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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즈 에린? (Who Is Erin Carter?, 2023)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총 7화.
《나이트 에이전트》처럼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 좋은 액션 드라마.

개인적으로 에린 카터보다 리나 캠벨이 더 마음에 든다.
주인공 에린 카터는 어중간하게 정의로운 성격이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선택지만 고른다. 보고 있으면 은근히 답답하다.
하지만 리나 캠벨은 좋든 나쁘든 시원시원한 성격에다 악당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능력을 마구 휘둘러댄다. 《후 이즈 에린?》이 리미티드가 아니라 다음 시즌 있는 드라마였다면 반드시 다시 등장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 역할이 반전돼있다.
남자(조연)는 여자(주연)가 뭔가 숨기는 걸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못 견디고 이별을 고하거나 잔뜩 다쳐서 돌아온 주인공을 치료해주거나 하는 역할. 직업도 종합병원의 간호사이다. 제작진이 구태여 의사라는 설정을 붙이지 않은 것이다.

“Who Is Erin Carter?”는 2화 초반에 올리비아 손(주인공의 직장동료, 학교의 행정 담당자)이 면접 관련 농담으로 주인공에게 던지는 대사.
장면 자체에 큰 의미를 둘 만하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은 흥미롭게 느껴지는 면이 있기에 기록해둔다ㅋㅋㅋ



사랑하는 아이 (Liebes Kind, 2023)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총 6화.
독일 드라마. 심리 스릴러.

납치 · 감금 · 세뇌(가스라이팅?)를 다룬 숨 막힐 것 같은 이야기.

시청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의심하면서 보게 돼 있고 다행히 나중에 범인의 얼굴과 범행의 이유를 다 알게 되지만, 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 같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피해자인 하나Hannah와 야스민 그라스인 것이다.

마지막화가 인상적이다.
비로소 레나 베크 아닌, 야스민 그라스가 눈에 들어온다.



어셔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2023)

《힐 하우스의 유령》의 마이크 플래너건이 만든 넷플릭스🔗 공포 드라마. 총 8화.

《힐 하우스의 유령》과 《블라이 저택의 유령》처럼 느리고 섬세한 진행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도 체력 되는 한, 정신없이 감상하게 되는 몰입감과 흡인력(吸引力)을 가지고 있다.

청불.
⚠️ 저속한 대사, 수술 장면(1화), ㄴㄱ · ㄴㄱ 파티 · 마약 · 신체 노출 · 관음증 · 피부 훼손(2화), 피부 훼손(3화), 간접적인 묘사의 ㅂㄷ씬 · 안구 훼손 · 사고 장면(4화) 등등이 나온다. 신체 훼손 장면은 8화 끝까지 꾸준히 나온다.
⚠️ 점프 스케어 주의. (2화 “금을 가진 자가”, 3화 “회사가 윤리적 행동을”, 4화 “킥복싱에 쏟아부으면”, 6화 “다 지나간 일이니까”, 7화 괘종시계, 8화 초반과 후반.)

《힐 하우스의 유령》 같은 강렬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처럼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다.
《어셔가의 몰락》에는 사람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전작들과 다르게 피해자가 억울하게 걸려들어 고생하는 게 아니라, 강력한 인과응보가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심히 괴롭지는 않다. ({스포일러} 제외.)
한 인물이 오래오래(8화 내내라는 뜻) 고생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마약성 진통제로 부를 쌓아 올리고 특권을 휘둘러온 그룹의 재벌 일가이다. 대체로 뿌린 대로 거둔다.
설정상, 어셔가처럼 몰락하는 비극을 아무나 당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마크 저커버그나 몬산토 창립자 정도의 인물이 아닌 이상…?)
따라서 《프롬》 같은 드라마처럼 크게 찝찝하지 않다.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불 켤 일이 없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대사가 은근히 많이 나와서 드라마 《페인킬러》와 묶어서 보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피오이드 위기’는 작금의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인 걸까?

버나(Verna)라는 캐릭터를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공포 말고 다른 장르인 드라마에서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은 확실히 아니며 악마도 딱히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간에 인간은 아득히 초월한 존재인 것 같은데, {스포일러}하는 일을 자기가 해야 하는 업무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희한하다.
어떤 인간들한테는 연민이나 존중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더릭 어셔와 C. 어귀스트 뒤팽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뒤팽이 평생 고생만 하고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려줌으로써 위로를 전하려고 했던 것처럼 생각된다. 그리고 Verna는 raven의 애너그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나오는 깃털은 어쩌면.
배우 칼라 구지노가 연기를 아주 잘 한다. (특히 5화에서.)
분위기 또한 인간이 아닌 버나에 너무 잘 어울린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서 해나 역을 맡았던 배우 트니아 밀러의 5화 후반부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물론 브루스 그린우드(로더릭 어셔 역)와 메리 맥도넬(매들린 어셔 역), 마크 해밀(아서 핌 역)의 안정적인 연기도 아주 좋다.
젊은 매들린 어셔 역을 맡은 윌라 피츠제럴드도 기억해두고 싶다.

마이크 플래너건과 트레버 메이시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끝내고 Amazon Studios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부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내주기를!
오래간만에 《허쉬》와 《제럴드의 게임》 같은 영화도 다시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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