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2003) 나폴레옹 전쟁 시대, 주인공 잭 오브리 함장(러셀 크로 扮)이 낡은 구닥다리 영국 함선으로 빠르고 두껍고 신식이며 병력까지 두 배인 프랑스 전함을 갈라파고스까지 고집스럽게 쫓아가서 크게 한 번 이겨먹는다는 이야기. 시대극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영화. 험난한 바다 위 함선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 독특하다. ▲ 그 시절 범선끼리 싸우고 견제하는 모습 ― 전소·나포·약탈 명령, 당직 장교, 전투령 발동, 망루에 사수 배치, 안개에 배를 숨기기, 웨더 게이지weather gauge(유리한 풍향으로 적의 전함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것), 모래톱에서 배 수리하기,..
패신저스 (Passengers, 2016) 드넓고 어두운 우주. 지구에서 식민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 수송선이 한 대 있다. 모든 인간은 120년 동안 동면에 빠져있어야 하지만, 운석사고로 인해서 동면기 하나가 오작동하여 단 한 사람만이 무려 90년이나 일찍 깨어나게 된다. 남자주인공 짐 프레스턴은 다시 잠들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호화 여객선의 시설을 즐겨보기도 하지만, 점차로 고독에 미쳐간다. 이와 같은 소재라면 수상한 스릴러처럼 연출되거나 먹먹한 독립영화처럼 연출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패신저스』는 이도 저도 아닌 데에 걸쳐져있다. 1억 달러 제작비와 12세 등급(PG-13)이 낳은 미묘한 결과물 같다……. 매우 기이한 Sci-Fi 영화. ‘동면 캡슐을 싣고 우주를 날아가는, 적막한 거대 호화 우주..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맨스-코미디 장르와 영 친해지지 못했던 내가 이 영화는 세 번 이상이나 보았다. 주인공 라라 진(라나 콘도어 扮)과 피터 케빈스키(노아 센티네오 扮)가 정말 귀엽다. 라라 진은 직접 연애하기보다 연애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우체통에 넣지 않을 연애편지 쓰기를 더 좋아하는 16살. 본인은 자신을 존재감 없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패션이나 방 꾸미는 취향을 보면 보통은 아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스스로를 억누르게 된 것이다. (덧붙여 라라 진의 가족들도 매력적이다. 라라 진이 더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
블라이 저택의 유령 (The Haunting of Bly Manor,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미니시리즈. (9화) 《힐 하우스의 유령》에 이은 유령 저택 컬렉션 2탄. 같은 제작진이 만들었고 많은 배우가 겹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원작자부터가 다르다. 이쪽은 《나사의 회전》이라는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전작이 가족애를 다뤘다면 이번 작은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느릿하고 세세하게 진행되는 드라마라도 흡인력(吸引力)과 몰입감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작품. 끊어가고 싶어도 꼼짝도 못하고 한꺼번에 몇 화씩은 보게 된다. 여느 악의적인 액션영화에 비하면 깜놀씬(jump scare)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유령도 ‘뭐야, 애니매트로닉스..
보건교사 안은영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즌 1개. (6화) 학교 부지 괴담 + 보건 선생님이 악귀 잡는 퇴치담. 그런데 공포물이 아니다. ‘안 좋은 것’들은 젤리 같은 것들이 꾸물꾸물 꺄륵꺄륵거리는 비주얼로 묘사된다. 기묘하고 희한하며 독특하다. 게다가 은근히 웃기다. 남들이 보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여자주인공(안은영)은 자신이 보는 세상이 귀찮고 고단하고 힘들어서 잘 웃지 않는다. 욕도 곧잘 한다. 좋으나 나쁘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스러운 작품. 1화 후반부~2화 전반부는 시선을 확 잡아끌어 나를 TV 앞에 주저앉히는 힘이 있었다. 긴박한 순간에 신나게 맛 간 여자주인공(안은영)의 표정이 정말 좋았고, 허공에 비비탄총을 쏘는 시점을 굳이 보여주는 것도 웃겼으며 남자주인공(홍인표)을 ..