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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킬러 (Painkiller, 2023)

실화 기반 넷플릭스🔗 드라마. 6화짜리 리미티드 시리즈.
매 에피소드, 실제 피해자의 유족이 나와서 “본 프로그램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나, 특정 캐릭터, 인명, 사건, 장소 및 대화는 극적 연출을 위해 각색됐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가족 누구를 잃은 이야기는 허구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뒤에 시작된다.

⚠️ 청불. 수술 장면, ㅂㄷ씬, 시신 부검 장면, 마약 관련 장면 등등이 나오므로 주의가 필요.

미국의 퍼듀 제약에서 만든 옥시콘틴이라는 약은 2급 마약류 아편계 진통제이기 때문에 심각한 중독증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퍼듀 제약의 영업사원들은 강연을 다니며 옥시콘틴을 처방하지 않는 의사는 환자의 통증을 생각지 않기 때문에 비인간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을 보인다. 의사와 영업사원은 돈을 벌기 위해서 유착하고, 의사는 온갖 종류의 통증에 옥시콘틴 처방을 남발한다. 결국에 가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옥시콘틴을 사고파는 시장까지 형성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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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회 문제를 다룬 드라마이기에 더더욱 해피 엔딩을 기대했지만, 답답하고 안타깝게도 배드 엔딩으로 끝난다.
(이디 플라워스가 승리를 거두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건만! 검사들이 엔론과 거대 담배 회사를 거론하고, 늑대 하울링 합창을 하는 장면은 도대체 왜 넣은 걸까…?! 낚시? 동생과 잘 화해했다는 결말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바란 해피 엔딩은 이렇게 개인적인 방향이 아니었다.)


마지막화(6화) 후반부에 퍼듀 제약이 파산 신청을 했으며 합의금으로 60억 달러를 내기로 했다는 내용이 간략하게 나온다. 퍼듀가 금전적으로 손해 보지는 않(45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내면서 투자 수익과 이자로 메꿀 수 있기 때문)으며 법적 책임을 면제받았다는 대사도 나온다.

제작진은 시청자를 달래기라도 하는 듯이 리처드 새클러가 큰아버지 아서 새클러에게 새클러라는 브랜드를 더럽혔다며 피 터지게 얻어맞는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차피 상상이니 공허할 뿐이고, 6화의 제목이 ‘이름이 뭐가 중요하지?What's in a Name?’라는 점이나 곱씹게 된다.
가장 평온해야 할 집에서 리처드 새클러가 듣는 환청, 그리고 ‘새클러’라는 이름이 콘크리트 부서지듯 파괴되는 모습이 사이다 마신 통쾌함을 주지는 않는다.
과연 이런 연출들이 누구를 위로할 수 있을까? 실속 없고 허무할 뿐이다. 그저 새클러 가문이 옥시콘틴 이미지 때문에 진짜로 힘들어했기를 바란다. (실제로 아서 새클러는 미술 컬렉션과 자금을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 기증했었는데, 그가 사망한 이후, 오피오이드 위기로 명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아예 이름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왜 미국 정부는 속 시원하게 철퇴를 내리지 않는 걸까? 의회에서 백악관으로, 백악관에서 법무부로, 브라운리 검사에게로 들어갔다는 압력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의 신자유주의 때문인가?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기 때문인가? 절대 흔들 수 없는 뿌리 깊은 뭔가가 있는 건가?
(난 오피오이드 위기opioid crisis, opioid epidemic라는 단어도 이 드라마 때문에 겨우 알게 되었단 말이다.)
6화가 너무 내용 없이 감상적으로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글렌 크리거(Glen Kryger)는, 아마도 제작진이 일부러 그렇게 묘사한 것 같은데, 처음 옥시콘틴을 처방받게 된 원인이 아들과 부인에게 있으며 그럼에도 끝까지 가족을 원망하지 않은 캐릭터이다.
제작진이 피해자를 대표하는 캐릭터에게 무결함을 부여하고자 한 것일까.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2급 마약류 아편계 진통제를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글렌은 그저 일하다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았을 뿐이었다.) 잘못은 퍼듀 제약에 있다고.

본인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결국 재활에 성공하지 못하고 외롭게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결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 글렌처럼 착했고 성실했던 사람도 옥시콘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6화 맨 앞에 “아들은 28세였고 옥시콘틴에 중독됐죠. 허리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그 애는 중독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라일리는 마음이 무척 넓은 착한 아이였습니다”라고 실제 유가족이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보인다.


《페인킬러》는 옥시콘틴이 오롯이 마약으로 보이는 드라마였고, 마약을 다루는 영화 ·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너무 무섭고 우울한 드라마였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다.

아서 새클러 역은 MCU의 필 콜슨으로 유명한 클락 그레그가 맡았다. 아서 새클러는 옛날 사람이라 일찌감치 사망했지만(1913-1987), 리처드 새클러의 상상 속 대화상대로 매 에피소드 등장한다. 늙은 얼굴, 젊은 얼굴을 두루두루 보여준다.

리처드 새클러는 아서 새클러의 조카이다. 《페리스의 해방》, 《고질라》(1998), 《형사 가제트》(1999) 등으로 유명한 매튜 브로데릭이 연기했다. 정말 반가웠다. 하지만 힘들기도 했다. 선한 역으로 나오는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글렌 크리거 역은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의 테일러 키치가 맡았다.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 둘 다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에 글렌의 순진한 면과 바닥까지 추락하는 면을 가슴 절절해지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페인킬러》 포스터 ⓒ 2023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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