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왓킨스라는 사내가 몇 번 아버지를 찾아와서, 이 나라의 지도를 보여 주며, 영적인 힘, 혹은 고대의 권력이 존재했던 장소들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고 한다 ― 세 종류의 문화가 만들어 낸 고분, 거석(巨石) 유적, 교회 따위가 말이다. 그는 이들 직선을 레이라고 불렀고, 이것들은 지하를 달리는 대지의 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위에 서 있는 것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던 것이다. (생략) 「(생략) 저 고대의 숲, 〈원초의 숲〉에서는, 집적된 오라는 그 이상의 것, 극히 강렬한 그 무엇인가를 형성해. 우리의 무의식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종의 창조적인 장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버지가 프리 미사고라고 부른 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있어 ― 여기서 미사고란 미스(myth,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2 (All the Light We Cannot See) 프랑스의 시각장애인 소녀와 독일의 고아 소년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배경. 그들이 가진 육체적 악조건과 그것에 빛바래지 않는 재능, 주변환경, 주변인물, 시대상황에 따라서 개인의 삶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잔잔하게 다루었다. 하도 담담하고 잔잔해서 잔잔하다 못해 심심하다는 감상까지 생길 정도. 그러나 그 분위기 너머를 가만 생각하면 그들이 굉장히 어렵고 두려운 일들을 겪으며 살았음을 새삼 깨닫고 먹먹함을 끌어안게 된다. 두 권짜리 책을 다 읽고 덮은 새벽, 방바닥에 누워 작중 등장인물의 삶을 곱씹다가 왈칵 눈물이 치솟아 절절매는 경험을 다 해보았다. 특히 소년이 급한 상황에서 찢어낸 새(鳥) 그림만 떠올리면..
시간의 주름 어린이/청소년용 SF소설. 쉽게 읽을 수 있음. 어드벤처 판타지물 같은 분위기가 남. 5차원 이동, 일종의 정신감응력, 자유의지, 지구인과 다른 감각개념을 가진 외계존재들, 가족애 등을 다룸. 제목 '시간의 주름(Wrinkle in Time)'은 시공간의 주름을 잡아 단숨에 워프하는 "5차원 이동"을 가리킨다. 성서적으로 뚜렷한 선과 악의 대비 묘사 있음. "빛/종교인/예술가/과학자/개인"과 "암흑체/천편일률적이고 기계적 소모품 같은 존재들/개인이 아닌 것"의 대비. 주인공 메그(마가렛 머레이)는 치아교정기를 꼈고 근시용 안경을 썼으며 꼴찌반에 들어갔고 참을성이 없으며 난폭한데다 고집스러운 인물. 메그는 본인의 그런 면모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싫어하고 있다. 이러한 메그가 우주적 악의 존재인..
어스시(Earthsea)는 마법사와 드래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그러나 이 거주자들이 세상을 뒤집어엎는 화려한 판타지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어스시의 마법사들은 힘이 크면 클수록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다스리고 있다. 개로 변신한 뒤 방심했다가는 몸과 마음까지 진실로 개가 되어버려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한다는 식이다. 이 세계는 본질과 본질을 가리키는 진짜 이름―참 이름을 매우 중요시한다. 과거의 편린으로 인간에게 남은 참 이름과 지식이 “진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듯하다. 마녀들이 생활밀착형으로 어설프게 구사하는 마법도 존재하기는 한다. !!! 스포일러 주의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 전집 제1권 촌구석 섬마을에서 태어난 더니(훗날 “새매”..
SF 3대 거장 중 한 명인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의 소설. 그 유명한 “로봇공학의 3원칙”이 바로 이 소설집으로부터 나왔다. 로봇 3원칙의 첫걸음, 로봇 3원칙의 입문서, 시작하는 로봇 3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로봇공학의 3원칙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6쪽, ‘아이, 로봇’(I, ROBOT), 아이작 아시모프, 김옥수 옮김, 우리교육, 1950, 1977 / 2008, 2011 아시모프는 나중에 ‘로봇공학의 0원칙’이라는 것을 추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