픽사 애니메이션.
뉴욕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작품.
인물 그림체가 예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풍나무 씨앗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단풍나무로 살아갈 수 있는 씨앗?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든 태어날 수 있는 존재? 소소하지만 빛나는 일상의 상징?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전부 올라간 뒤 픽사 로고까지 나오고 나면 테리(회계사)가 나타나서 “이봐! 영화 끝났어. 집에들 가!”하고 성질을 낸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Encanto, 2021)
어머니께서 가족이 싸우면 금이 가고 가족이 화목하면 금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분석하시면서 재미있게 감상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감상을 옆에서 듣는 게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디즈니 및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다. (《모아나》 제외.)



루카 (Luca, 2021)
프레임수가 적은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임이 뚝뚝 끊겨 보였는데, 제작진이 일부러 클레이메이션 같은 작풍을 의도한 걸까?
여름에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 다 보고 나니, 아주 작고 날씨 좋은 바닷가마을에서 한달살기를 즐기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글 크루즈 (Jungle Cruise, 2021)
디즈니 어트랙션을 원작으로 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
1916년(1차 대전 발발 2년 후)을 배경으로 해서 시대극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액션과 무대배경이 화려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여자주인공 릴리 휴턴 박사(에밀리 블런트 扮)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IMDb에 따르면🔗 에밀리 블런트는 두 번이나 이 영화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인 자움 콜렛 세라와 프로듀서이기도 한 드웨인 존슨이 열렬히 러브콜을 보내서 계약했다고.
영화에 생각도 못 한 반전이 있었다. 남자주인공 프랭크 울프(드웨인 존슨 扮)의 정체와 지도의 진실. 벌떡 일어나서 영화에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무척 재미있었다.
악역인 요하임 왕자를 제시 플레먼스가 연기했다. 넷플릭스 《블랙 미러》 USS 칼리스터 편으로 내 머릿속에 콱 박힌 배우.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메탈리카의 “Nothing Else Matters🔗” Instrumental Version이라고 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Raya and the Last Dragon, 2021)
악역의 서사를 이해 못 하겠다. 이렇게 답답한 불화와 화합의 이야기를 다 봤나. 아직도? 갑자기? 어린이 보라고 만든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억지로 납득하면서 봐야 했다. 차라리 넷플릭스 시리즈에 더 잘 어울리는 스토리라인이 아니었나 싶다.

드래곤들은 왜 하늘을 그냥 날지 않고 물을 밟으면서 나는 걸까.



9-1-1: 론 스타 (9-1-1: Lone Star, 2020~)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폭스 드라마.
별생각 없이 틀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시즌 1, 10화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텍사스 주 오스틴을 배경으로 한다.
론 스타는 미국 텍사스 주의 별명이며 1836년에 텍사스가 멕시코로부터 독립한 후 채택한 주 깃발을 가리킨다고 한다.
드라마는 텍사스스러운(?) 사건 사고를 많이 그리고 있다.
2화 인종 차별주의자의 허위신고
3화 곡물 저장고에 빠진 사람
4화 토네이도
5화 종자 보급업자의 건물에 불이 나서 소의 정액이 담긴 묵직한 통이 날아다니는 현장
6화 농기계에 깔린 노인
7화 로데오 황소 등등.

주요 등장인물의 인종과 성정체성이 다양하다. 모두 프로페셔널하고 솔직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꼰대는 벼락 맞는 세계관.

오언 스트랜드 - 126 소방대장. 9/11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고 한다. 외모를 가꾸는 남자이다. 세상에, 피부관리법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캐릭터가 다 있다. (5화) 아주 마음에 듭니다.

TK 스트랜드 - 오언의 아들. 동성애자. 본명은 타일러 케네디. 천상 소방관.

마르잔 마르와니 - 무슬림 여성. 오스틴 소방서로 오기 전에는 불복종으로 징계 기록을 세웠었다고 한다. 소방관으로서 관심받는 걸 즐긴다. 대원 중에서 필기시험 점수가 가장 높다고 한다. (6화)

마테오 차베스 - 신참. 필기시험에서 네 번이나 떨어졌는데 난독증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인데, 자기도 17살 때까지 미국 출생증명서가 없는지 몰랐다고 한다. 구술시험을 쳐서 92%로 합격한다. (6화)

폴 스트리클런드 - 트랜스젠더. 관찰력이 좋아 조사가 특기이다.

저드 라이더 - 텍사스 토박이 백인 남성. 비료공장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소방관.

미셸 블레이크 - 리브 타일러 扮. 구급대. 3년 전에 사라진 동생 아이리스를 찾고 있다. 관련 에피소드는 시즌 1으로 전부 마무리되는 것 같다. IMDb를 보니까 블레이크 자매 배우 둘 다 시즌 1에만 출연했더라구요….

그레이스 라이더 - 저드 라이더의 아내. 911 상황실에서 일한다. 전화 통화로만 사람 구하는 에피소드가 여러 번 나온다.



어머니 니나 (Dzień Matki, Mother's Day, 2023)
폴란드 영화.

주인공은 십여 년 전에 순직한 걸로 처리된 니나 노바크 소령(일명 키키모라). 어느 날,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던 십 대 아들 막스가 납치당한다. 두샨 드라간이란 자가 부친의 복수로 니나의 아들을 죽이겠다고 막스를 납치한 것. 니나는 납치를 대행한 양아치 조직부터 찾아가서 하나씩 때려눕히기 시작한다.

나이든 여자가 젊은 양아치들을 거침없이 처치하고 본인의 상처를 묵묵히 꿰매는 액션 영화.
잔인한 액션 장면이 은근히 많이 나오고, 더러운 범죄조직을 묘사하는 영화 · 드라마들이 으레 그렇듯 불필요하게 선정적인 장면이 갑자기 지나가기도 한다.
{스포일러}와 {스포일러}라는 반전이 있다. 초중반부에 비해서 약간 기운 빠지는 하이라이트. 결말부에 {스포일러}가 나타나서 니나와 막스의 존재가 드러났다며 잔소리하는 걸 보면 2편을 염두에 둔 영화 같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루》와 《내 이름은 마더》 같은 영화를 더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이 영화도 아주 나쁘지는 않을 듯.

크롬캐스트가 스마트TV 순정리모컨보다 반응이 훨씬 빨라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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